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훈
ㆍ작성일	2019-03-10 06:27

ㆍIP: 220.xxx.49

아내에게 쓴 오래전 편지 한 통

김상훈

언제부터인가를, 언제부터인가 느낄 즈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서로 희망을 담보로 하여 절망을 키우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거의 변화가 없는 내 일상에 대한 자괴감과 청청한 오기로 세상과 맞서 싸우다 기다림에 지쳐 당신 스스로 이골이 난 탓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당신과 전혀 상관이 없는 타인을 미워하고 사랑하는 일보다 몇 곱절 힘들었던 것은 기다리는 일에 능숙해져 초점마저 잃어버린 당신의 시선을 바라보며 애타게 나라는 존재를 각인시키는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당신과 정녕 남이 되기 싫었던 까닭은 당신의 기억 속에서 나를 지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당신이 진정 모를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리하여 오늘을 어제처럼 여긴 일에 익숙해진 당신에게 난 늘 미안할 따름이었습니다.

꽃잎이 모두 말라 죽을 때까지 꽃에 물을 주기란 어쩌면 지극히 쉬운 일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꽃을 피우고자 씨앗을 심고 나무를 키우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간 당신과 함께한 시 공간이 설령 부족함과 모자람으로 가득 차 있었어도 나는 당신이라는 텃밭에 씨앗을 심고 나무가 되는 심정으로 살아왔음을 이제야 고백합니다.

그런 당신에게 굳이 인연이라는 올가미를 씌워 사랑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사용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또한 애써 나의 부족함을 감추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당신과 내가 넘어지지 않고 함께 이른 길은 남들이 뭐라 하든 남들이 전혀 눈치 챌 수 없는 우리만의 절절한 수화 통신이 존재한다는 확신이 있었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아, 나는 오늘도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내 운명의 길섶에서 당신과 우연히 마주친 그날을.

- 벌목당한 기억 사이로 -

장춘희

2019-03-10 17:08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푸르른 청춘일 때 했던 풋풋한
사랑 고백보다
그제야 보여지는
오래고 귀한 인연에게 보내는
편지는 깊은 생이 들어 있어서
눈물겹습니다.
진심을 다한 고백으로 귀한 사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편안하고 오래된 친구를요.


김상훈	답장이 많이 늦었지요? 요즘 다른 행사로 정신줄이 좀 느슨합니다. 넓게 혜량하시고요. 이 시는 막상 시집을 냈을 때 아내에게 보였는데 의외로 덤덤하더군요, ㅎㅎ 워낙 말수가 적은 편이라 그런지 속으론 뭔가 생각했겠죠. 가장 먼저 달려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3/12 14:37

정찬열

2019-03-10 19:05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벽란 분과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아내에게 쓴 오래전 편지 한통"
가슴 절절한 사연에 숙연해집니다.
부부라는 촌수없는 서로를 바라보며 살아가야하는
인생살이가 결코 녹록하지는 않은 것이기에
부족함과 모자람이 가득차더라도 변명없이
지나가는 숙명의 사랑이겠지요

내공깊게 지펴주신 글 잘 배람하고 갑니다.
늘 건안 하시고 봄행사때 인사 드리겠습니다.^*^


김상훈	꽃길이라는 유행가 가사가 문득 떠오릅니다. 비단옷 꽃길이라도 이제 다시 사랑 안 해요, 라는..... 그 길을 알고난 뒤엔 다시 가고 싶지 않다는 내용인데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만, 지금까지 50여 년을 잘 살고 있는 것을 보면 가볼 만한 꽃길이기도 합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3/12 14:43

류동열

2019-03-10 22:05

`김상훈`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젖은 손이 애처러워 살며시 잡아 본 순간 까칠 해진 손마디가 너무나도 안타 까웠소" 흠, 흠,
부부로 처음 시작에는 달콤하게 중간에는 시큼하게 그리고..... 잘 할께, 모든 것이 말로 때우는,
그야말로 거짓뿌렁의 삶, 죽을 죌 짓고 사는 우리 新郞들 刷新을 해서 색시 뻔쩍뻔쩍 떼빼고 광내어
옆구리 부끄럽지 않게 해야 겠습니다.
작가님, 덕분에 반성 많이 하고갑니다.


김상훈	이렇게 해서 소통은 이뤄지나 봅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내 글만 달랑 올려 놓곤 타인의 글엔 일체 무관심한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봅니다. 아직 그런 분들이 계셔서 좀 안타깝지만 현실적으로 사정이 있거나 아직 낯가림을 하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3/12 14:47

김상화

2019-03-12 00:35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먼 사람이
부부가 아닌가 싶습니다
위원장님께서 그런 아픔이
있다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부부간의 일이기 때문에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위원장님께서 많이 참고 사시는 듯합니다
위원장님
남자는 부인에게 지며 사는 것이 편하다고 합니다
글을 읽으며 과연 댓글을 써야하는지 많이 망설였습니다.
어떻게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러나 건강은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김상훈	ㅎㅎㅎ, 저보다 아내가 더 고맙지요. 묵묵하게 지금까지 자기 생을 희생해가면서 어느덧 칠순을 넘겼으니까요. 정말 요즘은 더욱 미안하고 죄스럽답니다. 가끔 지난세월의 사진을 들춰보면 젊은 시절의 아내 모습은 참 풋풋했구나 싶은..... 요즘 연극제로 정신이 좀 없군요. 다녀가심에 감사드립니다.	3/12 14:50

김경렬

2019-03-12 03:14

첫만남의 순간!
필연의 꽃으로 마무리 하신 작가님의 진심어린 사랑 고백!
그님께서 모든게 사르르 녹아 버리겠습니다.
미소 한바구니 놓고 갑니다.


김상훈	처음엔 죽을 때까지 숨겨 놓을 작정있습니다만 작년 수필집에 덜렁 넣었지 뭐예요.ㅎㅎ 아내는 자기 나이 칠순이 넘도록 연하인 저를 위해서 산 여자라 저는 지금도 할 말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늘 미안할 뿐이죠. 고맙습니다.	3/12 14:57

이정연

2019-03-17 17:18

위원장님! 반갑습니다.
사랑하신다는 말씀도 쉽게 못하실 만큼
따뜻한사랑이 피어나는 글향이 아름답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이정연 올림.


김상훈	어서오세요. 다시 한 번 수필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려요. 기대가 큽니다. 스타트부터 잘 하고 계십니다. 같은 지회라서 더 더욱 든든합니다.	3/18 02:47

박윤경

2019-03-17 18:07

먼저 두서없고 부족한 제 글을 읽어 주심을 감사 드립니다,
바람처럼 물처럼 스쳐가는 만남이지만 어제 만나 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따뜻한 사랑의 글 잘 읽고 갑니다,
날 마다 행복한 시간 되세요,


김상훈	가족들까지 함께 하셔서 참 보기 좋았습니다. 아름답게 나이 드는 모습은 누구나 바라는 바지요. 우리 박윤경 작가님이 바로 그런 분 같더군요. 이렇게 소통을 하고 지내야 서로 알 수가 있답니다. 발걸음 아주 잘 하신 겁니다. 고맙고요. 앞으로 작가 서재의 활성화에 큰 기대를 걸어봅니다. 감사합니다.	3/18 02:50

김영주

2019-03-18 23:20

김상훈 위원장님!
멋진 마음에 기류가 사랑도 포근하게 감사는 멋진 진심의 사랑
역시 멋지십니다. 작가님 멋진 글에 기쁨으로 함께하며 감사드립니다.
봄의 계절이지만 아직 아침저녁 꽃샘추위가 이어지는 날씨가
조금은 춥게 느껴지는 기온입니다.
건강에 유의하시며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
기쁨과 함께 행복하신 날 되세요.~♡


김상훈	오메, 시인님 우째 여까지 오셨데요? ㅎㅎㅎ 아무튼 곱으로 반깁니다. 어제는 진성현 시인님 빈소에 다녀왔는데 혹시나 싶어 둘러보아도 지회 분들이 없더라구요. 마침 조서연 시인님이 오셔서 다행이었습니다. 아직도 여운이 가시질 않습니다. 유족들을 뵈니 어찌나 마음이 아프든지요. 방문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3/20 00:42

이길선

2019-03-21 03:01

어쩌면 공감하지 못할 위원장님의 [아내에게 쓴 오래전 편지 한 통]에서
" - 당신과 정녕 남이 되기 싫었던 까닭 -"의 여운이 얼마나 긴지.... 이리 공감이 부르니,

제가 암송하며 즐기는 시 한 구절이..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 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입니다.
길을 걷고 산들 뭘하나 네가 꽃이 아니듯 내가 꽃이 될수 없는 지금에
물빛 몸매를 감으며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하나 ......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에 비가 내리고 이제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 의 [얼굴]입니다.

사실은 댓글을 단다는 것이 공감대 형성에서 부여된 나눔이 아닐런지요.
댓글 달기가 늘 망설여지는 부족함에 낯가름이 심한 오심입니다.
(예리한 채찍으로 느껴지는 위 댓글에서, 감히 흔적을.....지극한 가르침, 고맙습니다.)
김상훈 위원장님! 바쁜 일상에서 늘 행복하십시오!


김상훈	아이고~~ 반가워라. 곱으로 반깁니다. 이길선 작가님.^^ 뭐 어떻든 이렇게 소통하는 것이 우선이니 저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가뜩이나 적은 인원의 수필마을에서 그나마 왕래도 없다면 활성화는커녕 점점 폐허촌처럼 변해버릴지 모를 일입니다. 우리끼리라도 이렇게 소통했으면 합니다. 글이란 내 손에서 떠나면 공감이냐 아니냐는 일단 읽는이의 몫에 따라 맡기는 것이니 그야말로 자유입니다. 작가님 글도 잘 보고 있답니다. 茶香이 은은한 글들...... 고맙습니다.	3/21 04:05

아버지라는 이름

연기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