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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태인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1-19 20:01
ㆍIP: 58.xxx.124
기적시리즈
#권영심의글
-기적   -8- 1
           
      권영심

그녀는 이방인 이었습니다.
베트남에서 태어나 불과 19세에, 이런 저런 절차를 통해 한국인 신랑과 만난지 일 년 뒤 스므살이 되던 해에 한국으로 왔습니다.
신랑은 나이가 좀 많았지만 다정한 사람 처럼 보였고 이제 부자 나라 한국으로 시집왔으니, 가난한 친정을 도울 수 있 다는 기쁨으로 그녀는 그렇게 선망과 기대에 가득 차서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결혼식 때 보다 훨씬 시커멓고 나이가 더 들어보이는 신랑이 공항에서 그녀를 맞이했습니다.
신랑은 별 말이 없이 ,그녀와 짐을 낡은 자동차에 싣고 어디론가 향했습니다.
한국에서 살기 위해 일 년 동안 정말 열심히 배운 한국어를 자랑하고 싶었으 나 신랑은 말없이 운전만 했습니다.

낯선 풍경 속을 달리기만 하던 차는 어딘가에 멈추었고 ,그곳이 휴게소라는 것을 그녀는 읽을 수 있었지요.
신랑을 따라 내리자 코를 찌르는 음식 냄새가 갑자기 허기를 불러 왔습니다.
신랑은 그녀를 보며 화장실 쪽을 손으로 가리켰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조그맣게 말했습니다.
-배...고파요 -
신랑의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한국어 할줄 알아? -
-배웠어요, 많이 많이...-
신랑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식당 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녀는 메뉴를 읽을 수 있었고 음식 이름을 말했습니다.
근데 신랑은 기뻐하는 빛이 안 보이고 표정이 더 어두워졌습니다.

또 아무 대화도 없이 차는 달려, 어둠이 깊은 한 밤이 되어서야 경상도 어느 마을에 당도했습니다.
그녀를 맞이한 것은 나이 많은 여인 두 사람과 남자 아이 두 명 이었습니다.
그녀는 거실에 앉았고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말이 귀에 들려 왔습니다.
-머라꼬?
쟈가 우리 말을 할 줄 안단 말가? -
-모르겠다카이,  쪼매 아는갑는데 나도 모리겠다-
-말을 을매나 알아듣는지 알아봐야 안카나?
어채피  인자 다 알낀데 빠를수록 좋다카이 -
-그러다가 저 윗말 새댁 처럼 도망가 삐면 우짜노?-
-이 마을에서는 도망 몬간다,말 시키보
보그라!-

그녀는 자기 귀에 들려오는 말의 내용 들을 하나도 알아들을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눈물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꾹 누르고 있었고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는 두 사내아이들이 자꾸 마음에 걸렸습니다.
여자 한 명이 그녀를 불렀습니다.
-베트남댁아! -그렇게 불렀기에 자신을 부른 것을 알고 그녀는 그 여인을 쳐다 보았지요.
-니는 인자 여기 내 동생한테 시집왔으 니 내 올켄기라,
앞으로 올케라고 부를낀데 내 말 알아 듣겄나? -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고 사람들 은  그녀가 말 뜻은 아직까지는 잘 몰라 도, 의사 소통에는 불편이 없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일 년 동안 정말 열심히 한국어 를 공부한 것을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았고 남편은 이제 얼굴도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보그라!
여 있는 아 둘이가 인자 니 알라들이 데이 , 니 신랑 아니까 당연히 니가 엄마제.
친엄마 맨키로 보살피주고 그랗게해야 된데이-
이게 무슨 말일까요?
내 아들?
남편은 아예 몸까지 돌려 버리고 두 아이는 고모의 지청구에 꾸벅 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럴수가 없었습니다.
남편의 아이라니?
그럼 남편은 자신과 가족들을 모두 속이 고 결혼한 것이 됩니다.
그녀의 가슴은 터질 것 같았고 가슴속에 서는 온갖 말들이 터져나올듯 했습니다.
아이들은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고모들 도 일어섰습니다.
-맹색이 첫날밤인데 좋은 꿈 꾸그라,
합환주도 나눠 마시고 잘살 생각하고 자그라.
냉중에 좋은 날 잡아 여서 혼례식도 해야 될끼구마.
딴 생각하믄 못씬데이 -

고모들이 다 가고 난 뒤 남자는 일어서 서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녀는 속았다... 도망쳐야겠다는 생각 조차 못하고 휑한 빈 공간에 그렇게 앉아만 있었습니다.
부자 나라 한국에 와서 남편에게 사랑 받고 ,이쁜 아이들을 낳고 또 시간이 지나면 공부해서 대학도 가고 돈도 벌어 베트남에도 보내고...
그것들을 이제 꿈꾸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그녀는 알았습니다.
이미 자신에게는 낳지도 않은 아이들이 생겼으니까요.
베트남에 두고 온 동생들의 나이와 비슷 한 나이의 아들을 둘이나!
그녀는 그렇게 앉아 밤새 울었고 남편은 내다보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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