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0-04-23 06:50

ㆍIP: 110.xxx.89

길 위의 인생 7

길 위의 인생 7 (뜨내기 노가다의 비애)

한영택

저녁 6시 저녁 식사를 하려고 대명동 기사식당으로 향해 가는데 차를 세웠다. 봉덕동 농협 앞 도로에서 광주 박씨(60세)와 대구 김씨(58세)가 휴대폰에 주소를 가리키며 대뜸 얼마면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경기도 평택시 서정로역 36번 길 11-2, 서정로초등학교 앞〉 당시 시외요금조견표엔 249km 249,000으로 적혀있다.

대구에서 평택이면 시내로 들어서서도 목적지까지 거리 감안하면 현재 1km에 1,000원이 적정요금이다. 250,000에 고속도로통행료 별도라고 하니 200,000에 안되냐고 흥정을 하다가 결국 통행료 포함 250,000에 가기로 하고 숙소에서 짐을 챙겨 싣고 저녁 6시 30분 봉덕동에서 출발했다.

북대구IC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달려가다가 김천IC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갈아타 가던 중에 박씨가 화장실이 급하다 하여 선산휴게소에 들렀다. 다들 저녁을 못 먹은지라 뭐라도 하나 먹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마침 김씨가 햄 어묵과 호두과자를 사 들고 와서 같이 먹자고 한다. 그냥 얻어먹기가 미안해 필자는 캔 커피를 사 들고 와서 같이 먹으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다시 가는 길을 재촉한다. 낙동JC에서 청주상주고속도로를 갈아타고는 내서, 상주, 보은, 청주, 다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천안방면으로 가는데, 달리는 내내 두 사람과 얘기를 주고받았다, 박씨는 철근 구조물 설치작업으로 반평생 현장에서 그 일을 했다 한다. 노가다지만 기능공이라 돈도 좀 모았다는데, 10년 전 아내를 사별하고 지금은 혼자 몸이라 한다. 출가한 딸이 아버지를 모시겠다며 그만 쉬시라 하지만, 신세 지기도 싫고 몸이 따라 줄 때까지 이 일을 할 것이라 하였다. 비슷한 처지의 김씨도 배운 거라곤 이것밖에 없어 박씨와 같이 다니며 일한다는데 사정이 딱하다. 이야기 중 김씨는 서글픈 마음에 답답했는지 금연구역인 차 안에서 담배 딱 한 대만 피자고 한다. 말 못 할 사연도 많은듯하다. “타들어 가는 담배는 가슴이요, 뿜어내는 연기는 인생이라.”

마침내 평택시로 가는 이정표가 보이고 송탄IC에서 내린다. 밤이라 도시를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세계 최대규모 해외 주둔 미군기지 도시라 그런지 그리 복잡한 도시는 아닌듯하다. 밤 9시 30분, 목적지 서정로초등학교 앞에 다다르자 마중 나온 일행의 동료가 조금 떨어진 M모텔로 길을 안내한다. 차에 싣고 온 것은 이불 하나, 작은 옷 보따리에 작업화 한 켤레다. ‘수고했어요. 잘 가시오’ 인사를 건네고는 말없이 두 손에 보따리를 들고 모텔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발길을 돌린다. 오늘 밤은 또 저기서 눈을 붙이고 새벽공기 마시며 일터로 나가야 하는 말년의 노가다 인생이 서글프게만 보였다.

다시 혼자 먼 길 되돌아가야 한다. 어쩌면 이 밤중에도 도심 길을 누비며 달려야만 하는 택시기사들 또한 그들과 별로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 길이 멀기에 여유를 부릴 겨를도 없이 곧바로 평택에서 출발했다. 10시 10분경 송탄IC에서 경부고속도로로 올려서 달리고 또 달린다. 천안, 목천, 남청주, 대전까지 1시간 걸렸다. 옥천, 영동, 금강, 황간, 추풍령, 김천, 구미, 깊어가는 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불빛만 보일 뿐이다. 드디어 북대구IC가 보이고 집에 당도하니 자정이 넘은 00시 30분이다. 그제야 안전띠를 풀어 헤치고 한숨을 돌린다. 10월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정신없이 지나가 버렸다. ㅎㅎㅎ

뜨내기 노가다 신세들 오늘은 여기에 있었지만, 내일은 또 어느 하늘 아래 어느 모텔에서 작은 가방 하나 옆에 두고 새우잠을 자다가 어둠이 채 가시기 전 바쁜 걸음으로 현장에서 철근 조각을 맞추며 땀방울 흘리며 일할 것인가?

왜 사느냐고 당신에게 물으신다면 당신은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좋은 세상 맘껏 즐기기 위해서 산다고? 하고 싶은 일 하기 위해서 산다고? 자식 하나 바라보고 산다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산다고? 지금까지 고생하며 살아온 게 억울해서 산다고? 어쩔 수 없어 산다고? 이유는 가지가지일 것이다. 차마 당신은 힘든 삶을 살았어도 후대엔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며 혼자만의 가슴에 모든 것을 묻고 뜨내기 노가다는 그들의 삶을 찾아가고 있었다.

17.10.31.

정찬열

2020-04-24 15:02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한영택 작가님~
그간도 코로나바이러스의 불안하셨던 대구에서
얼마나 마음 조리며 보내고 계셨스니까?
세상살이" 길 위에 인생 7 (뜨내기 노가다의 비애)"
를 배독하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결코 살아 감이 만만하고 쉬운것이 아니기에 말입니다.

하지만 또 대박을 터뜨리며 편하게 사는 사람 또한
있지만 진실한 삶은 고생끝에 받는 행복이겠지요
4월도 끝자락에서 항상 평안하시길 손 모읍니다.^*^


한영택	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누구나 행복을 찾아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겠지요? 절정을 위해 온 생을 살아온 꽃은 슬프고, 순간을 위해 일생을 희생한 삶은 가엾다 행복이 모이면 행운이 찾아오듯 행복 없는 삶에 행운을 바랄 수 있을까요? 행운을 얻고 싶다면 주어진 일에 성실하고 행복해야 하겠습니다 가는 사월에 ‘코로나19’도 같이 가버렸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4/24 22:47

김상화

2020-04-25 08:24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한영택 작가님 반갑습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산다는 자체가
즐거움과 괴로움이 함께 달리는 것 같습니다.
밤에 장거리 운전은 조심해야 합니다
사고는 어떤 사고든 아차 하는 순간입니다

한영택 작가님
한주가 넘도록 서재를 들리지 못했습니다
삶이 바빠서인지 게을러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코로나가 멈추지 않았습니다
늘 조심하시고 건강하시길 두 손 모읍니다


한영택	김상화 작가님 잘 계시지요? 모두는 살아있기에 삶 자체에 희로애락이 담겨있지요 사고는 ‘아차’ 의 순간, 밤이든 낮이든 운전은 항상 조심해야겠습니다 끔찍한 사고 현장을 보면 그만 운전대를 놓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대중교통이 떨어진 늦은 밤에는 시민의 삶의 발이 되어주지요 제한조치 완화로 움직임이 원활해지면 저도 바빠지는데~~~ 잘 극복해서 ‘코로나19’로부터 빨리 벗어나야겠습니다 택시는 사람의 움직임이 활발해야 먹고 삽니다 ㅎㅎㅎ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4/2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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