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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형탁 문학서재

ㆍ작성자	신형탁
ㆍ작성일	2015-06-15 12:58

ㆍIP: 221.xxx.182

아침편지 8 辛炯卓 시모음 20

여름은

辛炯卓

일 년 전 오늘 저녁
나는 그때를 잘 기억한다.
답답하고 시련도 없는 한복판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말한 것이다
기분 좋아 바람에 대해서
평온해 순하디. 순한 희망에 대해서
형편없는 사람들에 대해서 불평해 댄 일

한동안 겸손한 여행자가 아파
동토에서 되돌아옴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가슴아파했던 시간을 서둘러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은색 돛대를 바라보았다
그때, 순하디. 순한 바람이 있었다.
은빛 발자취를 감사하게 생각했다
검은 폐허와 헤쳐 갈 어둠의 바다 속에서
새로운 파란 풀을 여름은 부드럽게 말했다

무더운 날 고뇌들을 잘라내기 위해서
단호한 결심을 그렇게 속이면서
생의 고독한 뿌리를 더 가까이 당겼다
외로움들이 가슴에서 활개 치고 돌아다녔다
공손해진 삶의 뿌리 행복이
우리 시야에서 진정 멀어져 갔다
새로운 얼굴들에게로
특히 고독한 여자가
내가 아는 애기의 모두다

장미 꽃송이

辛炯卓

나는 이 장밋빛 얼굴 주인공을
무르익은 수풀 나무 가지 위에서
어느 날 우연히 만났다
뚫어지게 쳐다보며
그 여인에게 완전히 반했다.
다칠세라 고이 모셔온 장미 꽃송이

환희가 춤추는 장밋빛 곁에 함은
가슴 터질 즐거움으로 다가와
그 아름다운 여인을 볼 때처럼
밝은 빛을 비춰주는 아침
나 장밋빛 얼굴에 속삭인다.

향긋한 꽃들 속으로 은빛줄기
밝아오는 창문에 둔한 소리로 들리는
볼 홍조 붉어진 이 여인이 누구이지
내 귀 지난 얘기들로 채워져
장밋빛 얼굴에 속삭인다.

하늘천사

辛炯卓

모습 드러내지 않은 채 소리로만
제 실체 알리는 수행자
무르익은 결실 곁에 함은
가슴 터질 즐거움으로 다가와
얼마나 놀랍게 들리는가.

하늘 한판 가운데 베고 누운 귀에
홀로 들리는 힘겨운 저 소리
높은 하늘까지 뚫어지게 쳐다보며
소리 나는 곳 백방으로 살피는 천사처럼

이곳저곳 하늘 헤매는 나그넨가
그 소리 번갈아 하늘 찌른다.
이쪽 천상서 내면 저쪽 천상서 답하며
멀리하늘서 가까이 하늘서 겹쳐 들린다.

밝게 떠오르는 하늘가 달님과
거기 쏟아지는 별똥별과
촘촘하게 박힌 별무리들 말곤
들어줄 이들 따로 없지만

그 메아리 들리는 내 귀
태초의 얘기들로 채워짐은
선경의 열매인 정겨운 달을
나누어 노래할 때를 알기에
아주 멀리서 소곤댄다.

삶과 죽음

辛炯卓

존엄한 죽음이 이렇게
좋을 수가
평범한 어떤 눈썹을 착용함이 이렇게
좋을 수가
잘못 죽었음
얼마나 비참할 뻔 했나 하지만
아첨하는 천사들이 기다린 땐
존엄한 죽음처럼 배짱으로
한번 죽을 만도 하지

단칼에 죽었다
그래 이제 이쯤해서
저승 삶 끝내야겠지
이승에 돌아왔으니

죽고 삶은
사람 만들기 나름이지만
죽음은 존엄한 죽음처럼
심홍색 사라져 생각 없는 것
죽고 삶은
사람 받아들이기 나름이지만
기쁨과 한숨은
어쩔 수 없는 생각의 시종이지

생각 있음은 생각 없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다
그보다 더한
존엄한 죽음은 없겠기에
죽고 산다는 건 나
당혹의 경지서 만나고 듣는
천상이나 구원의
첨탑 종소릴 듣는 것

하지만 그건 진실만이
내게 힘을 줄 거다
죽음이란 전혀 별세계
짐작만으로 알던 거길
어느 순간 진정 간다는 건
내가 영원히 이승과 저승서
존재하는 것이겠기에

꽃도 진다

辛炯卓

비참하고 뾰족한 아픔과 치욕
너무 깊은 상처에 버티다 못해
평화를 향해 힘껏 달려가지 못하는
성난 민심과 지친 생활고를 보는듯하다

서쪽 바다 붉게 물들이는 저녁 햇살
애써 장엄한 저녁노을을 멈추게 해도
창공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찢어져 검은 저녁의 하늘이 되었다

세월 가면 사랑도 한숨으로 엉키듯
반쯤 기울어진 고단한 육체여
뜬달 차츰 이지러지고 나면
마지막 물처럼 슬프게 빠진다.

육신의 메마른 결핍이 삶의 요구에
비춰주던 불빛도 깨지면 끝이고
활짝 핀 사랑스런 꽃들도
검은 천에 싸면 밝은 빛도 감춘다.

활짝 핀 사랑스런 꽃들도
바람 불면 마침내는 떨어지며
도심가 난장판 만드는
산더미 같은 폭동도 모두 끝난다.

활짝 핀 꽃들도 지니 뉘 탓인가
숨 끊어질 듯 이어지는 장탄식
부귀영화 허사로다 어제청춘
오늘백발 한심하고 한심하다

갈매기 비상

辛炯卓

옥고를 치른 마음 쉬어가려는 6월
밤을 얼마나 세게 달려왔는지
진중한 마음으로 쉼터 찾아 나섰지만
내 가슴이 멈추고 말았습니다.

다름없는 불완전한 목소리처럼
날 생각해줄 이 하나 없는 아침에는
나의 사랑스런 말없는 동반자와
한적하고 조용한 곳 골라 앉고 싶습니다.

난 가슴 치는 슬픔으로 말 한 마디 못 건넸습니다.
하나 뱉지 않은 어둠 다가와 커튼 내리고
어설픈 꽃잎 붉게 물들고 떨어지는 밤에는
이 세상서 이루려 했던 것조차 헛발을 잡았습니다.

우리가 이어 이룰 수 있을 때까지 때를 보며
여름을 기다립니다.
흰색 장미 꽃 피는 6월의 꽃밭에도 죽음의 그림자 끼고
밤중으로 유인하는 어둠이
지상만한 높이로 간담 서늘케 합니다.

육지 등 돌려 바다 바라보는 새벽이 왔지만
거울 같은 수면 위 배 항주하는 아침입니다
바다 갈매기 비상하고
바닷물 해안으로 밀려드는 날씨에도
바다 바라보기만 합니다.

영혼의 긴 부호

辛炯卓

나는 내 영혼의 문장을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둥글고 흰 달에 초순 같은 어둠을
실수한 사례들 잘못 없는지 살폈다

그런 내 영혼의 문장에 사자들이
죄목박은날짜 찬찬히 지켜보는
내 영혼을 알려 억겁을 걸어온 곳
그 아주 맨 끝 지점에서 모든 것을 본다.

난 내 영혼이 무념무상하고
종루 옆 마지막 별자리에 걸린
내 영혼의 정점에 닿았다
마침내 어떤 몸부림과 고통도 없다

저 하늘 높이 무한함 속에서
삶과 죽음 태고이전과 현재는 친구다
나는 내 영혼의 문장을 읽어간다
그땐 삶이란 종결이다

조용한 죽음

辛炯卓

어느 것 하나 이해 못할
무지 배어있어 어리석은 인간들
나라면 저렇게 눈물 흘리지 못한다.
삶은 생각 있음이요 죽음은 생각 없음이니

육신의 굴레 훌훌 벗고 눈 감은 이
면전서 흐느끼며 운다는 건
축복해줄 죽음을 방해하는 일 아닐까

한결같이 흐느끼는 것 얼마나 무례한가.
위엄 있는 사자들 기분 상할 수도
무지한 죄 많은 인간이 절명했다
순진한 이웃들 죽음을 험담하는 동안
우린 에둘러 말하길 해탈했다한다

숨 쉬는 것보다 더 조용한 육신하나
정적에 빠져 마지막 떠나는
영면에 잠들었나.
그 영혼 위에 옷가지 하나 걸친다.

사랑이란 말

辛炯卓

사랑하는 이 곁에 앉는 걸 좋아할 때
놀랄 만한 사랑이 되는 것처럼
사랑하는 이 곁 지키는 우린
가없는 사랑 온몸으로 느낀다.

우리가 사는 우리 삶에 관해서도
그 나머지 속속들이 아는 것처럼
사랑하는 이 곁에 두고도
오로지 곁에 있는 이
그대가 그리워 나는 생각에 빠져든다.

사랑하기에 사랑한다. 란 말도 있으니
사랑한 사람의 눈에 사랑하는 것들은
머무는 어떤 큰 슬픔이나 의무
계산으로 우리 사랑을 어림짐작한다.

우리 궁핍한 눈에 그 사랑하는 양식으로
이를 더없는 보상인 엄청난 기쁨으로
우리가 붙들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그래야 진짜 사랑이 시작되지 않겠나.

귀가길 나그네

辛炯卓

나그네 발걸음 나처럼 무겁지 않아
늦은 귀가길 집에 늦게 가는데
내 창문 앞을 지났을 때
콧노래 흥얼대며 휘파람 불었다

흥겹게 퍼지는 소리
아직 내 귀에 잔잔한
민요 가락이 듣기 좋게 들린다.

날아가며 노래하는 종달새처럼
귀가길에 어슬렁어슬렁 걸으며
끊어질듯 이어지고 한동안 멈췄다
반복하던 가락 차츰 멀어져 간다.

먼지투성이 길 위에
힘 빠진 걸음 따라 피눈물 만들며
흘리는 눈물소리가 저럴까

그 사정 알 수 없으나
지루하고 화나는 내 창가에
내일도 나그네는 다시 지니갈 것이다
남은 힘 하나 없는 힘든 삶을
노래하는 나그네 하나

전원풍경

辛炯卓

붉은 장미 산 한복판에서 냉담으로
일관하는 사랑이 있어
전원풍경의 비밀을 지킨다.
들판에서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듯
조용한 여인으로 잠잔다.

단정한 미풍이 상큼함을 들고
격려의 인사 나누려는지
골짜기에 분다.
그리고 산을 그리고 나무를
바라건대 철석같이 믿는 내 예쁜 꽃들이여
새들 오는 봄 누구를 기다리는지

숲은 비장의 연례행사 꿈꾸고
어떤 미소를 주고받는다.
과수원과 하얀 장미와 새
그러한 상큼한 산들바람분 후에

그러나 아직 전원풍경의 비밀을 지키고
조용한 산울타리가 태연하다
숲이 조금도 이상하지는 않은 양
조용한 여인으로 잠잔다.

잊은듯 떠나가세요

辛炯卓

당신이 나를 떠나야 한다면
잊은듯 떠나가세요
그 언젠가처럼 나를 떠나야 한다면
나에게 속삭이듯 내게로
다시 돌아올 거라고 말해주세요
이 작은 가슴을 울리는 사랑의
아픔은 한순간 이별의 아픔일 뿐입니다

두번 다시는 헤어질 수가 없기에
세상이 끝난 것처럼 어둔 창가에 지쳐
쓰러진 나를 자꾸만 힘들게 하여도
아프지 말라고 힘들어하지 말라고
사랑했었다 말해주세요

그 언젠가 나만을 위해 흘린 눈물로
나만을 사랑했었다고 말해주세요
그리운 옛날은 다 지나갔습니다.
언젠가 가야 할 인생이지만
모든 것 끝나고 사라질 때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하나요
당신이 나를 떠나야 한다면
잊은듯 떠나가세요

젖은 눈

辛炯卓

그리운 옛날은 다 지나갔습니다.
언젠가 가야 할 인생이지만
모든 것 끝나고 사라질 때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하나요.

노을 진 수평선 저 멀리
날아와 지쳐버린 내 날개
파도가 밀려와 부서지듯
나만 홀로 외로이 아픈 걸까요.

슬픔은 안개처럼 밀려듭니다.
언젠가 가야 할 인생이지만
이만큼 다가서는 이별 앞에
나는 누구를 기다려야 하나요.

사랑 찾아 떠도는 눈빛
이제는 저 멀리 떠나야 하는데
슬픔을 어루만지는 내 가슴에
젖은 눈의 그녀를 생각합니다.

언젠가 가야 할 인생이지만
모든 것 끝나고 사라질 때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하나요.
슬픔은 안개처럼 밀려듭니다.

그리운 옛날은 다 지나갔습니다.
나만 홀로 외로이 아픈 걸까요.
나는 누구를 기다려야 하나요.
젖은 눈의 그녀를 생각합니다.

당신의 사랑

辛炯卓

당신의 사랑 받고 있는 내가
당신의 기쁨 줄줄 아는 내가
사랑하지 않는다 할 순 없지요
무릇 사랑하는 그대에게
아픔은 주고 싶지 않아요.

모든 사랑을 내민 시린 가슴에
뎅그렁 땡그랑 사랑의 울림은
평화롭고 즐거움이 분명하다
당신의 사랑 받는 마음 느끼기에
아픔은 주고 싶지 않아요.

당신의 사랑 받고 있는 내가
당신의 가슴에 안기고 싶은 듯
내 심장은 바보같이 멎어버리고
날 사랑하는 당신의 가슴만을
사랑으로 물들입니다.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나는
당신의 사랑 받고 있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아침 수국

辛炯卓

돌진하는 무서움 서풍
들판에 불어 숲을 흔들자
벌들 망설이다 공중을 사뿐 날아
아침에 한참을 맴돌다

날갯짓 조용히 당겨 접으며
꽃잎 위에 앉고는 단물만 빨곤
사뿐 날아가 버린다.

수국 위에 앉는 걸 좋아하는 나비들
잠시 앉아 향기에 취하는 이 꽃을
사랑스럽게 여기는 이 여인
나와 함께 영원토록
짐 나눠 가져 살고 싶은
사랑하는 당신께 드립니다.

바라건대 나 지금까지
하지 못하던 말
나도 한 마디 한다면
사랑스럽게 여기는 이 여인
그대와 함께 영원토록
짐 나눠 가져 살고 싶다

나는 나입니다

辛炯卓

나는
누구 한 사람 알지 못하는 가운데
평화롭게 땅 속에서 잠들 육신입니다
잡초들 무성하게 자란거 보고 싶지 않아요.

나는
외로운 비석 글귀 읽어줄
여름 들판 지나는 시원한 바람입니다.
날아오르기 익숙한 새들이 날 좋아하고
언제나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입니다.

나는
정교하고 우아한 집 얽어 가는 거미예요
내 날렵한 동작 춤추듯 미로 감아 돌아
보는 이 가슴 구석구석 저밀 거예요

나는
인파 빠져나가 웅성거림 사라진 거리입니다.
사람들 횡설수설 뻔 한 얘길 물고 지나고
짙은 안개 거리에 등 문지르다 사라지지요

나는
창유리에 부리 쪼며 혀 날름거리는
행복한 새입니다.

부귀 없고 번성 없다

辛炯卓

너다 나다 시비 끊고 나는 살았지
진실이란 별것인가 밝음 어둠 또 다른가.
성색이 분명한곳마다 퇴연하니
삼라만상 하나의 마음 주인뿐이구나
백년인생사가 시든 풀잎처럼 처량하다

창호의 초승달은 장차 보름달인데
살아생전 영웅호걸 죽고 나니 허망하다
무덤방을 사이 두고 인간백골 한심하다
서산해가 지기 전에 밤낮없이 노력하세
부모형제 공경하고 알뜰살뜰 살아가세

노력 없이 부귀 없고 정진 없이 번성 없다
이 세상에 몸을 받은 사람 전생공덕 많사오니
모든 욕망 다 버리고 자비선심 선근하면
영웅호걸 부러우랴 부귀영화 안 부럽다
비록말세 살았으나 천당극락 백성일세.

성인됨을 사랑하고

辛炯卓

성인됨을 소원하고 일념정진 응하면서
돌 호랑이 함께하다 범부 고쳐 죽으리라.
북녘바다 진흙소가 어떤 곡을 잘 부를까
삼가 모든 업을 버리니 분분하여 윤회 고를 면하네.

안양 국 여기 영화의 날 호걸도 많다만
대 원력에 정진하고 태고천지 이룩되면
어느 누가 악취 중에 타락 할까
백팔대원 의지하여 최후를 세웠으니
성인됨을 소원하고 두타처럼 죽으리라.

마음으로 모든 것을 분명하게 알았으니
팔만유순 보왕 되어 고해세상 장엄하리.
천진면목 원명함에 한 글자 뽑았더니
제설봉두에 달이 지려하는구나 아아

밤낮없이 닦아 하늘마음 바로 깨쳐
범부 고쳐 두타처럼 성인마음 밝았으니
정함 없는 평등불법 변함없는 실상진리
소원신심 굳게 하여 꿈을깨리.

사랑도 집도

辛炯卓

집도 신발도 어둠 속에 빠져 들고
돈도 사랑도 강렬한 밝음과 안녕하고
침대도 신념도 불길한 충격을 주면서
짱돌 던지는 소리를 듣고 담배도
일거리도 모든 것 분노하고 있는데

팬티도 차표도 신앙도
증오와 전율과 공포에 떨면서
교양도 재미도 잠도 몸속에 되돌아오고
지옥의 날마다 우리는 슬퍼 잠을 깨네.

책도 양말도 사랑도
마음은 쇳조각처럼 얼어붙고
인생도 자유도 행복도
몸서리쳐짐을 느끼며
짱돌 던지는 소리 듣고 얻어맞는데

두통도 치통도 힘든 시기도
세워진 단두대를 보고 걷는
면도기도 멋진 장롱도
무거운 쇠망치를 얻어맞고
성탑처럼 허물어지고 버려지는데

머리카락도 머리도
충격에 내 몸은 흔들리고
집도 신발도 서둘러 못질하는 소리에
돈도 사랑도
죽은 자를 매장하듯 살고 있어

그대 푸른 눈이 빛나고
오늘은 모두가 슬픈 듯
그대 사랑도 침실의 즐거움도
바다의 눈부신 태양도
얼굴을 스쳐도 모른척하는데

박정하고 심술궂은 놈들도
가을 영롱한 하늘도
따스하고 누른 햇살도
모두가 모른 척 스쳐지나가고 있어

내가 있어

辛炯卓

길을 찾아 더듬는
오랜 권태에 사로잡혀있으니
아침 그리고 태양 아래
하루하루가 무겁게 짓누르고
사랑하지도 울지도 않겠으니
그대 그저 목 죄어 껴안아 줘

넘어지거나 죽지 않게
어두운 낯을 껴안고 날아가는 새처럼
그저 내가 누가 될지 알 수 있게
희망은 박쥐처럼 겁먹고 시름 깊은데
내가 누가 될지, 무엇이 될지
마냥 벽돌을 두들기고 있어

그저 어떻게 될지 모를
머리를 이리저리 부딪치고 싶은데
내 안의 대지가 무너지지 않게
광막한 빗발을 펼치려하니
내 고향의 살 쪄 배회하는
드넓은 감옥에 갇힌 기분이야

저녁녘에 두 눈 딱 감고
더러운 거미들이 있을 때
네 화끈한 젖가슴의 냄새가
나와 너 뇌에 그물을 치는데
태양의불길에 현혹된
신음하는 세상 위에 시름 깊어도

매혹적인 풍토로 이끌
하늘이 뚜껑처럼 짓누르고 있어
바다의 풍랑에 지쳐빠진
밤보다도 더욱 처량한 사랑아
돛대로 꽉 찬 항구를 보며
어두운 낯은 내리붙고 있는데

신형탁

2015-06-15 12:59

댓글 사양합니다.


주응규	끊임없이 쏟아지는 시심에 감복합니다^^	6/17 11:44

신형탁	네 감사합니다. 복 받으세요_()_	6/18 09:18

주응규

2015-06-17 11:43

신형탁 시인님 곱게 빚어내리신 좋은 시향에 흠씬 젖어봅니다
요즈음 온 나라가 메르스에 가뭄으로 걱정입니다
곧 좋은 소식으로 저마다의 얼굴에 웃음꽃피우기를 빌어봅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신형탁	네 감사합니다. 복 받으세요_()_ .	6/18 09:18

정병근 2015-06-30 14:55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아 홀리게하는 글을 쓰시고 댓글 사양한다는 말을 올려노시니 혼자 잘 읽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신형탁 시인님!

김강좌 2015-06-30 20:18	댓글 사양하신다.. 셨으니.. 늘 건안 하시길.. 안부인사 차 댓글합니다~^^*

안선희 2015-07-04 00:06	신형탁 시인님. 내 방으로 고이 모셔온 장미 송이 하나에까지 귓속말을 하는 여린 시심을 읽습니다. 좋은 시 즐감하였습니다.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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