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서부 문학회 6월 정기모임 후기 **

오전 11시쯤 핸드폰 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예, 접니다.”
김남식 회장님의 목소리였다. 지금 김우현 시인님과 의성군청 벤취에 와 있다는 소식이다. 
순간 당황했다. 약속 시간은 오후 1시였는데 두 시간이나 앞당겨 오셨다니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구미에서 채현석 시인님과 정병옥 시인님이 오전근무를 하고 오실려면 약속시간을 당길 수도 없는 실정이다.
두 시간을 기다리려면 날은 덥고 지루할텐데 걱정이다.
아뭏튼 시간을 잘 보내고 기다려 달라는 부탁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웬지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해서 어디에 계시냐고 물었더니 구봉산 문소루에 다녀 오는 길이라고 했다. 
군청 벤취에서 땀 흘리며 기다리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문소루에 다녀 왔다는 소식에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두 시인님께 레스토랑에 가셔서 시원한 쥬스라도 마시면서 기다려 달라고 부탁 했으나 싫다고 하셨다.
내 생각에는 레스토랑에서 편하게 기다리면 마음이 좀 편해질 것 같았는데 거절하시니 
근사한 분위기에서 양식으로 점심을 대접하려고 계획했던 마음이 무산되어 버렸다.
손님을 초대하는 입장은 누구나 다 그럴 것이다. 
오시는 분이 마음이 편안해야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또한, 흡족한 마음을 안고 돌아가길 바랄 것이다. 

구미 채현석 시인님이 12시 20분이 되어서 전화가 왔다. 지금 출발한다는 소식이었다. 
시간을 계산해보니 약속시간이 지나서 도착될 것 같았다. 
더운 날 벤취에서 기다리고 있을 두 시인님을 생각하니 급하게 서둘러서 외출을 해야했다. 
군청앞에 도착하여 여지저기 살펴보니 두 시인님의 모습이 보였다. 
반바지.반소매 마의(麻衣)를 입고 중절모를 쓰고 계신 김우현 시인님과 
넥타이를 매고 양복을 입고 계신 김남식 시인님의 옷 차림이 대조적으로 보였다. 
그 분들이 앉아 있는 벤취에는 무성한 등나무가 볕을 가려 주고 군청의 정원이 아늑하고 너무나 시원한 장소였다. 
반갑게 서로 인사를 나누고 정담을 나누며 구미에서 오실 두 시인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우현 시인님은 “맺혀있는 꽃망울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꽃망울이 맺혀있을 때는 침묵같지만 활짝 피었을 때는 할 말이 많은 꽃을 상상한다. 
그러나 유머[humor]있는 분이다. 
이 분이 하시는 말씀, 의성군청에 도착하여 관계자 한 분을 만나서 안내도를 좀 달라고 했더니 
군청 직원은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사무실로 들어 가더니 양말을 신고 나와서 다시 친절하게 안내를 하더라. 
라는 얘기를 나에게 전했다. 
친절하게 맞이해 주셨던 군청 직원이 고맙다. 그리고 유머 있는 시인님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

처음으로 뵙는 정병옥 시인님이 가다려진다. 
군청 주차장을 맴도는 차량이 눈에 띄어 보니 구미에서 오신 손님이다. 
보고 싶었던 정병옥 시인님과 채현석 시인님과 함께 인사를 나누고 바로 빙계계곡으로 출발했다. 

채현석 시인님의 차에 모두 함께 타고 창문을 열어보니 에어컨보다 시원한 자연 바람이 
그동안 생활에 묻혀 있던 답답함을 뚫어 주듯이 가슴팍을 파고든다. 
금성산 줄기타고 불어오는 산바람이 들녘에 한들거린다. 
사과 나무에는 탱글탱글한 풋사과가 여물어 가고 별꽃이 낙화한 고추밭 이랑에는 탐스런 고추가 
오뉴월 뜨거운 볕을 안고 있으며 시골마을 담을 넘어 온 마늘 향이 코 끝에 머문다. 
모두들 침묵이다 창밖에 널려 있는 대 자연의 신비함을 감탄하고 있을 뿐이다. 
한참을 가다가 김우현 시인님이 메모지와 볼펜을 빨리 달라고 한다. 
3초가 지나면 잊어버리는 머리란다. 
“시상이 떠올랐다.”
“빨리 메모지``````.”
옆에 있던 시인님이 메모지를 건네자 무엇인가 열심히 적고 있었다. 
과연 어떤 시상이 떠올랐을까? 궁금해진다. 
“그런데, 나는 왜 아무런 시상이 떠오르지 않지?” 
내 안에서는 녹침 (綠沈)만 무성하게 취하고 있었다. 
빙계계곡에 도착하면 시상이 떠오르겠지. 
얼름 골에 도착하니 “시집 못 간 암탉”이란 식당 상호가 눈에 들어 온다. 점심 시기가 지났으니 
모두 허기진 배를 달래야 할 것이다.
메기 메운탕을 주문해놓고 계곡의 전경을 둘러보고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 얼큰한 메운탕이 나왔다. 

김우현 시인님은 식당 주인에게 매운고추를 주문하자 

중간 생략~~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시조 강의에 들어갔다. 
김우현 선생님이 준비하신 자료는 너무나 소중한 내용이 많았다. 
현대 시조의 문제점을 논의하고 우리가 지켜가야 할 시조의 형식에 대해 많은 의견을 주고 받았다. 
김남식 회장님의 시조에 대한 열정과 지식은 풀어 내어도 끝이 없다. 
시조의 강의가 끝나고 “빙계계곡”이란 시제로 즉석 시조 짓기를 과제로 주셨다.
고개를 숙여 글을 쓰는 시인님의 모습은 진지 하였고 
계곡에서 쓰는 즉석 시조는 어떤 모양으로 탄생이 될까 기다려진다. 
그러면 다음 만남을 기약하면서 시인님이 쓰신 글을 소개해 볼까 한다.

빙계계곡 / 김우현

만천리 화석 밟아 조문국 조공받아
경북팔승 빙계계곡 시집못간 암탉집
멋질린 메기메운탕 낮은 처마 하냥쯤.

빙계계곡 / 정병옥

하늘빛 비친 물 속 고개든 송사리떼
억새풀 잠깨우는 짖궂은 명지바람
의성의 빙계계곡 다시찾는 쉼터라.

**신입회원이 처음으로 짓는 시조 실력이 이정도라면,
그냥 앞만 보고 섰다고 했는데 옆과 뒤를 돌아 보았다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 나올지 상상이 된다.

빙계계곡 / 채현석

망초꽃 바람결에 외로움 달래우고
꽃향기 유혹속에 날아든 하얀나비
수줍은 미소지으며 반겨주는 임마중.



빙계계곡 / 공순임

산높고 하늘높아 계곡을 유람하고
나그네 발길멈춰 한시름 달래보니
청산이 가슴에닿아 그리움만 이누나.

2007년 6월 30일  경북 서부 문학회  공순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