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문인협회 -시 (詩)

ㆍ작성자	노복선
ㆍ작성일	2016-03-07 15:23

ㆍIP: 116.xxx.43

목마 버스
노 복선

뜨문 뜨문 오는 시골 버스 정류장
이곳에선 시계나 전광판을 보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면
버스가 도착할 시간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태우고 떠나버린 시골 정류장은
휑하니 적막함이 흐른다

버스를 놓쳐 버린 칠순 노모는
조바심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양지바른 곳에 칸막이가 처진 정류장은
적당히 바람은 막아 주고
의자에 앉아 따사로운 햇살을 쏘이고 있다

한참이나 시간이 흐른 후
간난이 어디 가려구?
또래 노모가 다가오며 말을 건넨다

여름내 햇빛에 그슬린 얼굴은 겨울이 다 가도록
구릿빛 색이 아직 벗겨지지 않은 얼굴이다

오일장 가려구...
햇살이 쏘는 화살에 눈이 따가워 미간을 찡그리며 환하게 웃는다

웃음진 눈가에 골이 깊어지고
촘촘하게 구겨지는 주름진 얼굴이지만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다시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여들고
장날이라 그런지 노인들의 수가 많아지고
서로 인사를 나누느라 시끌벅적 하는 사이 버스가 다가온다

사람들이 다 타고 떠나려는데
허리가 몹시 굽고 유난히 휘어진 다리때문에
뒤뚱거리는 모습의 팔순 노모가
손을 저으며 숨 가쁘게 뛰어온다

노모는 뛴다고 열심히 뛰지만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
걸음마 수준이 안타까워 고개를 빼고 내다본다

마음씨 좋은 기사 아저씨가 운전을 멈추고 노인을 기다려준다
아주 느리게 오르는 동안
기사 아저씨 얼굴을 훔쳐 보았다

도시의 성미 급한 기사님과 승객에 길들였기에
눈치 보기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조심스레 지켜보는 눈길들이
모두가 한결같은 마음이라는 게 시야에 들어온다

학생이 양보한 자리에 앉으니
버스는 달린다

덜거덩 덜거덩
버스는 고물이고 길도 고물이다

처음 이사 와서 조그만 버스가 뒤집힐까
손에 쥐가 나도록 꽉 잡았던 손잡이가 어느새 느슨해져 가고 있다

마치 목마를 타는 기분으로
덜컹거림을 즐기며 몸을 맡기고 있다

버스는 목마를 탄 숙녀들을
가득 태우고 달리고 있다.

후기...

운전을 할 줄 몰라 주위에서 늘 하는 말이
참으로 신기한 일이야
그 성격에 운전을 안 배웠다니...

요즘은 글을 쓰다 보니 이제는 운전을 안 배운 게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래도
차가 없다 보니 많이 걷게 되어 건강에도 좋고
걷다 보면 사소한 것들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마 운전면허증이 있었다면 시골로 이사 오며 차를 샀을 것이고
시골 버스정류장의 여유와 낭만을 그냥 지나쳤을 테고
이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내게 주어진 이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2016년 2월 28일 눈이 오는 날에...

원영희 2016-03-07 20:13	한 편의 소박한 영화를 보는 듯 합니다. 좋은 곳에서 고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노 시인의 고운 얼굴도 눈에 선 합니다.

박명갑 2016-03-07 20:21	멋진 글을 오랜만에 봅니다. 시인의 눈에 비친 장날의 모습이 시인님의 고운 마음씨 마냥 비춰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여관구 2016-03-07 21:20	시골 장에가기 위하여 보따리 보따리 이고 버스를 기다리는 시골의 풍경이 그려 집니다. 이 버스를 놓히면 장에는 갈수가 없기 때문에 학수고대 기다리는 버스 시골장날의 풍경이 눈에 선합니다. 시인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소서.

김희선 2016-03-08 13:35	시골장이 열리는 날 버스 정류장 풍경을 섬세하고도 정겹게 그려놓으셨네요.. 서두를 것도 눈치를 볼 것도 없이 그렇게 편안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타는 시골 버스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고운 글에 담겨있는 그 마음이 제게로 전해져서 행복해집니다. 행복한 봄날들 되세요.~노복선 시인님^^*

정찬열 2016-03-08 16:03	노복선 시인님"목마버스" 곱게 지피신 시골풍경 눈에 선하게 그려주신 글향에서 함께하다 떠납니다.^^ 봄생기 넘쳐나는 행복한 봄날 되세요^^

김광섭 2016-03-09 11:58	목마 버스 ^^** 곱게 내린 詩 공감합니다 기온차 심한 요즈음 건강 유의 하시고 행복 가득 즐거운 하루되세요. 노복선 시인님!

배정이 2016-03-11 15:46	소박하면서 정겨운 글 고맙게 보고 갑니다. 노복선 시인님, 바람이 많이 붑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하고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김경렬 2016-03-12 05:29	시인님의 고운 마음과 순수함이 그대로 녹아있는 "목마버스" 시골 버스 정류장의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 집니다. 따뜻한 정을 느끼는 시향에 제 마음도 훈훈해 집니다. 즐감하면서 미소 한바구니 놓고 나갑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곽철재 2016-03-12 08:32	마치 3~40년 전의 시골 풍경을 보는 듯합니다. 모두가 여유있고 정겨우며 느릿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휴일 아침에 낙넉한 마음을 가지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해진 마음으로 잘 감상하였습니다. 노시인님. 늘 평안하시고 행복하세요.

이정규 2016-03-13 15:06	노복선 시인님 ~~ 올려 주신 옥고에 즐감하고 갑니다. 휴일 잘보내시고 강건 하십시요, 행삿날 대전에서 뵙겠습니다 ^^

주응규 2016-03-14 08:46	곱게 지피신 글향 가슴에 내리받아 피워봅니다 봄이 피어납니다 행복도 시인님 가내에도 가득 깃드시길 빕니다 이번주가 문협행사가 있는 주네요 함께하기를 소망합니다 춘삼월 웃음꽃 만발하시고 건강하십시요^^

장춘희 2016-03-14 21:02	시인님이 보는 모든 것이 시제가 되나 봅니다. 서울살이를 뿌리치고 전원마을에서 자연과 여유자적한 삶 또한 모두가 시제가 되나 봅니다. 시골마을 여행 잘 하고 갑니다.

안정순 2016-03-15 20:47	노복선시인님께서는 귀촌을 하셨나봅니다. ㅎㅎ 얼마나 좋으신지요! 맑은 공기 맏으며 살아가는 재미가 쏠쏠하시죠!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오일장도 있구요 저도 그런 곳에서 사는지라 공감합니다. 편하신 밤 되시고 감사히 다녀갑니다.

박정근 2016-03-18 22:01	노복선 시인님 곱게 내려주신 글향에 감사히 머무릅니다 모쪼록 시인님께 찾아온 아름다운 봄 맘껏 누리시며 늘 평안속에 향필 이루시길 기원드립니다 행사에서 반갑게 뵙겠습니다~~^^

박미향 2016-03-21 02:57	오랫만에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진현화 2016-03-23 09:03	시골버스..어릴적 외갓집 생각이 나네요 잠시지만 기억을 뒤져보는 시간을 주어 감사히 배독합니다

조한직 2016-04-15 21:09	노복선 시인님 남들이 놓친 시간을 모두 줍고 계시군요. 걷다 보면 눈에 띄이는 것들도 많고 건강에도 좋고 시상이 풍부해지는 것이 사실일 겁니다. 저도 가끔 산길을 걷다보면 그럴때가 있어서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하나를 줍곤 합니다. 행복한 밤 되세요.

홍대복 2016-05-05 21:03	시인님! 오월의 싱그러운 바람이 전해주듯 시인님의 결 고운 시향은 마치 오월의 장미향처럼 그윽하게 마음을 적십니다 늘 건강하심과 시향 가득 피우시는 행복한 계절이시길 빌어봅니다.

성경자 2016-05-08 19:42	안녕하세요~ 인사드립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뵙지는 못하지만 서재에 머물며 행복 한 아름 가져갑니다 늘 건강히 지내시길 바랍니다.

김선목 2016-05-19 23:14	노복선 시인님! 안녕하세요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 버스를 타고 살아가는 여유로움 대중교통으로 살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은 교통 수단이 어디 있겠습니까? 안전하고, 사고낼까 걱정없고, 바쁘다고 난폭운전 할일 없고, 삶의 여유를 즐기시는 시인님! 멋진 글 시골 모습을 회상해 봅니다 좋은 계절에 행복 가득하십시요. 노복선 시인님!

전쟁과 할머니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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