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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홍은자 문학서재

ㆍ작성자	홍은자
ㆍ작성일	2013-07-15 13:17

ㆍIP: 121.xxx.241

[수필]경계를 밟다

경계를 밟다 / 眞如 홍은자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귀가 조금씩 얇아지고 있는 것 같다.
싱싱 팔팔할 때엔 귀담아 듣지도, 제대로 시선조차 주지 않던 것들이
뭐는 어디에 좋고 어떤 것은 아주 귀한 것이라는 소리에 고요하던 두 귀가 반짝 선채 팔랑거리곤 한다.
청춘엔 사랑하기 바빠 건강은 눈곱처럼 쉽게 떼어버릴 정도로 자동 리필 에너지의 충만감으로 차 있었고
불혹에 들어선 한창 자라는 아이들 뒷바라지로 온통 가족들만 머리에 이고 있을 만큼 자신은 잊고 살아 왔다
돌도 씹어 삼킬 듯 물 말아 먹은 한 끼로도 충분한 힘을 쓰면서 밀려있는 것들로 외로움도 모른 채 달려왔는데,
지천의 산마루에 다다르니 숨은 턱턱 막혀 오고 어깨와 무릎서 삐거덕거리는 경고음이 종종 울려 나오고 있다.

애써 헉헉거리며 달리기를 해왔던 어제와 달리 모처럼 나선 산행 중 천천한 걸음에서조차 달릴 때의
숨과 닮은 단 냄새가 목까지 차 올라왔고 손 길게 뻗히면 닿을 듯 했던 발아래 세상들은 다른 나라처럼
낯설기까지 하여 어느 세월에 다시 저곳에 돌아가 당도를 할 것인가 지척이 턱없이 멀게만 보였다.
축척 되었던 열량의 소모는 온신의 기운을 바닥으로 가라앉히고 어디든 걸터앉으면 바로 땅속으로
스며들어 버릴 것 같이 아스라하고, 잠시 눈이라도 감을라치면 그대로 죽음 같은 잠에 빠져들 것만 같은,
혼신 경계선 잘못 밟으면 폭탄처럼 터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발상의 불안감이 엄습해 오기도 했다

대체 이것은 무엇인가? 누가 이렇게 내 브레인(brain)에 그물 같은 크고 허한 망을 씌워 놓은 걸까?
외양은 예전 그대로 같은 자리에 서 있는데, 몸 안의 존재는 둘로 나뉘어 과거와 현재의 혼미 속에
흔들거리며 바스락 거리고 있는, 처절하기까지 한 자신이 보인다. 산행에 동행한 동년배들을 둘러보며
저들도 같은 느낌을 받았을까? 아니면 정상정복의 환호만을 느끼고 있을까?
에둘러 물어보고 싶은데 시원타 못해 차가운 바람이 거칠게 입을 막아버린다. 그들도 풀어진 채 젖어 있었다.
젊은 날 침묵은 금이라 했지만 나이 든 침묵은 무표정 무의식 무 존재처럼 혹, 스스로 바위가 되어가는 건 아닐는지..

다 가진 듯 한눈에 모두를 담은 시야, 어렵게 올라온 산 위에서 얻은 것은 무엇이며 잃은 것은 무엇인가...
그저 남들이 좋다고 하여 자신에겐 혹독한 매질로 인내하며 정상에 올라선 느낌이 단지
성취감으로 소리치는 웅성거림 속에 하나 남은 겨울 나뭇잎처럼 달랑거리는 느낌이라니.
산 아래는 바람이 지나고 있고 그 뒤로 산, 또 산이 겹쳐진 선을 그리는 가운데 흐릿하게 운무가 흐르고 있다.
그 협곡들 사이로 하얀 줄 하나가 지렁이처럼 굽어 돌아가는데, 과연 저 길 끝에 닿아 있는 곳은 어디일까?
유년에 꿈꾸어 왔던 세상은 아닐까? 현재와 과거로 이어진 경계를 밟고 서 있는 지금, 여기가 곧 시작 길은 아닐까?
말 없는 산 뒤로 하고 구름처럼 내려오는데, 상큼한 한 점 바람 얼굴 살폿 간질이더니 이내 앞서 달아나고 있다.

이명숙 2013-07-15 17:40	경계에 서면 늘 위태로움을 피부가 감지합니다. 목은 더 마르고 마음은 더 갈피 잡지 못하고 ... ... 차분히 들려주시는 이야기에 많은 생각하는 시간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문은자 2013-07-16 09:36	벌써 경계선이시라니요? 저보담은 은자언니야~~ 하고 부를 것도 같지만요. 그 선까지 말씀하시기는 너무 이른 거 아니신지요? 장마비에 건강 조심 하시구요. 행복한 나날 되십시오.

홍은자 2013-07-16 12:01	이명숙 시인님 장마만큼이나 길고 지루한 글 읽어주시고 격려글 남겨주셔셔 감사합니다. 국민산행이 되어버린 등산, 젊은 날 많이해야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습관적 운동처럼 해야 근육들이 환영을 할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어쩌다 수개월 만에 산행은 많은 것을 감지하게 했습니다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발아래에 세상을 내려다보며 새로운 기를 담아오는데 운동부족인지 몹시 힘들었던 기억만.. 해도, 내려올때의 구름 밟는 느낌이 있어 다음을 또 예약했답니다 오늘처럼 밝게 개인 날들만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홍은자 2013-07-16 12:07	문은자, 은자시인님~~~~~ 과거와 현재를 정상에서 밟아본 느낌이랄까요? 젊은 날 얼굴이 상기되도록 앞장서서 오르던 날과 힘들게 오른 현실과의 차이 어느 누가 세월을 이기겠습니까만, 옛날 대구 팔공산을 오르던 기분만 가지고 오른게 착각이었지요. 이젠 능선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곳을 보면서 시상이 운무처럼 피어오르는 곳들만 찾아 아름다운 산행을 계획해 봐야겠다는 생각이랍니다 은자, 은자 시인님,(뭘까요~ㅎ~,,,,,,,,, 제가 절 부르는 느낌, 꼭 나홀로 판토마임같네요) 여름철 건강 잘 챙기시고 즐거운 휴가 멋지고 알차게 계획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_-)^^*

김잔디 2013-07-16 21:12	전쟁이라도 일으켜 경계를 부서버려야 하겠습니다 밟을 경계도 없을테니까요..ㅎ 100세 시대엔 자신감이 이외엔 약이 없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주응규 2013-07-17 10:33	좋은 글 잘 읽습니다 감사합니다 반쪽 장마 반쪽 폭염 지금한반도는 진행중입니다 두루 평안하시고 시원한 여름나십시요^^

홍은자 2013-07-17 11:05	김잔디 시인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당당하고 자신감 찼던 젊은 날들이 그리워졌던 날이었어요 나름, 운동을 한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예전 같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그 경계 김잔디 시인님께서 뿌사주세요 부디~~()^^* 정신력은 아직도 40대 초반 정도? 인것 같은데(완젼 착각일수도..~`ㅎ) 시인님 유머스런 답글로 축축한 아침이지만 미소로 열게 되어 감사합니다

홍은자 2013-07-17 11:09	주응규 시인님 감사합니다 여기도 며칠째 계속 쏟아붓고 있네요 습하고 덥고 축축하고.......... 해도 시인님처럼 격려글 주시는 분들이 계셔셔 가슴은 햇살이 됩니다. 장마철 건강 주의하시고 좋은 날 되시길빕니다

김수잔 2013-07-17 13:10	'경계를 밞다' 글을 감사하게 읽었습니다 경계선이 어디서 시작하시는지요..? 마음에 많이 달렸다고 봅니다 산행도 좀 더 자주 하시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남들이 겪는 경계선이 더 멀어질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홍은자 2013-07-17 20:32	김수잔 시인님 제 서재를 방문해 주시고 격려글 남겨 주셔셔 감사합니다 제가 느낀 경계는 현실에서 추억을 떠올리는 순간이 바로 경계선이 아닐는지요? 천고지가 넘는 산을 젊은 날에는 신바람으로 올랐는데 정말 힘들더라구요 발 아래 세상을 보기 위해 오른 정상에서 나른하게 퍼져오는 氣의 흔들림?일지 많은 시간이 할애된것을 추산한 타산적인 육신의 항변 때문인지 어쨌든, 확연히 느낌이 다르더라구요 불혹과 지천명의 산행일지는 ... 어쩌면 이런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알게 되기도 하고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도 되었지만 반면, 더 높은 곳은 피해야겠다는 얇은 생각도 들었었답니다 시인님 고견 받들고 스스로에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인정합니다 편안한 저녁 시간 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장용순 2013-07-18 05:29	조금 높은 산을 오르면 체력의 한계를 드러냅니다. 산행은 즐겁지만 무리하진 마시고요 자주하면 생각보다 어렵진 않습니다. 공감하는 글 감사드립니다.

정태중 2013-07-18 15:31	시인님 잘 계시죠? 한번을 뵈옵지 못하네요. 사람 사는것이 다 그러진 않겠지만..... 시인님께 지송요........ㅎㅎㅎ 항상 건강하시고 평택 갈일 있으면 꼭 찾아뵙겠습니다.

김이진 2013-07-18 15:34	42.195km 달리고, 산악 마라톤을 달리고 울트라마라톤 100km 달리고 그렇게 내 인생은 달려가고 있지만 가끔은 체력이 끌려가는 느낌이 들때가 있지요. 얼마나 빨리가고 빨리 달리냐가 중요함은 아니겠지요. 그냥 오늘을 즐기며 자연속에서 쉼하며 그 품속에 빠져보세요. 조금 늦게 간다고 누가 탓하는 것 아니잖아요. 작은 들꽃과 친구하며 아름다운 추억 많이 담으시길 바랍니다.^^*

홍은자 2013-07-18 17:39	장용순 시인님 공감과 격려글 남겨 주셔셔 감사합니다 천천하게 낮은 곳으로 산행을 다니라는 고견 감사히 받겠습니다 더운 여름철 건강 유의하시고 즐겁게 보내시길 빕니다

홍은자 2013-07-18 17:52	well,well, well~~~~~~~~ 정태중 시인님 활동하시고 계셨나요? 옛시인님들이 별반 활동을 안하시고 계셔셔 먼 사람들이 되어가나 했어요 반갑습니다. 얼마전까지 명절이면 어김없이 안부 문자 보내주셨는데 소식이 없어서 궁금했습니다 지금 카스토리로 옛시인님들과 친구가 되어 소식과 근황들을 사진과 글로 나누고 있습니다 친구해 들어오셔셔 반가운 모습, 확인해보세요 저는 카스,카톡이 www.hanilsports.com으로 되어 있어서 잘 모르셨을거예요 저를 찾아서 클릭해보세요~~~

홍은자 2013-07-18 17:58	김이진 시인님 사진이 바뀌시었네요 반갑습니다 시인님께서는 철인3종 경기를 하시고 계신가봅니다 멋지세요~~ 전 스포츠를 즐겨하는, 좋아하시는 남자분들이 멋져 보였어요 열정, 승부욕, 집중력, 단단함등으로 ~~ 신체는 작지만 저 또한 스포츠마니아입니다 무슨 운동이든 집중하길 좋아하고 마스터를 해야하는 스타일이어서 뒤쳐지기가 싫었습니다 나이를 잊고 옛날 생각만으로 무리수를 두다보니 두배로 힘이 들었던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시인님 말씀대로 자연을 즐기는 쪽으로 해볼 요량입니다 격려와 고견 감사드립니다

박미향 2013-07-27 01:49	경계란 것이 참 어려운 것이지요 ,, 좋은 글에 마음 담아 봅니다,, 에전에 백두대간 산행할때 생각이 나더군요 ,,전라도 충청도 경계를 가르며 산행하던 그 시절 ㅎ

김미경 2013-07-31 16:58	좋은 글 감사히 배독합니다. 제 큰 딸도 수필을 쓰는데 시인님의 글을 접하니 무척 반갑네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 시인님.

[수필]공공의 적(公共의 敵)

[노랫말]첫사랑에게외 1편

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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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단풍잎	38	홍은자	2014-10-26

136	한줄 글 모음	25	홍은자	2014-06-14

135	어둠은,	37	홍은자	2014-05-18

134	똥 2외	33	홍은자	2014-04-28

133	겨울 초입(初入)	42	홍은자	2013-11-30

132	관계	24	홍은자	2013-11-04

131	말, 말, 말	28	홍은자	2013-09-09

130	[수필]공공의 적(公共의 敵)	21	홍은자	201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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