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경렬
ㆍ작성일	2015-11-11 00:06

ㆍIP: 61.xxx.81

그녀의 로망
그녀의 로망

김 경 렬

푹푹 찌는 폭염으로 한 줄금 소나기가 그리운 날이었다. 종일 돌아가던 선풍기도 더위를 먹었는지 더운 바람을 토하고 있다. 냉커피 한 잔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는데, 벼란간 어린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왼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목발을 한 체 벽에 기대어 울고 있던 아이는 문을 열자 울음을 그치고 한손으로 얼굴을 훔치고 있었다. 상담실로 아이를 데려왔다. 아이는 얼음물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두리번거리더니, 대뜸 ‘울 엄마 좀 찾아주세요’ 한다. 초등학교 일학년인 민규는 건강하고 잘생긴 듬직한 아이였다. 병원에서는, 집에서 통원 치료를 해도 된다고 퇴원하라고 했는데 엄마는 입원해 있으라면서 매일 낮에는 나가서 저녁때까지 돌아다닌다고 엄마가 이상하다는 것이였다. 엄마는 직장도 없이 매일 집에서 논다고도 했다. 아이를 병실로 데려다주고 담당 간호사를 만났다. 간호사는 환자보다 보호자가 더 걱정이라고 하지 않는가? 환자가 아니어서 상담 의뢰도 할 수 없어서 고민 중이라고 했다.

환자보다 보호자를 특별 케어를 해야 할 때가 종종 있는 일이다. 그 것이 환자를 위한 배려이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을 듣고는 황당한 사실에 놀라서 가슴이 답답했다. 민규가 너무 불쌍했다. 상담실에 돌아와 한참을 고민 하다가 신경정신과 교수를 만났다. 차를 한 잔씩 앞에 놓고 민규 엄마의 이상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 드렸다. 정신과교수는 약물 치료가 시급한 것 같다고 하면서, 그전에 자세한 검사를 해봐야 합당한 처방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문제는 갑자기 정신과치료를 받아야하는 이유를 본인이 납득해야 하므로 상담부터 시작하여 함께 노력해 보자고 하였다. 민규에게 엄마를 모시고 오도록 하였다. 이튿날 출근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민규는 엄마를 데리고 들어 왔다. 민규를 병실로 보내고 대화를 시작 하였다. 만나야 할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바쁘다고 하면서 그 때문에 민규를 퇴원 시키지 못한다고 한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집에 가면 민규를 창밖으로 집어 던지고 싶어지는데 여기서는 그런 마음이 들지 않으니까 좋은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깜짝 놀랐다. 그녀는 아이가 어릴 때 아기와 함께 창밖으로 뛰어 내리고 싶은 충동이 여러번 있었다고 했다. 엄마를 바라보는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면 차마 그럴 수 없었으며 막상 아래를 보면 무서워서 뛰어 내리지 못했다고도 하였다. 그 후에도 아이를 던져 버리고 싶은 마음이 한 두 번이 아니였다고 하였다. 산후 우울증이 심한것 같았다. 누구를 무슨 일로 왜 만나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대답을 못하고 주춤거렸다. 알고 보니 모두 의사선생님과 병원 직원 들이었다. 병원 내에서 우연히 눈만 마주쳐도 자기를 만나야하는 신호로 착각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선생님 만나기위해 진료실 앞에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과대망상증까지 있는 것 같다. 심지어 민규 병실에 입원한 청년이 혼자 있는 것이 불쌍하다고 밤이면 그 환자 베드에서 잠을 잔다고 했다. 잠에서 깬 청년이 놀라서 간호사에게 신고를 하기도 여러 번,결국 병실을 옮겼다고 하였다. 친정어머니가 자기를 정신과에 입원 시키려고 해서 싸웠다고도 하였다. 남편은 어떠냐고 물었다. 남편은 고아로 한글도 모르는 천치라고 하면서 화물트럭 운전을 하기 때문에 집에는 월급날만 온다고 했다. 남편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오로지, 가족을 위해 열심히 돈을 버는 사람에 불과했다. 그는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는 다 멋있다고 하였다.

소설에서나 있는 일이 내 앞에서 현실로 다가왔다. 어릴 때 자라온 성장기를 들어보았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머리가 좋아 성적은 항상 5등안에 상위권이었다. 돈이 없어서 오빠만 대학을 보내고 대학입시에 합격을 하고도 등록금을 내지 못해서 대학을 포기했다. 홧김에 집을 나와 이리저리 헤매다가 아는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 후 남자는 꼴도 보기 싫었는데 혼기가 되어 집에서 시집을 가라해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고 했다. 혼자 몸으로 열심히 저축하여 집도사고 통장도 두둑하였기에 결혼해보니 일자무식 이었다. 그녀는 아이까지 생겨 자포자기로 살고 있었으며 삶에 대한 꿈도 희망도 재미도 없다고 하였다. 심지어 어미로서의 도리마저 망각하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민규는 엄마의 심각한 상태를 눈치챈듯 이상한 병에 걸린 것 같다고 도와 달라고 하였다. 민규아빠는, 못난 남편 버리지 않고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하여 듣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그녀는 남편과 정신과에 진료를 끝내고 약물 치료와 상담 치료를 함께 받기로 하였다. 담당 교수는 검사 결과 우울증 윗단계인 조울증이라고 알려주면서 상담 결과를 공유하고 사람하나 구해 보자고 했다. 조울증은 기쁨과 슬픔의 기분이 반복되고 우울해지는 감정 기복이 심한 정신병으로 자살을 쉽게 할수있는 병증이라 하였다. 진심으로 걱정해 주시는 인본주의 교수님을 만나게 되어 천만다행 이었다.

민규 아빠는 장거리 화물 운송을 당분간 피하면서 가정을 위해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아이를 돌보며 무엇보다 자기의 무관심이 낳은 결과라 생각하고, 아내에게 심혈을 기우려 애를 쓰고 있는 것 같아 다행 이었다. 민규는 퇴원을 하였고 민규 엄마는 일주일에 한번 씩 남편과 신경정신과 상담을 받기 시작 하였다. 상담이 끝나면 내게 와서 그동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세세히 털어 놓았다. 점점 마음이 안정 되면서 그동안 자신이 했던 행동들이 잘못된 것 이라고 느끼기 시작 하였다. 민규를 아파트 창밖으로 던지고 싶었던 그때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고 하였다. 이제부터는 민규에게 더 잘해 줘야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금은 남편이 고맙고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민규네 집으로 서서히 서광이 비추고 있었다.

몇 주가 지나도 오지 않았던 민규 엄마가 찾아 왔다. 오자마자 약을 끊고 싶은데 교수님이 않된다고 했다면서 씨근대고 있다. 본인은 다 낳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병은 뿌리를 뽑아야지 반짝 좋아진다고 다 낳은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몇 가지 사례를 들려주며 가정의 행복은 주부로부터 시작됨을 일깨워 주었다. 6개월이 지나면서 서서히 약의 수량도 줄이면서 상담도 종결 되었다. 1년후 신경 정신과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이제는 소화제와 위장 보호제를 처방하고 있는데 적응을 잘 하고 있으니 안심해도 될 것 같다면서 그동안 협조해 줘서 고마웠다고 하였다. 멋진 신경정신과교수님! 그녀가 진료를 잘 받은 건 순전히 교수님이 미남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시는지... 그녀는 아직도 잘 생긴 남자가 로망이랍니다.

백낙은 2015-11-11 11:49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 작가님. 참으로 멋지십니다. 어떤 사람이 "목사와 의사는 하나님이 쓰신다"고 말 했는데 거기에 상담가를 하나 더 포함하고 싶네요. 그 신경정신과 선생님의 미모도 한 여인과 그 가정을 살리는데 한 몫을 했고요. 모두 합력하여 선을 이룬겁니다. 거기에 멋진 상담가도 있고요. 감동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며칠 후에 다시 한번 읽어야 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화이팅입니다.

노복선 2015-11-15 11:56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성격이 삐뚜러진 사람들이 거의가 성장기에 환경에서 온다는 것을 저도 주변에서 본 적이 있는데 약물치료 상담치료도 일시적이고 거의가 달라지는게 없더라구요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맞는 거 같아요 글을 읽으며 마음이 짠 하네요 그분은 지금 행복한 삶을 사셨으면 좋겠네요

김경렬 2015-11-13 23:44	위원장님! 답글이 날라버려 다시 씁니다. 그리 생각해 주시니 감사하고 황공할 따름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제가 뻔순이 같습니다. 신경정신과 선생님이 참 훌륭한 인성을 가진 분이라 오래 도록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졸작을 함께 해 주시고 덕담을 주시니 힘이 됩니다, 건강 하시고 늘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김경렬 2015-11-16 21:23	노복선 시인님! 날씨가 추적거려서 휠드는 어떠셨을까? 감기가 떠도는 계절이 왔어요 노시인님! 건강 하시고 서재에 시향 가득 피우시기 바랍니다.

( 4 부 )

언니를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