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영조
ㆍ작성일	2023-08-29 10:59

ㆍIP: 119.xxx.136

인연

인연/이영조

사람이 살아가면서 인연이란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지나칠 때가 많다. 그 많고 많은 사람과의 인연 중, 가슴에 자리 잡고 잊히지 않은 인연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나이 들면서 인연이란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에게는 어릴 적 잊히지 않는, 잠시나마 가족으로 지낸 인연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이영덕이었고 그는 우리 집에 가족으로 같이 살게 된, 15~16세쯤 되는 큰 머슴을 도와주는 작은 머슴이었다. 영덕이의 어머니는 가난하여 이집 저집 남의 집 허드렛일을 해주면서 생계를 이어 가는 형편이었다. 어느 한 집에 가서 설거지며 밥을 해주고 다니다가 그 집 남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그로 인해 태어난 것이 바로 영덕이었다.

그는 우리 동네에서 착실한 청년으로 살아가는, 조용하고 책임감 있는 소년이었다. 나의 어릴 적 고향은 집성촌으로서, 행동에도 제약이 많았다. 영덕이는 우리의 집안 할아버지뻘 되는 아들로, 나와 같은 성씨였지만 그는 어머니 성을 따라 자랐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우리 집에서 작은 머슴으로 살게 되었지만, 우리 아버님께서 왜 영덕이를 작은 머슴으로 데려왔는지 나는 어려서 알 수는 없었다. 그는 가끔 산에 나무하러 가면 참꽃이랑 머루, 다래를 따서 동생 같은 나에게 주었다. 그러면 나는 그 참꽃이랑 머루, 다래를 맛나게 먹곤 했었다. 영덕이가 우리 집에 온 후, 2년쯤 되던 해, 그의 생물학적 아버지의 집안 대소가가 모여 회의하였다. 그리하여 그를 핏줄로 인정하고 더 이상 머슴살이를 시킬 수 없다고 하여 그를 부산으로 데리고 갔다. 그렇게 그는 우리 집을 떠났다.

영덕이는 부산으로 간 후, 고향에는 한 번도 오지 않았다. 부산에서 그의 아버지의 조카 즉, 그에게 삼촌뻘 되는 사람의 과수원에서 농장 일을 돌보면서 산다는 말을 들었다. 낮에는 과수원 일을 하고 밤에는 야간 중학교에 입학하여 다니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아이였는데, 어느 날 우리들은 너무나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바로 영덕이가 죽었다는 것이다. 그는 과수원에 붙어있는 허름한 집에, 냉난방도 되지 않는 곳에서 혼자 먹고 자면서 일과 학교를 병행하였는데 바로 그곳에서 연탄가스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 소식을 들은 우리 가족들은 그 충격이 꽤 오래갔었다. 불행하게 태어난 데다 가난한 삶,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서글픈 인생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영덕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무겁다. 요즈음 같은 시대였으면 부잣집 아들로서 당당히 자기의 밥그릇을 챙겼을 테지만, 그 시대만 해도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었으며, 그저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것이 순리일 때였으니까. 인생이란, 태어난 시기와 환경에 따라 삶의 방향에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나이 들면서 그와의 인연을 떠올려 보면 인생이 무엇인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오래전의 일이지만, 쉽사리 잊히지 않는 그 이름 영덕이가 가슴 언저리에 남아 불쑥불쑥 얼굴을 내민다.

황영칠 2023-08-30 08:47	존경하는 이영조 작가님 인연이 운명을 결정 하는 건가요? 자신의 의지와 전혀 관계없이 운명을 타고나서 안타까운 삶을 마감하는 이야기 가슴이 아프군요. 좋은 수필 물 흐르듯이 잘 쓰셨습니다. 등단 작품 훌륭합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됩니다.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장계숙 2023-09-12 22:33	시대가 그러했음에 안타까운 인생이지만 누구의 기억 속에 살아있는 애틋하고도 소중한 인연이네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세상 비슷하기도 하고...다르기도 하고... 가족의 이력을 담담하게 글꽃으로 피워내시고 인연의 소중함을 여전히 추억하고 간직하고 계시니 참으로 따스한 맘을 느끼게 됩니다. 인연은 우연도 필연도 아닌 내 삶의 일부이기도 하지요. 글을 참 잘 쓰십니다. 감사함으로 배독했습니다.

최하정 2024-01-02 21:00	안녕하십니까 이영조 작가님 반갑습니다 12월에 등단하여 작가서제에 머물게되어 인사차 작가님의 멋진글에 들려 인사드립니다 감동적인 멋진글 배람하며 자주 뵈러 들어오겠습니다 좋은글 많이 집필하시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