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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채홍조
ㆍ작성일 2005-07-13 (수) 03:36
ㆍ추천: 0      
ㆍIP:
내 어린 날의 자화상 12.[그때 그 자리]
내 어린 날의 자화상 12.
[그때 그 자리]


채홍조


플라타너스 그늘에서
땅따먹기, 공기놀이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시작종이 울리면
흙 고물 잔뜩 묻은 손을 털고
교실로 뛰어들어가던 철부지들
여름밤 개구리 소리처럼 떠들어대다
선생님 들어오시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지던 교실

점심시간에 노란
옥수수 빵 하나 받아들고
부끄러워 숨어서 삼키던 아린 기억 한 조각
운동장 한구석에서 서성거리고
그때 나를 지켜보며 위로해주던
저 나무는 지금도 푸른 미소를 지며  
큼지막한 손을 내밀고 반갑게 악수를 청한다

만국기 휘날리던 운동장에서
파란 띠, 하얀 띠, 이마에 두르고
가을 하늘 알록달록 달리던 응원가
다슬기 잡고 멱감던 거울 같은 금천강
이제, 갈대 울음소리만 스산한
개천 같이 되어버렸구나

지천 명을 넘긴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사이로
불어오는 내 인생의 가을바람은
만감(萬感)이 교차하는 아릿한
유년의 뜨락에 나를 내려놓고
거침없이 불암산을 넘어가는데

강산(江山)이 네 번 바뀌는 세월
변한 것은 내 모습만이 아니구나.
아담하게 단장한 학교
최첨단시설을 갖춘 깨끗한 교실
과외수업을 방불케 하는 학교수업
정말 다시 공부하고 싶은
아름답고 꿈이 가득한 학교가 되어
후배들을 키우고,
우리들을 맞아주는구나

때때로 유년의 학창시절이 떠오르면
입가에 서글픈 웃음이 끼어 들고
마음은 속절없이 시커먼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떠나곤 했지

지금도 가끔 꿈속에서
뜨거운 햇볕 아래, 맨발로
비탈 밭을 매고있는 나를 만난다.
고사리 같은 손등에 어느새
굵고 시퍼런  힘줄만 일어서고
바코드 같은 인생의 계급장 갈피마다
어리는 추억들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내 어린 날의 자화상이다.
                             

채홍조: 부족한 저의 글을 이렇게 금주의 시로 추천해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07/13-10:43]-
노홍균: 어릴 적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나게 하는 글 참 좋으네요.  -[07/17-21:22]-
ㄹㄹ: 혹시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 시는 가슴에서 우러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08/23-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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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빈터(生家에서)/ [17] 윤갑현 2006-02-06
61 감금된 오후 [5] 김성덕 2006-02-01
60 겨울나무 [10] 김미경 2006-01-09
59 파도 [8] 정영숙 2006-01-02
58 산길 [218] 김현영 2005-12-24
57 겨울산의 초상 [12] 박선화 2005-11-08
56 삶이란 [3] 김종필 2005-10-30
55 모항의 저녁 [2] 장현진 2005-10-12
54 가을의 노래 [3] 임국광 2005-09-12
53 도시의 여름 김혜정 200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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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사랑은 아름답다 이일임 200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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