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복희
ㆍ작성일	2021-01-01 21:14

ㆍIP: 125.xxx.48

동유럽 여행기

일정 : 2017. 03. 20 ~ 03. 28(7박 9일)
여행사 : 노랑풍선
인솔 가이드 : 이승한 선생
관광국 : 체코, 오스트리아, 항가리, 슬로바키아, 폴란드, 독일

지난해 여행으로 해외여행을 마치려 하였으나 봄이 되니 또 마음이 발작했나 다시 동유럽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남들이 말하는 비수기에 가장 저렴한 상품을 선택하기로 하고 아직 가보지 못한 동유럽 6개국 관광을 나선 것이다. 이번 여행의 행운은 인솔 가이드가 지난해 3월 에스파냐와 포르투갈 여행에 동행한 가이드를 다시 만났다는 것이다. 해외여행을 혼자 다니는 나는 인솔 가이드와 룸메이트가 되었는데 그 룸메이트를 다시 만나게 되니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2017년 3월 19일 인천 국제공항에서 21:30분에 미팅하고 보니 우리 여행 일행은 29명이었다. 기분이 좋은 것은 남자분이 제법 눈에 띈다는 것과 지난해 만난 가이드와 같이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다.

3월 20일 00:40분에 이륙한 비행기는 약 11시간 40분이 결여 터키 이스탄불에 현지 시각 06 : 15분에 도착한 후 다시 08 : 25분에 체코의 프라하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이스탄불에서 프라하까지는 2시간 40분 정도 소요되니 비행기에서 갇혀있던 시간만 14시간 20분 정도가 되니 지루할 만도 하나 자리가 통로 쪽으로 배정받아 자유스럽게 움직일 수가 있어 그리 지루한 줄 몰랐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지루하지 않게 보내는 방법은 맥주에 칵테일한 위스키 한 잔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재미있는 소설책을 익다 보면 시간이 잘 간다는 것은 장시간 여행할 때 내가 즐겨 사용하는 노하우이다.

프라하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버스를 약 2시간 30분 정도 타고 여행의 첫 코스인 체스키크룸로프로 향했다. 기내에서 3번의 식사가 나왔는데도 일부에서는 배가 고프다고 불평했으나 체스키크룸로프 관광부터 시작되었었다.

체스키크룸로프는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문화 유산이자 중세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유럽에 남아 있는 성 중에서 두 번째 큰 성이라고 한다. 성에서 내려다보이는 마을이 아름답고 마을에는 교회와 광장이 잘 발달하여 있으며 성 아래로 흐르는 강과 마을이 조화가 잘 이루어져 전체가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문화 유산다웠다. 점심을 먹는데 식당이 옛 건축물로 흥미로웠으며 맥줏값이 아주 저렴하다고 현지 가이드가 자랑하여 나는 같은 테 불에 앉은 일행들에게 캔맥주를 하나씩 사서 주는 서비스를 하였다. 캔맥주 하나에 1유로라니 비싸지 않은 가격이었다.

캔 맥 한 통에 기분도 거나하고 배도 부르게 먹은 다음 광장을 거닐며 거리 관광을 하다 모차르트가 태어난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로 이동하였다. 잘츠부르크는 소금의 성이라는 뜻으로 낭만적인 결혼식장으로 유명한 미라벨 궁전 정원을 관광했다. 그러나 아직 이른 봄이라 정원의 아름다움을 별로 느끼지 못하였다. 그리고 모차르트의 생가 및 게트라이데가세 거리를 관광하였다. 이 거리의 특징은 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기네 상점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간판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달아 놓았다는 것이다 즉 빵집은 빵 그림 간판을, 시계점은 시계 그림을 간판으로 달아 놓았는데 지금도 전통을 이어받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런 이색적인 간판으로 인해 지금은 예술의 거리로 사랑받고 있단다. 우리는 어둠에 깔린 저녁이었지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며 피곤했지만 계속 관광이 진행되었다. 잘츠부르크 음악제가 시작된 돔 광장에 위치한 대성당과 모차르트가 즐겨 찾았다는 커피숍 등 밤거리를 관광했는데 가이드 말에 의하면 세계적인 야경 도시라고 자랑하는데 내 눈에는 아름다움을 느끼기는 너무 피곤한 관광의 시간이 되었다.

잘츠부르크의 변두리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10시 20분경 여행의 첫날 밤을 보내게 되었다. 집에서 나와 몇 시간 만에 침대에 앉아 보는 순간인가? 한국과 시차가 8시간이라니 19일 아침부터 계산하니 근 48시간 만에 숙소에 들어 온 것 같다. 늙은이의 몸이니 평소 아무리 운동으로 단련했다고 해도 녹초가 될 수밖에 없었다. 대충 세수만 하고 목욕은 아침으로 미루어 놓은 채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이 되어 창밖을 내다보니 푸른 목초가 아름답게 보여 산책하러 나가려다 가벼운 사워나 하자고 따뜻한 물이 나오나 확인하니 물이 나오는 것 같아 옷을 벗고 조그마한 샤워장에 들어갔다. 머리에 비누칠하고 사워기를 트니 처음 몇 방울 나오더니 물이 나오지 않는다. 다른 방에서 물을 사용해서 그런가 하고 기다려도 물이 나오지 않아 세면기를 틀어보니 세면기에는 물이 잘 나왔다. 사워 물을 차단한 것을 늦게 깨달은 나는 세면기 물을 받아 대충 비눗물을 제거하는 생-쇼를 한 것이다. 마음속으로 저가 상품 여행이라 그런가 보다 하고 마음을 달래며 이번 여행이 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2일 차는 6시 30분에 식사를 한 후 7시 30분에 관광이 시작되었다. 모차르트의 어머니 생가가 있는 짤츠캄머굿이란다. 해발 2,000m의 산들 사이로 76개 호수가 어우러진 짤츠캄머굿을 관광한 것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에 오르니 얼음 눈이 덮여 있으며 산 아래에 펼쳐진 마을과 호수가 운무 사이로 아름답게 전개되어있다. 10년 전에 집사람과 같이 알프스산맥 빙하와 만년설을 관광할 때는 열차를 이용했는데 이번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2,000m가 넘는 곳을 올라온 것이다. 산 정상에서 3월의 눈바람과 씨름을 하며 사진 몇 장 남기고 하산하였다.

지형이 높은 곳이라 그런지 하늘이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산에서 내려온 우리는 모차르트 어머니 생가를 잠깐 관광하고 옆에 있는 호수에서 배를 타고 유람을 하는데 운무에 가려진 호수 주변의 경관이 극치를 이루었다. 장애 아이를 키우면서 마음고생 하는 집사람과 이런 곳에 와서 일주일만 쉬었다 갔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곳이 모차르트가 어릴 때 살던 곳이란다. 그가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아름다운 대자연의 경관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우리는 아름다운 호수를 관광하면서 유람선에서 서비스로 주는 맥주 한잔에 도취해 같이 온 일행들이 쉽게 정감을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이곳이 바로 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1960년대 세계 젊은이들을 환상에 젖어 들게 했던 "오~사우드 뮤직"이란 영화 촬영지란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후 관광지를 찾았다. 차를 타고 가면서 모차르트의 교향곡이나 하나 틀어 주었으면 하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대신 "오~사우드 뮤직"영화를 틀어 주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옛날 고등학교 다닐 때와 같이 흥이 나지 않아 창밖의 대자연을 감상하며 다음 관광지인 멜크수도원으로 향하였다.

멜크수도원은 외부에서 볼 때 별로 크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안에 들어가니 내부 구조가 웅장하였다. 각종 전시물과 천장 벽화가 아름다웠으며 특히 도서관에 비치된 이름 모를 고서들이 우리나라 합천 해인사에 있는 팔만대장경 같이 진열된 古書(고서)들이 눈길을 끌었다.

수도원에서 나와 향한 곳은 미라벨 궁전으로 1776년 볼프 디트리히 대주교가 사랑하는 여인 살로매를 위해 건축했으며 대주교에서 물러난 후 별궁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실외 관광으로 넓은 정원과 숲길 및 광장이 아름다웠으며 특히 내 눈에는 잘 가꾸어진 아름드리 가로수 나무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주어진 시간이 적어 숲길을 거닐지 못하고 사진 몇 장 찍고 비엔나로 이동하였다.

비엔나에 도착하여 일부는 숙소로 돌아가고 일부는 비엔나 음악회에 갔다. 음악회는 선택 관광이었다. 그동안 해외여행 중 선택 관광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볼 기회가 없는 관광이라 앞으로는 모든 선택 관광을 다 신청하자고 마음먹었기에 거금 80유로를 주고 신청한 관광 상품이었다. 내가 음악회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비엔나는 음악의 도시이니 비엔나 오페라 일거라는 생각에 촌놈이 본고장의 음악을 접할 좋은 기회라 생각해서 신청하였는데 막상 감상해 보니 시간과 본전이 생각났다. 결국 잠만 못 자는 결과만 초래한 셈이다. 숙소에 들어오니 오늘도 역시 밤 11시가 되었다. 집에다 카톡으로 안부 인사를 나누고 그대로 떨어져 버렸다.

늙은이라 아침잠이 없으니 몸이 피곤했어도 눈이 떠지니 새벽 05시였다. 지난해 스페인 여행과 시베리아 여행 때 숙소에서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아 황당한 경험이 있어 먼저 샤워장을 점검해 본 다음 따뜻한 물이 나와 가볍게 샤워를 하면서 피로에 싸인 몸을 추슬렀다.

어제 음악회를 안내했던 제법 나이가 든 현지 가이드가 벨베데르 궁전까지 안내했다. 벨베데르 궁전에는 명화들이 가득하다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란다. 그러나 그림에 무뢰한이 바라보니 그리 아름다움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모든 전시관의 사진은 촬영할 수 없어 촬영이 허락된 모조품을 한 장 촬영하였다. 다만 궁전의 앞과 뒤 정원이 아름다워 혼자 셀카를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광장 계단에 설치된 여자 조각의 앞가슴이 탐스럽게 만들어져 사람들의 얼마나 만 젖는지 손때가 검게 묻어 있다. 나는 매혹적으로 생긴 나체의 여자 조각품 옆에 서서 벨베데르 궁전을 배경으로 삼아 셀-카에 추억의 사진 한 장을 만들어 보았다.

벨베테르 궁전을 관광한 후 비엔나 거리를 자유롭게 관광하였다. 유럽의 도시는 어느 나라를 가나 그들 나름의 독특한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웅장한 성당 건축물이나 넓은 광장을 중심으로 잘 정돈된 골목을 따라 석조 건축물이 아름답게 지어져 있는 것은 서유럽이나 터키나 스페인이나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았다. 즉 동유럽이라고 하여 새로운 느낌이 묻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 아시아에서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일본의 궁궐이나 절들의 건축물이 비슷하듯 이곳도 그런 모양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3일 차부터는 도시로 나와서 그런지 우리가 쉬어가는 숙소가 좋아졌다. 목욕탕 시설도 만족했으며 음식도 먹을 만했다. 비엔나의 거리를 관광한 후 동유럽의 파리로 불리는 부다페스트로 이동하였다. 이동하면서 운무로 가려진 광활한 구릉지에 펼쳐진 전력 풍차가 서서히 돌아가는 모습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다 보니 점심때 마신 맥주 한잔이 취하게 만들어서 그런지 집사람이 그리워 엉터리 시 한 수를 지어보았다.

내 영혼의 사랑

내 마음 허공에 두둥실 떠 있네.
하늘도 없고 땅도 없는 마음의 땅이니
그 삶이 내 사랑의 삶 이런가?

아무리 보아도 보이지 않는 당신의 의미가
내 삶의 행복인지
허공을 보고 손짓하는 풍력 풍차가
내 영혼의 마음을 흔들어 놓네.

하늘엔 빗도 없고 땅에는 냄새도 없는데
그리움인가? 사랑인가?
내 영혼을 흔드는 것은
당신이 주는 마음의 선물인가 봅니다.

보고 싶어도 보이지 않는 지평선 저 너머에
돌고 또 도는 풍력 풍차가
당신을 그리는 내 영혼의 손짓인가 봅니다.

지친 삶에 눈은 가렸어도
마음의 눈에 보이는 당신의 의미가
내 영혼이 갖는
당신을 그리는 사랑인가 봅니다.

당신의 눈가림 속에 보이는
내 영혼의 사랑을 찾아
오늘도 비바람 맞으며
당신의 마음 기다려 봅니다.

부다페스트에서 센강 유람선에 버금간다는 다뉴브강 크루즈로 야경을 구경한 후 숙소를 찾아 들었다. 다뉴브강의 야경을 관광한 다음 그다음 날 다시 야경이 화려했던 곳을 방문하였다. 그중 대통령궁 앞을 지날 때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궁 옆을 관광할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와 너무 대조적이며 자연스러웠다.

헝가리 건국 1,000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영웅광장과 부다페스트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어부의 요새, 역대 헝가리 국왕의 대관식이 거행된 마차시 교회와 왕국 전경을 관광하였다. 한눈에 툭 터진 부다페스트 전경이 부럽기 그지없었다. 교통도 혼잡하지 않고 오염되지 않은 도시 환경이 여유로움을 보여주는 환경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4일 차가 되면서 마음의 여유가 나타났다. 숙소와 식사가 날이 갈수록 좋아져 흐뭇했고 아침에 일어나 집에서 하던 아침 산책을 시작하였다. 숙소 주변이 익수하지 않음으로 호텔을 중심으로 조금씩 범위를 넓혀 산책하는데 땅이 넓은 나라들이라 그런지 산책로와 공원이 잘 발달하어 무리 없이 아침 산책을 즐겼다.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와 같이 공원에 가벼운 헬스 기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지만, 마음 놓고 걸을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행복했다.

부다페스트에서 타트라로 이동하는 데 장시간(약 4시간) 이동 거리에 휴게소가 없었다. 오전 부다페스트 관광 후 점심을 먹고 장거리 버스 이동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점심 식사 시간에 새로 알게 된 애늙은이 친구들과 즐겁다고 마신 맥주 몇 잔이 고통을 주었다. 2시간을 달리면 쉬었다 간다는 버스가 쉬지 않아 결국 가이드에게 사정해야 하는 헤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유럽 여행에서 꼭 알아 두어야 할 것은 화장실 가는 것이 우리나라와 다르다는 것이다. 유명한 관광지도 공동 화장실이 없어 찻집이나 맥줏집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과 어떤 곳은 유료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꼭 물은 식사 시간 이외는 사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살기가 얼마나 좋은 나라인가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했다.

타트라에서 자고 아침 일찍 자코파네로 이동하였다. 버스를 타고 자코파네로 가는 동안 도로 주변 집들의 풍경이 뾰족지붕으로 되어 있었다. 알아보니 이곳은 눈이 많이 내려 그렇단다. 멋으로 비둘기집 창문을 했나 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자코파네는 폴란드 남부에 있는 타트라산맥에 둘러싸인 산악지대로 겨울철 스포츠 중심이자 폴란드 대표적인 휴양도시란다. 많은 집은 펜션이나 별장들인 모양인데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이곳은 치즈가 유명하단다. 나는 몇 사람의 일행과 거리를 거닐다 소변도 보기 겸 맥주나 한잔하자고 맥줏집에 들어갔는데 폴란드 돈만 받는다고 하여 당황하던 중 손님으로 온 젊은 남녀가 유로를 환전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아가씨는 특별히 친절을 베풀어 주어 잊지 못할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오후에 지하 200M에 건설된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비엘리츠카 소금 광산이란 곳을 관광 관광하였다. 소금 광산은 13세기에 시작되어 지하로 총 9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단다. 총 300km에 달하는 내부에는 암염으로 이루어진 온갖 미술품들과 제단, 조각상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지하 100m 지점에 있는 축복받은 킹가 교회가 최고의 걸작이었다. 이 교회는 길이가 50m나 되고 높이가 12m로 부피가 10,000m²가 된단다. 헝가리에서 폴란드로 시집을 온 킹가 공주가 지참금으로 소금 광산을 가지고 왔다고 하여 만들어진 이 공간은 샹들리에부터 온갖 부조물들이 소금으로 만들어졌으며 음향효과 뛰어났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광산 안에는 호수도 있으며 만찬 장소 등 온갖 시설이 만들어져 있으며 내려갈 때는 끝없는 계단으로 내려갔는데 나올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오는 최고의 걸작 소금 광산이었다. 나는 끝없이 전개되는 소금 광산을 관광하면서 내가 감탄사를 낼 때마다 거기에는 얼마나 많은 광부의 피와 땀이 젖어 있을까? 하는 생각에 한쪽 가슴이 저렸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유럽의 노동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아직 인간으로 완전히 꽃도 피기 전인 10대들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 가슴이 더욱더 쓰렸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흘려서 만든 이 광산 동굴이 이제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인간이 만들어 낸 지하의 아름다운 동굴예술품으로 환생해서 그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으며 관광을 했다.

5일 차 아침 식사 후 제2차 세계 대전의 비극적인 현장인 오쉬비엥침으로 이동하여 유대인 수용소로 잘 알려진 아우슈비츠 제2 수용소를 관람 하였다.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는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학살하기 위하여 만들었던 강제 수용소로, 폴란드의 오시비엥침에 있는 옛 수용소이다. 위치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약 300km 떨어진 곳이며, 좀 더 가까운 크라쿠프에서는 서쪽으로 약 70km 떨어져 있단다. 이곳에서 처형된 사람들은 유대인·로마인·옛 소련군 포로·정신질환을 가진 정신장애인·동성애자·기타 나치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었단다. 나치가 세운 강제수용소 중에서 가장 큰 수용소란다. 허허벌판에 세워진 마구간을 수용소로 사용한 장면이나, 독가스를 사용했다는 건물의 잔해 그리고 처형된 사람들의 사진 모습이 저절로 가슴이 뭉클해지며 숙연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서 나는 나라 없는 민족과 힘이 약한 나라의 서러움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우리 민족의 일제 침략 35년의 쓰라린 역사를 되새기며 서대문 형무소가 생각났고, 고등학교 때 관람한 2차 세계 대전을 주제로 한 기록 영화가 떠올랐다.

수용소 관광을 마친 다음 체코의 제2의 도시 부르노로 이동하여 자고 6일 차는 독일의 드레스덴으로 이동하였다. 근 4시간 가까이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차창 밖으로 내다본 자연 경관이 나를 황홀한 몽유환자로 만들었다. 끝없이 펼쳐 지는 자연경관에 삼포식 농업인지 모르지만, 넓은 벌판에 전개되는 밭의 풍경과 방풍림인 듯한 나무가 심어진 끝없는 지평선 끝자락에 보이는 나지막한 능선이 나를 무한의 경지로 끌고 들어갔다. 넓은 땅을 바라보며 내가 자랑하는 내 농장의 초라한 모습과 비교하면서 내 넋을 자연 풍경에 맡기고 마냥 즐기며 차창 너머로 시선을 고정했다.

드레스덴은 시인 괴테가 유럽의 발코리라 칭했던 브륄의 테라스와 엘베강 풍경이 조화를 이루어 광장과 함께 연인들이 거니는 낭만의 도시같이 보였다. 타일에 그림을 그려서 붙인 군주의 행렬 벽화, 드레스덴의 심장부에 위치한 젬퍼 오페라하우스를 볼 수 있었다. 특히 젬퍼 오페라하우스는 1841년 지어진 독일에서도 손꼽히는 유명한 극장이란다. 르네상스와 고전주의를 혼합한 절충주의의 거장인 건축가 '고트프리트 젬퍼'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건물이란다. 지금 있는 건물은 2차 세계대전 중 크게 파손되어 1985년 다시 복구했단다. 아름다운 건축물과 성당 및 카페와 광장이 절로 흥을 만들어 주는 곳이었다.

마지막 관광지인 체코의 수도이며 백 탑의 도시 프라하로 이동하여 야경을 관광하고 호텔로 이동하였다. 아침 식사 후 역대 왕의 궁성이자 현재 대통령의 관저로 사용되는 프라하의 성과, 프라하의 낭만이 느껴지는 유서 깊은 까를교, 중세의 번영을 보여주는 구시청사의 천문시계, 고딕 양식의 아름다운 2개의 첨탑을 가진 틴교회, "프라하의 봄"의 아픈 상처가 있는 성 바츨라프 광장 등을 관광하였다.
까를교는 상인거주지를 잇는 최초의 다리로 보헤미아 왕 카를 4세 때(1346~1378)에 건설되었기 때문에 카를교라는 이름이 생겨났단다. 후에 양쪽 난간 부에 상인들의 석상을 세웠고, 다리 양쪽에는 탑이 있는데 그사이의 다리 길이는 약 500m란다. 볼타바 강에 걸쳐진 오랜 역사를 간직한 1841년까지 프라하 올드타운과 그 주변을 연결하는 유일한 다리였다. 대통령이 사는 프라하의 성은 완전히 개방되어 있었다. 검열은 있었지만, 누구나 자유롭게 관광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관광하는 중 젊은 한 쌍의 신혼부부가 사진 촬영을 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와 그들을 내 카메라에 담아보기도 하였다.

천문시계는 프라하 구시청사 벽에 걸려 있는 시계였다. 1410년 시계공 미쿨라시와 뒷날 카를 대학의 수학 교수가 된 얀 신델이 공동으로 제작하였단다. 1490년 달력이 추가로 제작되고, 외관이 조각으로 장식되었단다. 시계는 두 개의 원반 위에 있는 천사의 조각상 양옆으로 창문이 열리고, 죽음의 신이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가 창 안쪽으로 천천히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마지막으로 시계의 위쪽에 있는 닭이 우는 특징이 있는 독특한 시계였다. 수없이 많은 관광객이 바츨라프 광장을 거닐다가 이 시계가 시간을 알리는 시간이 되면 시계 밑으로 몰려들어 시간마다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나도 사람들 틈에 끼어 두 번이나 시계 밑으로 가서 구경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바츨라프 광장 옆에 이는 쇼핑센터를 관광하면서 기념품을 하나씩 장만했다. 나는 깜찍하게 생긴 한 홉들이 양주병을 하나 사는 것으로 여행을 마무리했다.

이번 여행도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는 여행이 되었다. 처음 이틀간은 피곤함과 숙소 목욕탕 및 식사가 조금 부실한 것 같았는데 날이 갈수록 좋아져 역으로 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였다. 저가 상품인데도 여행사에서 많은 배려를 했다고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 것이다. 그리고 일행 중에 내 동갑인 73세가 된 누나를 모시고 온 대학 후배라는 사람을 만나 외롭지가 않았으며, 따님 내외랑 여행을 온 85세가 된 할머니가 계셨는데 건강관리를 얼마나 잘하였는지 젊은이 못지않게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70이 갓 넘은 내 나이는 나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잘 관리를 하면 80까지는 다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을 가져 보게 한 여행이었다. 그리고 유럽 여행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이번 여행은 5개국을 넘나들었는데 국경과 국경 사이를 한 번도 알지 못하고 넘어 다녔다는 것이 남북으로 갈라져 사는 나에게는 신기하게 느껴 젖다.

장선희 2021-01-02 16:45	김복기 작가님의 "동유럽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저는 가보지도 못했기에 작가님 덕분에 유럽여행을 하는 것처럼 흥미로운 내용에 공감해 봅니다 말로만 듣던 유럽여행 하심에 부러움이지만 혼자 해외여행을 즐기신다는 용기가 존경스럽네요 여행을 하면 할 수록 스케일이 커진다는 말이 있듯이 그만큼 보는 눈과 포부도 커진다는 걸 저도 느꼈던 적이 있었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신축년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김상훈 2021-01-03 18:50	. 자기만의 이름으로 주소지를 안고 있는 사물의 존재 방식, 우리 삶의 방식과 비슷한 점들도 많지만 독특한 방식도 많아 배울 점도 많습니다. 새해엔 무조건 아프기 없기입니다. 무조건 코로나 조심하기입니다. 무조건 소망 한 가지 이루기입니다. 잠시 들렀다 갑니다. 건강하세요. .

김복희 2021-01-04 19:59	《Re》장선희 장선희 작가님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tv만 틀면 코로나-19로 화면을 채우고 있으니 몸과 마음이 쫄아드는 것 같아 책상에 앉아 옛글을 정리하며 보내니 마음이 편안한 것 같네요. 건강 관리 잘 하시고 기회가 다면 작가님 서재에 문안인사 올리겠습니다.

김복희 2021-01-04 20:02	《Re》김상훈 님 , 김상훈 작가님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생각지도 않은 한파가 기승을 부리네요. 건강 관리 잘 하시고 기회가 다면 작가님의 서재에 문안인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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