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정찬열
ㆍ작성일	2017-08-19 20:19

ㆍIP: 61.xxx.168

주석론(酒席論)

주석론(酒席論)
[有酒學譔無酒學佛] 유주학선 무주학불=술이 있으면 신선을 배우고 없으면 부처를 배운다.
라는 말이 있다. 이 세상이 술이 없다고 생각해보자, 인간사 즐거움을 누리는 한 축이 없어지는 것이나 다른 바 없다. 매사는 장점이 있으면 또한,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술로 인해서 되지 않는 일도 풀리게 할 수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술로 인해 화근을 불러오는 예가 많았다. 술로 인한 역사의 뒤안길을 여러 곳에서 담아온 선인(先人)의 글을 옮겨보기로 한다.

조선의 숙종(肅宗)임금은 “한번 술을 권하는데 백번 절을 하는 것은 술의 재앙(災殃)의 무서움을 알리고자 하는 것을 주배명(酒杯銘)”이라고 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학자들도 대체로 술의 폐해(弊害)를 이렇게 말했다. 19세기의 이남규(李南珪)는 이황(李滉)의 주계(酒戒)를 베껴 아들에게 주면서 “창자를 썩히고 본성을 미혹시키고 몸을 망치고 나라를 뒤엎는다. 내가 그 독을 보았는데 너 또한 그럴 것이냐”라고 하였다. 박지원(朴趾源)은 후배 유득공(柳得恭)에게 “유(술병:酉)에 졸(죽음:卒)을 합하면 취(취할:醉) 자가 되고 생(生:삶)을 붙이면 성(깰: 醒)자가 된다.”며 술을 조심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애주가(愛酒家)들의 항변도 그칠 줄 몰랐다. 이규보(李奎報)는 국선생전(麴先生傳)에서 “우울하던 임금도 성(청주:聖)이 들어와 뵈면 비로소 크게 웃었다고 적었다. 그런가 하면 이태백(李太白)은 만고의 시름을 잊으려 술잔을 들었고” 삼배 통대도(三杯通大道: 석 잔이면 도에 통하고) 일두합자연(一斗合自然: 한 말이면 자연에 화합)한다. “며 술을 극찬했다고 한다.

조선시대(朝鮮時代) 금주(禁酒)령 이 심했던 때 세종(世宗)대왕의 주계(酒戒)를 보면 “술의 화(禍)가 어찌 곡식을 축내고 재물을 소비하는 것뿐이겠는가! 안으로는 마음을 어지럽히고 밖으로는 바른 모습을 잃게 하여 혹 부모의 봉양을 폐하게 하기 도 하고 혹 남녀의 분별을 어지럽히기도 한다. 크게는 나라를 잃고 작게는 본성을 해치게 하니,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어지럽히고 풍속을 무너뜨리는 것을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 술로 인한 화(禍)가 끝이 없다며 세종대왕을 비롯한 제왕들은 대체로 술의 독을 경계 했다.

또 박지원(朴趾源) 유득공(柳得恭)과 함께 놀았던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끌러 술을 사준 백동수를 호쾌한 남아(南兒)라 칭하며 기렸다. 애주가들은 여전히 지상에는 없는 주국(酒國)의 주민이기도 했다. 이규보는 술 동이에 이렇게 적었다. “네가 품은 것을 옮겨, 사람들 배속으로 들인다. 넌 가득 차면 덜어서 넘치지 않는데, 사람들은 가득 찬 줄 모르고 쉬 꼬꾸라진다.” 비틀비틀 고꾸라지는 술꾼은 술의 길을 이미 잃은 취한(醉漢)이다.

정약용(丁若鏞)도 술잔에 이렇게 다짐했다. [고명(䉉銘)에서]
일일절재기(一日節在器:하루의 절개는 전(餞)에 달려 있고),
백 년 지절재지(百年之節在志:백 년의 절개는 뜻에 달려 있다)
기람 즉 출(器濫則出:잔은 넘치면 흐르나),
지황 즉 취(志荒則醉:뜻은 거칠면 취한다.)
인생이라는 빈 잔에 무엇을 채울 것인가. 뜻과 의지를 채워 삶이 충만할 수 있기를 바란 것이 정 약용의 바람이었다고 한다.

허균의 술잔 나라에 가면, 술꾼들이 뽑은 어떤 어른이 정사(情史)를 펼친다. 술 분위기가 약하면 그 무태만의 냉관(冷官)이 되고 지나치면 가혹한 정치를 휘두른 열관(熱官) 이 되고 만다. 그렇기에 녹사(錄事) 라는 관리 하나를 거느리는데, 이 사람은 재치가 있거나 음률에 밝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주량이라도 남보다 커야 한다. “술꾼도 지킬 것이 있다. 술잔을 따지지 말고, 술맛으로 시비 걸지 말고, 시(詩)를 지을 줄 알아야 하고, 취하더라도 술을 엎질러서는 안 된다. 눈빛이 난폭한 기운을 띠는 광화(狂花) 몇 잔에 눈꺼풀이 풀리는 병엽(病葉) 행실과 언사가 저속한 해마(害馬) 는 이 나라에서 축출되어야 한다고 했다.

예전에 술을 즐겨 할 때는 무심코 넘겼던 주석론(酒席論)이다, 사업하려면 술을 마실 줄 알아야 한다. 술을 못 마시면 사업도 인생의 가는 길도 외롭다는 것이다. 나 역시 젊은 시절 얼마나 많은 술자리를 자주 하여 위염과 위궤양에 시달리지 않았는가? 지금이야 그때처럼 마시고 싶어도 나이도 나이지만 사고 이후 8년 넘게 먹은 독한 진통제에 위가 많이 헐어 위장약에 매달리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으니 건강이 밭쳐 주어야 술을 마시고 술을 마시는 사람은 건강이 허락하니까 마시는 행복이다. 술을 못 먹는 사람에게는 이런 주석(酒席) 문화가 없다.

백낙은

2017-08-19 20:58

`정찬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정찬열 작가님. 안녕하세요.
저는 술을 안 마시기도 하지만 못 마시는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우리 기독인들이 대부분 술이 없기 때문에 관용도 없고 아량도 없다고 생각하곤합니다.
작가님의 주석론(酒席論)을 읽고 보니 적당한 음주문화가 기독교에도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돈도 그 자체가 악한 것이거나 선한 것일 수 없듯이 술도 중성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할 것이라 여깁니다.
문제는 얼마나 적당량으로 자제할 수 있는가 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술 소비량이 세계 최고라고 하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작가님의 주석론을 보고 많은 사람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주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건강 유념하시고 보람된 나날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정찬열	황우 분과 위원장님 서재를 밝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한때는 남한테 뒤질줄모르게 술을 좋아하던 시절 그때는 몰랐습니다. 요즘처럼 술을 멀리하니 절실해지는 한가닥 아쉬움이였나 생각해봅니다. 한주도 건안 하시고 활기넘치는 시간 되시길 기원 드립니다.	8/20 22:36

이석희

2017-08-20 10:45

`정찬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술주자가 앞에 우뚝 자리를 잡으니 눈이 번쩍 하고 뜨입니다.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저의 술 이야기는 고상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그저 잡다한 뒷골목 이야기일 뿐입니다. 삶의 중간 쯤에 외도를 하느라고 영업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만 하여도 술로 영업을 하던 시절이었어요. 하룻밤 술판이 끝나면 그 다음날에는 한 트럭이 출고되던 때입니다. 물론 대접도 많이 받았지요. 참 호랑이 담배 피우던 날의 이야기이지요. 퇴근은 다음 날 새벽에 하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사람 되었습니다. 금주 선언 한지가 이제 겨우 1년 반인데도 큰 소리니 참으로 터무니 없는 사람이라고 자조 합니다. 좋은 정보와 교훈도 많이 얻었고 유쾌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이젠 써 먹을 곳이 없으니 그게 아쉽습니다. ㅎㅎㅎㅎ 건강하세요.


정찬열	이석희 작가님 감사합니다. 저역시도 한때는 남한테 빠지지 않는 술꾼이였습니다만 술을 끊어야하는 사람 마다 나름의 연유가 따르기때문이지요 작가님께서도 선비타입이신데 그토록 술에대한 저력이 있으신줄 공자앞에 문자 쓰는것 같아 송구합니다. 늘 건안 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8/20 22:42

김상화

2017-08-20 17:45

`정찬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반갑습니다. 전찬열 작가님
오랜만에 뵙네요
저는 선천적으로 술을 못 마시는 체질로 타고 낳나 봅니다
무슨 술이든 한 잔만 마시면 온몸에서 열이 나고 얼굴이 홍당무가 됩니다
그래서 군에 있을 때 술을 배우려고 소주 반병을 마셨다가 기절을 했답니다
그 뒤 의무대에서 3일간을 입원하고 나왔지요
아무리 술을 배우려고 노력해도 되지 않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술을 잘 마시는 친구들이 늘 부러웠지요 ㅎ
술을 못하니 주법이라든가 술이 몸에 들어가면 얼마나 황홀한지
혹은 괴로운지를 모르고 삽니다
정찬열 자가님
이젠 가을이 왔나 봅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찬바람이 볼을 스칩니다
환절기 건강 유념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정찬열	김상화 작가님 무더운 여름 고생많이 하셨지요 작가님께서는 군대서 배우다 못배운 술이야기기가 어쩌면 제가 담배를 배우려다 끝내 못배우고 만 격이군요 사람에 따라 채질이 따라주지 못하면 그렇수도 있겠지요 모든것이 다 그러지만 술이라는게 조금 먹기 시작 하면 대부분 빠르게 느는것이술이지요 아무튼 술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않 하신것이 건강상 바람직하지요 늘 산행을 즐겨하시다보면 일행들의 술파티가 때로는 부러울 때도 있으셨겠네요 허잡한 글 함께 해주시여 감사합니다. 조석으로 선선해진 늦여름에 건강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8/20 22:52

김종덕

2017-08-21 12:25

정찬열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술에 대한 지켜야 할 사항을 전례를 들어 깊게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술이야기를 이젠 끝을 낼까하고 생각합니다. 술은 예로 시작하여 예로 끝나야한다는 것이 저의 주장이고, 또한 술은 그 물성을 지켜주어야 몸이 상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결국은 마시는 사람의 뜻에 달려 잇겠지만 술은 원래 취하기 위하여 마시는 것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도 더불어 하고 싶습니다. 작가님께서 중하게 하신 말씀들이 모두에게 잘 전달 되었으면 합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정찬열	물길 김종덕 작가님! 작가님께서 적나라하게 수에관한 많은 지식에 감사히 가슴에 담았었습니다. 저는 솔찍히 논리적으로 술에대해 잘알지를 못합니다. 그저 역사적으로 先人들의 훌륭한 술에대한 대목을 옮겼을 뿐입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8/22 19:37

러시아 古稀여행[첫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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