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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은경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은경
ㆍ작성일 2015-01-16 17:04
ㆍIP: 211.xxx.28
아들의 눈물, 엄마의 아픔
     
전국대회 준비를 위해 동계 훈련을 떠난 아들을 보러 의령을 다녀온 것이 며칠 전입니다.
남편이 평일에는 시간을 내기 어려워 주말을 이용해 어려운 짬을 낸 것입니다.
형편이 비슷한 두 분 어머니께서 함께 동행하셨습니다.
한 분은 선배의 어머니이고 한 분은 동료 어머님이신데, 게임 시간에 맞추기 위해 새벽부터 서둘렀습니다.
동병상련이라고, 운동하는 아들을 둔 부모 입장은 대개 비슷한 가 봅니다.
자식에 대한 걱정을 같이하는 까닭에 서로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 가는 동안은 걱정도 잠시 잊고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1박 2일, 아들의 경기를 지켜는 내내, 마음은 그리 가볍지 않았습니다.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잘 있다 왔으면,-  이런 걱정은 운동하는 자식을 둔 모든 엄마의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다녀 온 지가 바로 며칠 전입니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카톡의 신호음이 울려서 보니 의령에서 훈련 중인 아들이 보낸 메시지입니다.
게임이 끝나고 막 숙소에 도착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의례적으로 묻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오늘 게임은 어땠니? 잘했고? 실수는 없었겠지, ”
녀석은 긍정적인 편이라 당연히 “응 엄마 나 잘했어요, 칭찬도 받고, 이런 대답을 기대했는데 뜻밖에도,
“아니, 못 했어, 내가 실수해서 한 골 먹었고,”
뭐라 답을 해야 하나, 망설이는 사이 두 번째 카톡 음이 울렸습니다.
“엄마 지금 너무 힘들어요, 하려 해도 잘 안 되고, 요즘 너무 힘들어요, 운동이 힘든 게 아니라
실수로 혼나는 것도 힘들고 스트레스야 자존심도 너무 상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이 미리 찍어둔 동영상을 보는 듯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문자로 할 사안이 아니라 생각되어 물었습니다. 통화가 가능하냐고,

전화벨이 울려서 받았더니 옥상으로 나왔다고 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거냐? 왜 그래, 뭐가 힘든 거야? 다급한 마음에 정신없이 물었습니다.
잠시 침묵 후, 수화기 너머에서 뜻밖에도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흐느끼느라 말도 잊지 못하고,
뜻밖의 아들 울음에 제 가슴도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한참을 망연자실했습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한참을 울게 한 뒤, 정신을 추슬러 물었습니다. “왜 그래? 무슨 일이 있는거야? ”
아들은 요즘 들어 짜증이 나고 뭘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자신도 답답하다는 하소연을 하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마음이 놓였습니다. 큰일이 나진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어서입니다.

한참 동안 아들이 하는 얘기를 묵묵히 들으며 생각했습니다.
온실에서 키운 아들이 힘든 고비를 만난 셈이고, 나약함을 극복하지 않고는 앞날이 험난하겠다
생각이 들어, 좀 더 강한 아들을 만들지 못한 자신을 반성하며 한참을 타일렀습니다.
-지금부터 시작이고 전쟁이다. 혼자 싸워 이기고 살아남아야 한다. 아무도 도울 수 없다.
벼랑에 떨어지면 기어서라도 올라와야 하고, 물속에 빠지면 지푸라기를 잡고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도, 혹시 엄마가 잔소리한다고 생각지나 않을까 신경이 쓰였지만 예상외로 순순히
엄마의 얘기를 받아들여줘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울음으로 시작한 아들과의 대화는
-아들 힘내자 파이팅!- 이렇게 좋게 마무리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엄마로서의 기우에서 제 생각을 다시 정리해서 카톡을 보냈습니다.
아들이 곧장 답을 보내왔습니다.
“알았어요, 이런 모습 보여드려서 정말 미안해요, 다시 열심히 해 볼게요, 엄마,”
“너는 할 수 있다. 절대 자신감을 버리지 마라, 도전해 보자, 엄마가 열심히 응원할게,”
그날 저녁 아들과 저는 많은 문자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상처를 달랬습니다. 이게 엄마와 아들인가 봅니다.

언제 또다시 흔들리는 순간, 어려운 고비가 닥칠지 모릅니다.
아마 앞으로 더한 고개도, 넘어야 할 높은 산도 수없이 많을 것입니다.
무엇을 하든, 어떤 길을 가던, 평탄함 만이 있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엄마, 맘 편히 쉬세요, 엄마 아들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해 볼게요, -
녀석, 눈물로 엄마를 아프게 하더니, 어느새 엄마의 아픔을 달래고 있네요,
그래서 저는 충분히 행복합니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5-01-17 15:58
회원사진 		동계훈련중인 아들면회를 다녀 오셨군요
자식의 고통이 하나면 부모의 고통은
열 이된다는 걸 자식들은 모르겠지요
이은경 작가님의" 아들의 눈물과 엄마의아품"
참신글 잘살피고 갑니다.
주말입니다. 편안하시고 즐거운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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