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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안선희 문학서재

ㆍ작성자	안선희
ㆍ작성일	2015-10-11 21:03

ㆍIP: 124.xxx.30

기다림

기다림 / 안선희

내 청춘의 어느 가을날
광화문 사거리에서 맹인 청년을 만났네
세종문화회관을 찾아 한 시간 넘게 헤매느라
순백의 양복이 땀으로 얼룩져 있었네
내 갈 길도 바빴지만
성당에서 맹인 선교를 하던 나는
그에게 팔목을 잡혀 길을 인도하였네

맹인 청년이 허겁지겁 뛰어오면
버스 서너 대는 줄행랑을 쳤네
세종문화회관에 도착했더니
목가적인 차림의 맹인 처녀가
불안한 낯빛으로 기다리고 있었네
이미 약속 시각은 두 시간이나 지났지만
맹인 연인은 손을 맞잡고
아이처럼 빙그르르 춤을 추었네

휴대전화도 없던 시절
내게 사랑을 고백한 남학생과
첫 번째 데이트를 약속한 날이었네
맹인 연인을 만나게 해주려고
한 시간 늦게 도착했더니
종로교회 벤치에는 아무도 없고
낙엽만이 빙그르르 춤추고 있었네

이정희

2015-10-11 23:45

`안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하나의 사랑은 연결이 되고 하나의 사랑은 기다려 주지 않고..
가을날 낙엽처럼 빙그르르..
기억의 한 모퉁이에서 그리움이 맴돌고 있습니다 안선희 시인님.


안선희	이정희 시인님. 사랑의 기다림은 사랑하는 크기와 비례할까요? 대학때 아르바이트하는 저를 카페에서 세시간씩 기다려 만나주던 우정어린 친구들 아직도 제 곁에 있답니다.	10/23 19:22

문익호

2015-10-12 00:22

`안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시인님 ㅎ~
마음씨 고운 아가씨 였군요 ㅎ~
뒷 이야기도 궁금하네요

좋은 계절 행복하시고 건강하십시오 ~


안선희	문익호 시인님. 마음씨가 곱기도 하고 사악하기도 하고 평범한 인생을 살았답니다.	10/23 19:31

장용순

2015-10-12 00:25

`안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나라면 어떻게 했었을까..
바람 맞았구나라고 떠나지 않았을까..
다음엔 눈높이를 낮춰야지라며..
마음대로 사랑하다 마음대로 떠나버린
나같은 사람이 여기도 있군요..
즐거이 감상합니다.


안선희	장용순 시인님. 저는 불교도 아닌데 인연을 믿지 않나 싶어요. 한 시간을 채 못기다린 사람은 인연이 아니었겠지요.	10/23 19:32

장선희

2015-10-12 00:35

안선희 시인님 맹인 처녀와 맞잡은 손 떠올려지네요.
행복한 마음으로 값진 시간을 보내셨네요^^
깊어가는 가을에 풍경처럼 무지게 사랑 만드세요~


안선희	장선희 시인님. 맹인 총각과 처녀의 애끓는 심정에 저의 친절이 조금은 도움이 되었겠지요. 소리소문없이 바람과 함께 사라져 주었답니다.	10/23 19:33

김강좌

2015-10-12 06:53

참 이쁘신 마음에 감동합니다~^^
흔히들 그냥 스쳐 지나가기 일쑤인데.
저라면 어떠했을까..도 돌아보며
감사한 마음도 올립니다~^^*
늘 그모습 그미소로
걸음하시는 곳에서 행복한 시간들 되시고
향필 이루시길요 ~^^*


안선희	김강좌 시인님. 요즘 세태에는 도우려다 피해를 입는 일이 왕왕 발생하니 어설프게 돕기 보다는 자타가 행복해지는 시를 쓰는 게 어떨까요^^	10/23 19:34

김광섭

2015-10-12 10:54

기다림 ^^**
향긋한 미소를 머금고 갑니다
서늘하다는 말이 이제는 자연스럽습니다
따스한 무엇이 그리운 때가 왔네요
보람되고 알차게 보내세요....... 시인님!


안선희	김광섭 시인님. 아침 저녁으로는 춥다고 생각들 정도네요. 향긋한 미소의 향내가 제 서재에서 진동하고 있습니다.	10/23 19:35

김이진

2015-10-12 11:46

알프스 소녀처럼 목가적인 차림의 맹인 처녀가
불안한 낯빛으로 기다리고 있었네
이미 약속 시각은 두 시간이나 지났지만
맹인 연인은 손을 맞잡고
아이처럼 빙그르르 춤을 추었네/

참으로 아름다운 감동입니다.
본인의 약속은 바람 속으로 떠나가 버렸지만
그날의 바람은 아마도 시인님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따뜻한 바람으로 남아있겠지요.
감사합니다. 행복한 점심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안선희	김이진 시인님. 저 또한 맹인 연인의 사랑이 부러웠어요. 정안인이라면 기다리면서 화를 내고 또 겨우 어렵사리 만났더라도 잘잘못을 따지며 싸웠겠지요^^	10/23 19:36

경규민

2015-10-12 19:05

아!
참으로 감동 감동입니다.
그 고귀한 사랑 너무 멋집니다.
그 맹인 여자분 !
지금도 시인님의 그 깊은 사랑을 어데선가 기다리며
시인님의 행복을 빌어주고 있으리라 믿어지네요
쉽지않은 그 시인님의 모습에 고개숙여집니다.
시인님이야 말로 기다림의 미학에 대한 대가 시네요
가슴 따뜻하고 한 켠이 젖어지는 듯 아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엮어가소서!!!


안선희	경규민 시인님. 고귀한 사랑이라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타인을 위해 걱정하며 기다리는 사랑 우리 정안인들이라면 몹시도 어려운 사랑이지요.	10/23 19:37

박정근

2015-10-12 21:48

가슴 따뜻해지는
아름다운 영화를 본 듯 합니다
곱게 그려내신 시향에 행복하게 다녀갑니다
비온 후 날씨가 찹니다 건강 돌보시며 늘 좋은날 되세요 시인님~~^^


안선희	박정근 시인님. 대학때 맹인의 만남을 본 후로 시나 단편으로 승화시키고 싶었는데 군더더기를 해결 못하다가 겨우 써냈답니다.	10/23 19:38

김경렬

2015-10-12 21:58

안선희 시인님!
천사가 따로 없군요
첫 데이트를 날려버린 맹인의 길라잡이!
천사의 희생이 빛납니다.
더 좋은 만남으로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안선희 시인님!


안선희	김경렬 시인님. 천사라니 당치 않습니다. 제가 20대 초반 무렵이니 모든 사람들이 순박하고 남을 잘 도왔던 시절이었지요.	10/23 19:38

안정순

2015-10-13 10:55

첫번째 데이트는 비록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그 아름다운 선행은 아직도 가슴 속에 따스히 남아 있을 듯 합니다.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에 수확을 기다리는 벼들이 얼마나 풍요로운지요!
감사히 봅니다.안시인님


안선희	안정순 시인님. 첫번째 데이트가 이루어지지 않은 게 저의 인연이겠지요.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에 고개 숙인 벼들처럼 풍성한 시의 열매도 맺으시길요!	10/23 19:39

김희선

2015-10-13 11:34

한 시간도 채 기다려 주지 못한
성급한 사랑에 안타까운 마음이
더해 쓸쓸한 가을 벤치였겠지만..
그래도 그 연인들의 순수한 사랑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신
그 마음이 참으로 곱습니다.
추억을 먹고 살아가는 계절이라
가을은 쓸쓸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풍요롭기도 한 것 같아요..
깊은 의미의 고운 시 감사히 음미하고 갑니다.
행복한 가을 되세요.~안선희 시인님^^*


안선희	김희선 시인님. 마중물이라고 하지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음도 행운이겠지요.	10/23 19:40

배정이

2015-10-13 16:31

낙엽이 춤추고 있었다면~
안선희 천사님,
사랑을 고백한 남학생과
지금도 좋은 인연인가 봅니다. ㅎㅎ


안선희	배정이 시인님. 사랑을 고백한 남학생은 저를 귀엽게 여기고 미소짓고 바라봐주는 짧은 인연이었답니다.	10/23 19:42

곽철재

2015-10-13 22:44

사랑은 늘 엇갈리기 좋아하는 건가요?
ㅎㅎ 어쩔수 없이 궁금증이 발동합니다.
아름다운 가을에 아름다운 이야기였습니다.
더욱 행복하십시오.


안선희	곽철재 시인님. 사랑은 엇갈리는 것인가 봐요. 궁금해하실만큼 심각한 사건이 없었어요. 시인님도 이 가을 행복 가득하세요.	10/23 19:42

이정규

2015-10-14 19:56

안선희 시인님 ~~
고운 시향에 즐감하고 갑니다
오늘 한낮에는 덥게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날씨가 풀어지니 감기조심 해야 할것 같아요
오늘 하루도 건강하게 보냄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횐님들 행복하고 편안한 저녁 되시길 바랍니다.


안선희	이정규 시인님. 낮과 밤, 아침의 기온차가 심하네요. 시인님 감기 조심하세요. 행복한 날들 되시구요.	10/23 19:43

김선목

2015-10-15 08:36

안선희 시인님의 젊은 날의 선행 착하고 예쁜 마음
장애우를 보는 마음만으로도 예쁘십니다
등단하기 전에 성당가는 길목에서 만난 휠체어 탄 장애아를 보고
주일에 만난 아이란 시를 쓴 생각에 잠겨봅니다
시이님의 희생이 따랐으니 이는 진실로 사랑이라
아마 그 빈 벤치는 잠시였겠지요?


안선희	김선목 시인님. 장애우를 소재로 시를 지으셨다니 언제 시인님 서재에서 접했으면 합니다. 고운 시선으로 보듬으셨을 듯하네요.	10/23 19:43

김흥님

2015-10-15 21:16

아,,참으로 동화같은
한편의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누군가에게 베푸는 정,,
참사랑의 실천입니다

그날의 빈 벤취는
어쩌면,,인연이 아니였음을 암시해주는 듯..,,


안선희	김흥님 시인님. 사실 제 자신도 이기적인지라 언제 남에게 베푼 적이 있나 싶었는데 시를 쓰고나니 모두 저더러 천사라고 하네요^^	10/23 19:44

주응규

2015-10-16 09:06

안선희 시인님 곱게 지피신 글향이 가을빛으로 가슴을 물들입니다
단풍드는 가을, 아름답고 행복한 일들과 동행하시고
좋은 계절에 향기로운 시향 가득 지피십시요
기온차가 심한 환절기 입니다 건강하시시요^^


안선희	주응규 시인님. 단풍드는 가을입니다. 시 쓰기 좋은 계절 명작이 줄줄이 탄생하길 빕니다.	10/23 19:44

조한직

2015-10-18 15:27

맹인 연인 때문에 시인님의 연인과의 다음은 어떻게 되었는지요?
놓친 시간 뒤의 그 사랑이 다시 영글었나요?
깊어가는 가을 행복하시길요.


안선희	조한직 시인님. 맹인 연인 덕분에 알곡인지 가라지인지 터득했고 덕분에 저 멋진 사람을 만났답니다.	10/23 19:45

김보규

2015-10-19 23:04

성당에서 맹인 선교를 하던 나는 ~

이 대목을 읽으며 풋풋하고도 아름답던
시인님의 젊은 시절이 스크린으로 지나가네요 ~
고우신 시인님의 시향을 보며 팍팍한 이 도시에 내린
축복의 시간을 감사히, 기쁨으로 안아갑니다, 안선희 시인님.^^


안선희	김보규 시인님. 성당에서 맹인 선교는 아주 짧게 했는데 덕분에 맹인을 인도할 적에는 팔꿈치를 잡게해서 걸어야 한다는 상식을 알고 있었지요^^	10/23 19:46

인생사

상사(相思)

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223	사랑의 딜레마	8	안선희	2015-11-11

222	해운대 백사장에서	6	안선희	2015-11-11

221	광안리 야경	4	안선희	2015-11-11

220	여수 하멜 등대에서	4	안선희	2015-11-11

219	사명	4	안선희	2015-11-11

218	성격	6	안선희	2015-11-11

217	네 잎 클로버가 뭐길래	4	안선희	2015-11-10

216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10	안선희	2015-11-10

215	김밥	5	안선희	2015-11-10

214	절망의 세월호	5	안선희	2015-11-09

213	고사리손	10	안선희	2015-11-09

212	하루살이	20	안선희	2015-11-08

211	교통사고	19	안선희	2015-11-07

210	시인의 말	26	안선희	2015-11-03

209	인생사	34	안선희	2015-10-23

208	기다림	40	안선희	2015-10-11

207	상사(相思)	26	안선희	2015-10-10

206	어린이를 사랑하는 까닭	34	안선희	2015-09-30

205	행복한 순간	44	안선희	2015-09-01

204	벙어리	48	안선희	201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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