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公共의 敵) / 眞如 홍은자

"비켜욧, 비키시라고요! 왜, 내 몸 안에 댁의 한숨까지 넣어야 되느냐고요! ”

소싯적 호기심에 끼 많은 친구 것을 입술에서 빼내 한 모금 빨았다가
잠자던 사자의 코털이라도 건드린 양 깜짝 놀란 목구멍의 대노를 경험했던 적이 있었다.

그 시절 그것의 참맛은 폼생폼사 멋쟁이에 대명사이자 개인적 기호의 자율적 옵션이기도 했다.
말없이 고독한 표정을 내뿜으며 지그시 감은 삼십도 각도의 조각 같은 사나이 모습에
한창이던 사춘기 소녀 가슴은 구름 띠처럼 둥글게 고운 꿈 피워 올리기도 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휴게소 화장실을 갔을 때 누군지 모르지만 재빠르게 남겨 놓고 사라진 그것의 흔적으로
급하게 들어선 여자들은 하나같이 씀바귀 씹은 얼굴을 한 채로 엉거주춤
마지못한 방뇨를 해야 했던 웃지 못 할 기억을 너나없이 가지고 있기도 했을 것이다.
아무데서나 뿜어대고 칵, 칵 뱉어대고. 적어도 70년대 후반까지가 그랬었다.
거리엔 온통 그것의 절단된 아랫도리들이 볼일 다 본 쭉정이처럼 얼룩으로 뒹굴고 있었으며
벌금을 물린다는 전단 푯말이 무색하도록 단물만 쪽쪽 빼먹고 뱉어버린 부유물들과 함께
시대적 어두운 정세를 대변하듯 지면 위를 드문드문 주근깨투성이로 펼쳐 놓고 있는 게 보통이었다.

어린 날, 산비탈서 힘들게 일하시던 아버지가 작은 손으로 부어드린 막걸리를 맛나게 드신 후
천 주머니에서 가루로 된 그것을 꺼내 아무 종이에나 돌돌 말아 안주처럼 피워 올리시며 지그시 편안해
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선하게 남아있지만 그것조차도 해로운 것임을 아는데 는 너무 많은,
강물 같은 시간들을 철철 흘려보낸 후였다
과거 중국의 모택동이 진정한 애연가였고 그럼에도 백세 가까이 살았다는 확신에 찬 변론으로
절단하라는 온 가족의 회유에도 들은 척 않던 둘째 오빠가 그것으로 인한 병으로 돌아가시고 나서야
너나없이 그것이 어떤 건지 괴물 보듯 흘기며 모두들 긴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남편도 큰 충격으로 잠시 끊은 듯싶더니 열흘도 못돼 다시 숨어서 피우다 딸에게 발각이 되었고
불안했던 나는 이혼을 들먹이면서까지 금연을 강요하기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서서히 줄이다 곧 끊을 거라는 대답만 연기처럼 날리던 남편은, 몸에 밴 냄새로 찌프리는 나와
집안 벽지의 탈색되는 모습을 보면서도 니코틴이 저토록 심각한 것임을 전혀 개의치 않았었고
그 또한 개인의 기호품이라는 이유로 항변하는데 억지로 말리기엔 너무 잔인한 일 같아 포기를 해버렸다.

허나, 당당하게 누리던 그것에게 서서히 어둠이 다가올 거라는 생각을 그땐 과연, 뉘라서 해보았었을까?
어깨 힘이 있고 목소리 크면 무한대로 자유롭게 뿜으며 언제까지고 이어져 갈 줄 알았을 중독성 강한 그것!.
기호품이 늘어나고 대체용이 등장하면서 언론에서조차, 경고성 그림과 함께 위험성을 조장하자
주변에서 그것으로 쓰러져가는 사람들의 경우가 심한 녹조에 물고기 떠오르듯 하나 둘, 윤곽이 드러나고
직접 하지 않는 간접흡연에서도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 모두 다 알게 되면서
서서히 그것의 기세는 꺾이고 있었다고 감히 말을 하고 싶다.

그것에 대해 모를 때는 차라리 편안했을지도 모른다. 눈 뜨면 열리는 하루가 초침처럼 빠르게 지나고
변하는 게 현실이다 보니 매순간, 개개인 행동이 모두의 귀와 열린 눈에 보이는 카메라 앞에 서게 되었는데
그건, 성능 좋아진 스마트폰이 눈앞서 벌어지고 있는 행위들을 순식간 퍼트리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는 지위에서, 어깨의 힘에, 접대의 수순으로, 또는 기호품으로 한때를 풍미하던 것이
이제는 스스로의 품위를 떨어트리는 쪽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는 데에서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되기도 하다.
주변 애연가들에게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애를 쓰면서도 끊기는 어렵다고 하는 이야길 자주 듣는다.
해도, 이들처럼 정해진 곳을 이용, 남의 눈 흘김을 당하지 않고도 즐길 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거리에서, 횡단보도에서 많은 사람들의 눈총을 받아가면서까지 매운 연기를 날리는 몇몇을 보면서
가끔은 턱 바로 아래까지 솟구치는 심한 욕설을 참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음을 솔직하게 시인하는 바이다

"댁의 패배적 한숨이든, 기호적 입맛일지라도 정해진 곳에서 혼자 즐길 일이지
왜, 남의 인생에까지 침투를 시키나요! " 라고 큰소리로 반문하고 싶어 진다.

주어진 공간 내에서 정장 차림으로 커피처럼 즐기며 사뭇 맛나게 흡입하는 직장인들을 보며 
내심, 측은지심이 들기도 했지만 거리에서 행인들의 눈치를 보면서까지 내뿜는 누군가를 보면
혹, 노숙자는 아닐까? 또는 삶이 버거워진 고민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왠지, 폄하된 눈으로 보게 되는 걸 느낀다.
그건, 타인을 생각하는 지적인 사람들은 결코 길거리 매연에 한 몫 하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에서이다.

정부도 곳곳에 더 많은 끽연실(흡연)을 마련해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부터 비 흡연 국민을 보호해야할 일이다.

한 달여 전 감기몸살을 크게 앓고 난 남편은 앞날을 위해선지 아니면 무엇인가 안 좋은 느낌을 받았음인지
30년을 훨씬 넘게 애연하던 것을 당신 스스로가 단기간에 끊어 버렸다
이젠, 잠결에 남편 쪽으로 돌아누웠을 때에 눈 확 뜨게 하던 입 냄새로 냉정하게 돌아눕지 않아도 되고
거친 숨결 불안해 훔쳐보다 부족하기만 했던 수면 걱정, 하지않아도 되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RE)아래것(게시물85번/2008년도작)---------
 

The Cigarette 담배  / 眞如 홍은자

한 때는 폼생폼사 전유물로,
세상을 다 안 듯 비스듬히 기대어
멋들 지게 하얀 꿈 뿜어 올리기도 했었어.

주머니 두둑하고 사랑마저 배부르면
간 밤, 촉촉하고 도톰했던 그녀의
동그란 입술 모양 회심으로 날렸었지.

그녀도 떠나고 폼도 우그러진 지금,
앞 막힌 귀퉁이서 꼬투리까지 빨아대곤
빈 손 휘휘 저어가며 회한(悔恨)을 날린다네.

PS: 애연, 끽연가 시인님들께 양해를 구합니다. 길을 가다 앞에서서, 혹은 다가오며,

지나가면서 훅~ 생각없이 내뿜는 연기에 곤혹스럽고 짜증스러워 공공의 적(담배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개인적 느낌만으로 썼습니다. 송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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