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문인협회 -시 (詩)

ㆍ작성자	채영제
ㆍ작성일	2017-01-11 02:19

ㆍIP: 1.xxx.161

(연작소설) 낙인의 그늘. 4

(연작소설) 낙인의 그늘. 4

*

김 경위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체중이 100Kg이 훨씬 넘는 놈들도 고춧가루 물 한모금만 마시면 고통에 못 이겨 있는 것 없는 것 다 부는데……. 도대체 이 자식은 어떻게 된 놈일까. 이 자식은 불과 55Kg밖에 나가지 않는 갈비씨가 아닌가.

고춧가루 도사의 체면이 이대로 꺾이고 말아야 하는가.……. 아니지, 안 불면 불 때까지 빠짝 들이 부어야지…….

“ 야, 이 형사. 전에 쓰던 것. 아직 남아 있지? 따끈하게 잘 데워봐. 시발 이 피라미 같은 자식아. 오늘 니가 죽나 내가 죽나 한번 결판을 내자.”

일제 와사비(겨자)는 미지근하게 잘도 데워졌다. 너무 뜨거우면 식도에서 폐로 넘어가 사망을 할 수도 있으니 10도 전후가 안전성이 있다. 이것은 다 일본강점기 때 독립군을 때려잡던 물고문에 노련한 고참 형사들에게 배운 솜씨이다.

책상 사이 포승줄에 묶여 돼지처럼 대롱대롱 매달린 놈은 코로 입으로 독한 와사비 물이 갑자기 부어지자 꿀꺽꿀꺽 잘도 들이마시다가 갑자기 등어리가 활처럼 휘어지고 용수철 같이 천장으로 튀어 올라 몸을 다부지게 잡은 건장한 형사들조차도 뒤로 나자빠질 뻔하였다.

“ 너가 여자를 칼로 찔렀지, 맞지? 맞으면 고개를 끄덕여 봐.”

그러나 수건에 가려진 입에서 우. 우 하는 울음 섞인 비명소리를 내며 고개를 좌우로 젓기만 하였다.

“ 오냐. 좋다. 이 새끼. 바른대로 불 때까지 계속 들이부어.”

다시 수건을 흥건히 적시며 코와 입으로 와사비 물이 무지막지하게 흘러들어 갔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은 사람 새끼가 아니라 흡사 도살장에서 멱이 따이는 도야지새끼나 푸줏간에 걸려 선풍기 바람에 흔들리는 고기 덩어리와도 같았다.

아니, 사람의 손에 붙잡혀 도망치려고 발버둥치는 바퀴벌레와도 같았다.

형광등 불빛 아래 삼십 여분 동안 작업을 하고 있는 형사들의 얼굴은 땀에 범벅이 된 채 오기와 불안감으로 교차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형사 한 놈이 소리를 질렀다.

“ 엑, 이게 무슨 냄새야……. 주임장, 이 새끼가 생똥을 싸고 그냥 가버렸네요!”

고통을 참다가 그냥 기절을 해버린 것이다.

“ 지독한 놈……. 오늘은 그만 하자. 그만 안에 처넣어.”

형사들은 포승줄과 수갑을 풀고 사무실 바닥에 청년을 내려놓았다.

사무실 바닥이 온통 똥물, 오줌물 그리고 토사물로 그득하고 악취가 진동하였다.

“ 야, 야. 한겨울에 쉬파리 붙겠다. 빨리 씻어 내려.”

어. 어. 억, 구역질을 하며 벌레처럼 바들바들 떨며 꿈틀대는 몸뚱이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형사들은 코를 싸매 쥐고는 “아무래도 인마 이거는 아닌 것 같은데…….”하고 허탈해 하였다.

그때 와사비를 데우던 형사 한 놈은 “ 아, 우리는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하고 신파조로 익살을 부렸다.

*

김 경위는 고민에 빠져들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지문감식 결과 피해자가 증거로 제출한 식도에 남아있는 지문은 물론이고 피해자의 자궁에서 채취한 정액과 이놈의 정액도 D. N. A가 일치하지 않았다.

그러면 현장성이 있는 '강도강간죄 및 강도상해죄 경합범'의 다른 정범 행위를 설정한 후에 이놈을 공모공동정범의 교사나 방조범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놈은 와사비를 두되 가량을 마셔도 범죄사실을 완강히 부인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조서를 조작하더라도 엄청난 무리가 있어 법원에서 무죄가 나기도 전에 검찰에서조차 무혐의로 석방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리저리 대가리를 굴려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았다.

고심 끝에, 칼로 찌른 놈과 강간을 한 놈을 모두 미체포로 하되 강도강간죄는 빼고 강도상해죄로만 하여 이놈은 현장에서 다른 정범의 행위를 방조한 것으로 설정하기로 하였다.

그 사건의 피해자는 30대 후반의 가정주부다.

대낮에 20대 남자 1명이 셋방을 보러왔다고 하므로 문을 열어 주었는데 갑자기 다른 남자 2명이 들이닥쳐 칼을 목에다 들이대고 금품을 요구하며 옷을 벗긴 것이다. 그리고 2명은 번갈아 여자를 강간하고 입에 재갈을 물린 후에 묶어놓고는 장롱 속에 있던 금목걸이와 반지를 강취하여 도망을 간 것이다.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처음 들어온 남자는 20대 중반이며 키가 크고 얼굴이 하얀 미남형이고 나중에 강간한 2명은 키가 작달막하고 피부가 검고 인상이 험악하게 생긴 20대 후반의 남자라는 것이다.

용의자의 나이가 열여덟밖에 되지는 않았지만 얼굴이 그런대로 곱상하고 키가 크므로 누가 보더라도 20대로 볼 수가 있으므로 그렇게 피해자와 짜 맞추고 조서를 그럴듯하게 그대로 만들어 내면 검찰청에서도 그대로 통과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우선 피해자를 불렀다.

김 경위는 조사실에서 수갑을 차고 앉아 있는 놈의 얼굴을 멀리서 보게 하였다.

“우리가 저 친구를 범인으로 붙잡아 조사를 하였지요. 처음에 방 보러 온 것처럼 하여 댁의 집에 갔다고 자백을 하였어요. 나머지 2명은 어디론가 도망을 하여 알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 예에……. 얼굴은 비슷한데 몸은 조금 마른 것 같네요…….”

“ 그거야, 그때는 무섭고 당황하여 자세히 못 볼 수도 있지요.”

김 경위는 피해자에게 거짓으로 유도신문을 하자 피해자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 저, 형사 아저씨. 전에 부탁드린 대로 저가 몸을 당한 것은 비밀로 해주시고 그냥 강도만 당한 것으로 해주시는 거죠. 맞죠?”

“ 그럼요. 그렇게 해드려야지요.”

“ 우리 남편이 알면 저는 이혼을 당해야 해요. 꼭 좀 부탁해요.”

김 경위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지금 앞에 앉은 이 청년이 당시 방을 보러 왔다며 찾아온 사람이 맞다는 대질조서를 만들어 내었다.

김 경위는 며칠 동안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것이 한꺼번에 해결이 되는 순간이었다.

김광섭

2017-01-11 12:50

날씨가 제법 싸!~해졌어요
어깨를 펴고 마음은 따뜻한 봄으로~~
설레이는 사랑 한껏 나눌 수 있는
사랑스러운 하루 만들어 가시길요.
시인님~~!


채영제	인사가 늦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12 15:35

홍대복

2017-01-11 15:16

시인님!
늦은감은 있지만 정유년 새해 문안 인사올립니다
새해 가내에 화목과
그리고
더욱 더 시인님의 건강 하심과 문운이 창대하시어 시향 가득 하시길 비옵니다.


채영제	인사가 늦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12 15:35

주응규

2017-01-13 08:36

채영제 시인님 추운날 마음으로 지펴 놓으신 좋은 글향에 마음 녹여봅니다
정유년 올한해 좋은 글향 피워 널리 독자들의 사랑 듬뿍받는 알찬 한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하시는 일마다 성취를 기도해보며 가내에도 행복이 가득 깃드시기를 소망합니다.


채영제	시인님. 늘 구독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도 아름다운 가곡 작시를 많이 해 주시기 바랍니다.	1/17 2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