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문인협회 -시 (詩)

ㆍ작성자	배연옥
ㆍ작성일	2021-10-19 11:02

ㆍIP: 61.xxx.70

손톱을 깍으며

손톱을 깎으며 / 배연옥
1. 왜바람 타고 아버지가 오셨다. 잘 견디며 사는지 궁금하셨나 보다.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아버지는 약주와 벗을 좋아하셨다. 어느 날, 거나하게 취해 친구 분과 집에 오셨다. 술상을 차려드린 어머니는 부족한 안주 심부름을 나에게 시켰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버지는 "이 애가 우리 집 셋째 딸 효녀네 , 제일 예쁘고 착해! "하며 호탕하게 웃으셨다. 말이 없는 나에게 그날 아버지의 웃음소리는, 효녀 씨를 내 품에 안겨주었다.
2. 아버지는 건장하시고 인자한 공무원이셨다. 주말이면 가족들과 나들이를 즐겨 다녔다. 서부 영화와 무술 영화를 좋아하셨고, 나와 동생을 데리고 자주 극장을 다니셨다. 영화를 본 날은 극장이 안방으로 이어졌다. 동생은 일인 다역으로 온 방을 헤집고 다니면서 그날 본 영화를 재연했다. 천 조각 장식과 옆에 낀 막대기로 입총* 소리를 내며 장롱 옆에 숨기도 했다. 이불 위로 나뒹굴기도 하고, 총을 맞고 비틀비틀 훅! 꼬꾸라질 때면, 깔깔 숨넘어가는 소리가 담장을 넘었다. 꿈나무로 쑥쑥 자라는 막내딸이었고, 그럴 때마다 나는 점점 말이 줄어드는 셋째 딸이었다.
3. 집 앞에 피아노 교습소가 생겼다. 둘이 보내면 레슨비가 훨씬 쌌다. 재간둥이 동생 덕에 나도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다. 빠른 습득에 진도가 쑥쑥 나가는 동생의 어깨는 언제나 으쓱했다. 하지만 나는 레슨 시간만 되면 멍해졌다. 혼자만의 연습이 좋았었다. 동생은 늘 가족들에게 주목을 받았지만, 나의 존재는 없는 듯했다.
4. 칭찬받고 싶은 갈망이 움텄다. 아버지 구두를 곱게 닦아 가지런히 두었다. 아버지는 "누가 이리 깨끗이 구두를 닦아 놓았노?" 하시며 환한 얼굴로 용돈까지 주셨다. 신발 정리와 심부름도 곧잘 했다. 어느 날부터 아버지의 손톱과 발톱도 깎아드렸다. 흐뭇하게 나를 쳐다보는 아버지의 눈은 따스했다. 나의 오랜 습관은 점점 몸에 배어 갔다.
5. 남편은 시부모님이 어렵게 얻은 아들이었다. 딸 일곱을 둔 시부모님께서 백일기도를 해서 낳았다고 했다. 시아버님과 나는 띠 동갑으로 마음이 잘 통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편 직장 때문에 처음부터 분가해서 살았지만, 본가에 가면 아침저녁으로 문안 인사는 깍듯이 올리곤 했다. 저녁을 먹은 후엔 아버님 방에 가서 종종 티브이를 보면서, 이런저런 세상사 얘기를 하곤 했는데 언 듯, 시아버님의 뭉떵하게 닳아 없어져 귀퉁이만 남은 손톱을 보았다. 친정아버지가 눈앞에 그려져 가슴이 찡했다. "아버님 손톱이 왜 이래요?" 했더니 멋쩍게 웃으시며 "밭일하다 보이 저절로 달 가서 이리된 기라!" 하신다. 얼른 손톱깎이를 찾아왔다. "제가 다시 깎아 드릴게요!" 하고는 그때부터 나는 시아버님 손톱을 가지런히 깎아드리곤 했다.
6. 어느 해에는, 이가 아파서 고생하신다는 얘기가 들렸다. 얼마 후 "아버님 이 돈으로 꼭 병원에 가서 치료받으세요!" 하며 신권 10만 원을 봉투에 넣어 드렸는데, 그 봉투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마을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다녔단다. 마을 친척분들을 만나면 "질부야, 자네가 어른들한테 그렇게 잘한다면서... 아이고 고맙네!" 하며 내 손등을 어루만지셨다. 아버님께서는 나를 칭찬받는 효부로 살게 하였다.
7. 햇살이 따스한 날이었다. 우리 집 거실 마루에 아버님께서 한가히 누워계셨다. 슬그머니 월급 명세서를 들고 갔다. "아버님 어제 아범이 월급을 받았어요. 요즘은 이렇게 명세서를 주고, 월급은 은행 통장으로 바로 넣어줍니다!" 하고는 옆에 앉아 명세서를 쭈욱 읽어드렸다. "아가 고맙데이! 이래 말해줘서 논 팔고 소 팔아서 공부시켜 선생이 됐는데, 월급은 얼매나 받아서 먹고는 살만한지 궁금했데이!" 흡족해하시는 아버님 얼굴을 보고, 나는 스스로에게 칭찬해 주었다. '오늘 참 잘했어!'라고, 마음이 뿌듯했다.
8. 이제 나의 손톱도 점점 두터워지고 딱딱하게 변해간다. 두 분처럼, 안경을 끼고도 삐뚤빼뚤하고 매끄럽지 못하게 자른 손톱, 발톱을 딸이 예쁘게 다듬어준다.
* 입으로 총소리를 내다.

고지영 2021-10-23 05:32	존경하는 배연옥 시인님 한 올 한 올 엮어 깊이 길어 올린 주옥같은 시향기가 어쩜 그리도 좋은지 마음에 담아 두고두고 보겠습니다 엊 그제 같은데 파란 잎새가 어느 듯 만산홍엽되어 격세지감을 느끼는 계절입니다 감기 코로나 조심하시고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안영준 2021-10-23 08:28	배연옥 시인님 그간에도 무고하셨는지요? 만추의 계절 시월도 막바지로 내달리는군요 시월도 얼마 남지 않았으며 올해 한 해도 비호같이 달린 것 같습니다 남은 나날도 건강히 지내십시오 주옥같은 글 잘 배독하고 물러갑니다 감사합니다

박상현 2021-12-04 05:25	촘촘히 쌓아놓은 돌담길 구멍 입구에 허물을 남기고 어둠을 빛으로 담고 깊은 사색의 잠이 드는 뱀 한 마리입니다 촘촘히 가렸던 햇살의 잎을 벗고 별빛의 옷을 나뭇가지마다 담아내는 겨울나무입니다. 존경하는 시인님 너무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고단한 한 해였네요 얼굴의 반만 내보이고 살아온 한 해라 일 년의 반만을 살아온 듯합니다 존경하는 시인님 그동안도 건강하셨는지요? 바쁘게 지내다 보니 소홀한 핑계만이 가득 안고 지냈네요 바쁜 한 해가 마지막 잎새처럼 달력 한 장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네요 설레는 맘으로 시인님의 뜨락에 들러 햇살을 받아갑니다 소홀했던 시인의 삶도 반성합니다 시인님의 시향을 햇살로 받아갑니다 시인님께 감사의 마음을 진심으로 전합니다 올 한 해도 너무나 감사합니다 저에겐 시인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늘 영광입니다 시인님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경계심이 다시금 높아졌습니다 시인님 늘 건강하세요.

박상현 2022-01-31 12:07	길어진 어둠과 짧디짧은 햇살 속에서 아이들의 새하얀 빨래가 서툴게 춤을 추고 있습니다 작은 새들은 뾰송뾰송한 재잘거림으로 햇살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네요 존경하는 시인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그동안도 안녕하셨는지요? 2022년 임인년 새해가 밝은지 엊그제인듯한데 설날이 다가왔네요 늘 시인님과 함께해서 영광스러운 지난해였습니다 올 한 해도 시인님과 향기로운 시향으로 함께 하길 소망하고 소망합니다 시인님의 겨울 뜨락에 봄 씨앗 한 줌 놓아두고 갑니다 시인님 올 한 해도 복 많이 받으세요.

최이천 2022-02-05 04:37	존경하는 배연옥 시인님 매화꽃 피였어요. 꽃소식 전합니다 여린 꽃잎 동장군을 쫓아내고 있습니다 찬바람에 몸 잘 챙기시고 건강히 지내십시오 심연의 생각에서 잉태된 시인님의 시.손톱을 깍으며 7. 햇살이 따스한 날이었다. 우리 집 거실 마루에 아버님께서 한가히 누워계셨다. 슬그머니 월급 명세서를 들고 갔다. "아버님 어제 아범이 월급을 받았어요. 요즘은 이렇게 명세서를 주고, 월급은 은행 통장으로 바로 넣어줍니다!" 하고는 옆에 앉아 명세서를 쭈욱 읽어드렸다. "아가 고맙데이! 이래 말해줘서 논 팔고 소 팔아서 공부시켜 선생이 됐는데, 월급은 얼매나 받아서 먹고는 살만한지 궁금했데이!" 흡족해하시는 아버님 얼굴을 보고, 나는 스스로에게 칭찬해 주었다. '오늘 참 잘했어!'라고, 마음이 뿌듯했다. 감명 깊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기전 2022-07-01 11:03	배연옥 시인님 귀한 글 배람하고 갑니다 한 해의 절반을 다시 시작하는 의미 있는 7월입니다 새로운 각오로 힘차게 출발하시고 건강하게 보내십시오

오만 원 두 장

딩동! 50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