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문인협회 -시 (詩)

ㆍ작성자	류상필
ㆍ작성일	2014-11-15 22:31

ㆍIP: 180.xxx.76

새끼를 꼬면서 외

새끼를 꼬면서

육십 단의 볏짚으로
생의 비단을 짜야 한다.
천상에 이르는
생명의 동아줄을 엮어야 한다.

맑은 샘물을 길어
허기진 영혼의 정수리에 붓고
심신의 허물을 벗어 가꿈으로
세파를 헤쳐나갈
힘과 용기를 얻으리오

운명의 손과
현실의 손이
줄기차게 엇갈리고
적절히 융화되어
윤택한 삶의 상승을 도울지니,
매 순간
순간
열과 성을 다하여라

내가 준비한 생명줄에
의지하여 돌아가는 날
가장 높으신 이에게
가장 빛나는 생의 비단을 선사하자.

만년필 잉크를 채우며

가을 깊은 밤
홀로 깨어 만년필 잉크를 채운다
양은 대야 한가득
맑은 물을 받아 놓고
일 년 남짓
망각의 서랍 속에 버려뒀던 만년필

찌든 튜브의 내장을 우려내며
30여 분
새 잉크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며
떠 올려 보았다.
내 영혼의 창을

하루 두어 번 손과 발
얼굴은 닦으면서
보름에 한 번 거울은 닦으면서
하물며,

스스로 미안함에
관자놀이 툭툭 치며
새삼 다짐해 보는

최소한
만년필 잉크를 채우는 날
나를 꺼내 닦고 손질하는 날.

산촌에 깃들어

해 밝은 동남향 집
탱자나무 울타리에
명랑한 산새들의
아침 인사 정다운 곳

우애로운 형제자매
친구들 웃음소리
앞 개울에 첨벙대고
뒷산 자락 흔들어도

흉볼 이 하나 없는
산촌에 깃들어서
여남은 세월을
청풍 옥수로 흐르고자.

목공예

제 운 다해
널브러진
산곡(山谷)의 고사목을
그 무슨 보물인양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눈에 채인 인연으로
어렵사리 데려다가
털고 닦고 도려내며
이 궁리 저 궁리

주야로 공을 들여
생기를 불어 넣니
오!
세상 하나뿐인
유정한 생명

행여
나와의 연이 다 하더라도
어울리는 자리찾아
천 년 목숨 잇겠네.

내가 아는 시는

내가 아는 시는
삶의 미각을 돋우는 별미요
생기로운 영혼을 위한
깨어있는 나를 위한
특별한 영양 간식
있음으로 유익한 기호품

내가 아는 시는
가을밤 하늘의
밝은 달을 에워싸는
구름 새로 반짝이는 작은 별.
즐겨 듣기론
청아한 팬플릇의 음색 같고
하얀 구름 감도는
떡갈나무 숲 속의 푸른 옹달샘.

내가 아는 시는
날 선 머리로 기획하고
또 다른 머리로 재해석하는 난해한
지식 아닌 서정과
암송되지 않는 방언들의 조합
엉터리 낙서 아닌 나만의 일기
듣고 따라 부르며
함께 호흡하는
대중의 노래 같은
오감의 동영상

내가 아는 시는
아름다운 시 한 구절
슬픈 가락 한 소절에
목이 메는
가슴 저린 내가
눈시울을 붉히고
목 울음을 삼켜도
진정으로 한심스럽지 않고
개운한 느낌의 사랑 노래

그리고 언제나
너를 향해 열린 마음

목련화

그 집 울 안 목련화.
내 여인이 좋아하던 꽃.
오가는 마음마다
다정한 키스를 건네누나!

사월이 오면
그리운 사람
가고 없어도
추억 속의 목련화
다시 피어 마음 울리네.

화사한 봄볕 속에
외로운 꿀벌 하나
하얀 꿈 송이를 넘나들며
추억을 보듬을 때

그리운 그 세월의
강천 江天 위로
소담스레 떠오르는
목련화의 잔상이여!
그 세월을 안고 사는
내 젊은 영혼의 비가여!

해 밝은 봄날의 쓸쓸함을 어이할까?

강천江天: 멀리 보이는, 강 위의 하늘.

첫 사랑의 나들이

해마다 이맘때면
그리운 골목 어귀
돌담 집에
백목련이 움트네
나의 사랑이 살고 있었지
아주 예쁜 소녀 적에.

꿈은
꿈으로 아름다운 거
뿌려 가꾼다고
모두 열매 될 수 없음이니,

한결같이 느껴지는
내 사랑에 행복할 수 있다면,
사월은 언제라도
외롭지않고
혼자라도 그리워.

해마다 이맘때면
건 몸달아
달포를 앓아도
또다시 그리운 곳,

소년의 꿈을 불러
내 사랑의 혼을 불러
돌아보는
그때 그 길
첫사랑의 나들이

길을 가며

저 나름의 세류에 휩쓸려
애증의 드라마를 연출하고
삼생의 은원을 엮어가는 곳

길은 연이어 끊임이 없네
오가며 부딪고
뛰는 듯 돌아서며
생의 정열을 길에 쏟는 그대여

행여
막다른 길
혼잡한 거리에서 방황할 때
조급한 마음
혼자란 착각에
눈을 감지 마라

태양보다 밝은 눈이
지켜보고 있나니
빛보다 빠른 빛
천둥보다 큰 소리가
내 안에 있다.

나 그대 가까이하려 함은

나 그대 가까이하려 함은
내 보아좋고 느껴 좋은
그 아름다움에 어울리는 삶이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까닭입니다.

나 그대 가까이하려 함은
내 그대를 가까이서 보고 느낄 때
솟아나는 한결같은 사랑의 의지로
그대의 꿈과 사랑을 가꿔 지키는데
내 모두를 주고싶은 까닭입니다.

내 진정,
그대 가까이하려 함은
봄볕처럼
그 바람처럼 따사롭고 향기로운
그대의 언행과
가을 햇살처럼
그 바람처럼 견실한
그대 삶이 풍기는 향기로
나를 바로 세워 가꾸어

하루 한 발짝이라도
건강하고
사람답게 사는 내일 가까이
그 소망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까닭입니다.

수석

고향산천 뒤로했던
사연들은 다르지만

향기롭게 단장하고
이름 얻어 자리 잡은

개성 만점 친구들과
이웃하여 도란도란

천년만년 무병장수
대우받을 생명일세

배정이 2014-11-15 23:56	`류상필`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시인님, 좋은 글 행복하게 보고 갑니다. 편안한 토요일 밤 되시고 행복한 일요일 보내세요.^^

김유경 2014-11-18 22:55	`류상필`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류상필 시인님 안녕하셨어요 한동안 뜸 하시길래 궁금했습니다 따따블로 글을 마니 올려셨네요 두루 두루 글 잘보고 머물다갑니다

김보규 2014-11-20 19:01	`류상필`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여러 편의 시향에 접하며 시인님의 마음길로 난 오솔길을 걸어봅니다. 천상에 이르는 생명의 동아줄 단단하고 멋지게, 꽃처럼 오르시길 기원합니다.

정태중 2014-11-16 14:32	나를 위하는것은 곧 타인을 위하는것 세상에 와서 갈 때는 티끌의 무게도 없이 가야 승천....

홍대복 2014-11-17 01:16	겨울의 문턱에서 추적추적 비 내리는 밤 조용히 불 밝힌 시인님의 서재에서 글 향에 취해봅니다 고요한 휴일 밤 편안한 쉼 하소서.

문재평 2014-11-17 21:09	여러 편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저도 입력이 안되어 메이로 특선시 접수를 했습니다 좋은 결과 있으시길 소망합니다 겨울의 초입 강건하시고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보고 배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정규 2014-11-19 20:34	시인님 ~~ 고운 글 접하고 가면서 ~~ 쌀쌀해지는 조석 입니다, 편하신 시간이 되시고 강건 하십시요 !

주응규 2014-11-20 12:47	류상필 시인님 마음으로 곱게 지피신 좋은 글향에 냉기어린 마음 덥혀갑니다 연말이 다가오니 마음이 괜스리 분주합니다 몸 상하기 쉬운 계절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한 일들이 시인님과 함께하시길 소원합니다 건필하십시요^^

이석구 2014-11-21 11:50	진솔한 인생의 상념 관조를 정감 흐르게 펼펴 놓았군요. 더욱 즐겁고 건필 바랍니다.

첫눈이 내리는 밤

가을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