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거리에서

율하 김남식

때늦은 햇살도 이제 막 귀가를 시작하는 오후 상주 거리에 풍경을 보며 많은 생각을 나 자신이 그리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낯익은 얼굴인데 다만 지나가는 어린이, 청소년에겐 왠지 낯설지만 친근함으로 바라보기 연구 집중이다. 누가 이 나라의 미래를 얘기할 수 있다 하겠나? 순박한 내면의 얼굴을 하고 있기는 한 것 같은데 그들의 차림새는 가지각색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형용한 자태를 경쟁이라도 하듯 저마다 각기 자랑한다. 많은 눈동자가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짧은 교복 치마 입고 자전거를 타고 속 옷이 보일 듯 다니는 중, 고등 여학생 무리를 보면 뭍 남성의 청춘을 용솟음치게 하는 오롯한 감정을 자아내긴 충분하다. 오동통한 엉덩이 살이 짧은 교복 치마에 착 달라붙어 빼어난 몸매를 자랑하기라도 하듯 나름대로 멋을 한껏 자랑하는데 왠지 촌티 나는 머리핀에 어딘가 시골 정취를 느끼게 하는 어색한 균형이 머리에서 신발까지 나를 웃기게 하고 또한, 오가는 대화 대부분이 재미있는 사투리로 부조화를 이루고 있다.

 “어머 아저씨! 아니, 오빠 혹시 시인 아니세요?”

“엉, 학생이 날 어떻게 알아요?”

“도서관에서 시인님 시집 봤어요.”

“아, 그렇군요. 학생이 읽어 보니 어때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돼요. 그런데 아저씨 아니, 시인님! 저도 시를 좋아하는데 좀 가르쳐 주면 안 돼요?”

순간 당황했다. 시골 학생이라 별로 세파에 찌들지 않은 줄 알았는데 적극적으로 대시를 하는데 어찌 놀래지 아니하겠는가? 어이하랴! 소녀에게 단호하게 했다가는 비록 까지긴 했으나 상처 입을 게 뻔하고 그렇다고 정을 베푸는 것은 내 나이에 비하면 너무도 어린 나이임엔 틀림없다. 허~헛웃음밖엔 나오지 않는다. 이 소녀야말로 시골도시에서 전혛적 차림새에 발랑 까진 도시의 삐뚤어진 문화의 장면을 보고 자란 세대가 동경해 흉내 내는 TV 드라마 주인공처럼 행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학생이 내 홈페이지 글 올리면 교정을 봐줄게요.”

“그래도 직접 가르쳐 주면 안 될까요?”

“그건 불가능해요. 내가 너무 바쁘거든요.”

 순간 소녀는 한참을 머뭇거리며 대답을 했다.

“알았어요. 올려 보도록 할래요, 그런데 아마도 저도 바빠서요.”

허! 그렇게 모습을 바꿔 떠나는 소녀를 마중하고 물끄러미 공허한 하늘을 쳐다만 보고 웃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이 모습 저 모습에 할 일 없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데 짭조름한 소주병을 들고 구석 머리 앉아 있는 아저씨의 곤주가 소리가 흥에 겨워 나도 모르게 따라 불러본다. 순간 어허! 날쌘 놈이 지나가는 여고생의 엉덩이를 살짝 만지는 것이 아닌가, 여물대로 여물은 굴곡이 보기 좋게 남학생의 눈에 필을 꽂히게 했으리라 본다.

“억~ 야, 이 나쁜 놈아 소두에 돼지 삼 겹 살 얼굴에 붙이고 뱀 같은 눈에 늑대 같은 놈아!”

여고생은 있는 힘을 다해 고함을 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외쳐 욕하던 나쁨 놈에게 한참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기가 죽었는지 말을 못하고 있을 때 그놈은 여학생을 째려보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것이 더욱 나를 놀라게 한다.

“야! 내가 너 좋아서 그려”

헉! 충격이었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태연히 장난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너무도 현장을 생생히 보다가 그만 배꼽을 잡고 웃고 말았다. 멍하니 있던 여학생이 한참을 나쁜 놈을 바라보며 하는 말

“좋으면 말로 하지 왜 만지고 난리야?”

흐흐흐 상주거리 맞는가? 기절초풍할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내가 시골 도시의 풍경을 보고 놀라 자빠질 정도인 것은 당연했다.

“자 받아, 내 연락처야, 나랑 한 번 만나자!”

“내가 너 뭐가 마음에 든다고 만나야?”

“빼지 말고 이따가 00김밥 집에서 보자!”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하지 말고 그만 꺼져”

이 일을 어찌하랴, 하도 웃음이 나와 산천이 뒤집힐 정도의 덜렁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껄껄거리다 보니 눈물까지 나오고 폭소의 개그 같은 장면을 보는 내 스스로 즐겁기만 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충고 어린 한마디를 했다.

“이봐, 학생들 싸우지 말고 다투지 말지, 하기야 사랑은 다투는 것부터 싹트기는 하지만 말이야.”

재미있는 모습은 그날따라 곳곳에 더욱 펼쳐지는 것처럼 저물어 가는 햇살이 미소 짓는 저녁이 아름답기만 보인다. 어느 듯 가을 단풍이 다섯 손가락 빨갛게 물드는 정취도 오히려 상주의 이색적인 모습을 보기 좋게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한참을 고개 숙인 머리 아래 상념을 놓아 버린 양 물끄러미 땅 아래 삶의 흔적을 찾아 헤매고 방황을 해 본다. 그곳에는 나도 한때 아련한 사랑의 추억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무작정 지나다 보니 한곳에서 노파가 길바닥에 팔려고 하다만 고춧가루, 복숭아, 사과 등등이 구석 터 자리에 놓여 있었다.

“할머니 사과 얼마예요?”

“막 들어 갈려던 참인데 떨이로 만 원하는데 구천 원에 가져가”

“후후, 할머니 인정도 좋으시네요. 그럼 제가 만 원 드리고 가져갈래요.”

“어머 총각, 우리 손자같이 마음도 좋아서 내따 가서 우리 집 영감한테 자랑해야 하겠네, 다음에 또 들려 우리 영감한테 맛있는 거 얻어 줄게, 알았지?”

 나는 총각이 되었다. 그러나 그 말은 노파의 인정에서 나오는 언어의 포근함 이리! 역시 시골 도시의 정이란 이런 것인가? 해 질 때 보따리 머리에 얹어 갈 길을 재촉하는 굽어진 노파의 허리를 보며 큰 도시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생활 방식을 느낄 수 있는 하루여서 다행이었다. 쇼를 하는 각기 머리 스타일 소녀와 엉덩짝을 때리던 남학생과 여고생 그리고 시내버스를 찾아 볼 수 없는 자전거 도시 상주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느껴 보려 했던 하루는 막막하기만 하였지만 노파의 구부러진 허리와 백발의 머리카락 색깔은 아직 낯익은 정서를 토해내는 모습은 나의 방황해 누비던 상념에 즐거운 하루로 마무리되었고 잊혀지지 안을 것이다. 눈을 감았습니다. 그날이 보입니다. 

달라붙은 짧은 치마
볼 살이 터질 듯
탐스런 소녀야!

한때 장난기 동해
엉덩이 희롱하던
피 같은 청춘아!

해 질 녘 넘어가는
시간에 갇혀버려
갈 길 재촉하듯이

노파의 짐 보따리
세월의 무게만큼
때 되면 늙어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