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전남지회 정기 모임 후기

사람들은 배고픔만 알고 사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세월따라 배고픔은 참을 수 있었으나 보고픔은 참을 수 없었더라.

하수상한 세월이 흘러간 곳에서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 보는 것은 아마도 배고픔보다는 보고픔으로 더 흘러들어 간 것 같다

우리는 여수의 검은 모래사장으로 알려진 만성리의 바닷가에서 갈매기가 허공으로 사람을 부르는 소리를 뒤로하고 찰싹이는 파도의 이야기도 들으면서 이렇게 모인 것이 사람을 잃지 않고 동그라미 안쪽으로 묶는 것인 줄 안다

박근철 시인님 아들 결혼식에는 여태껏 사람들이, 어디에 숨바꼭질하다 술래에 잡힌 것처럼 모두 웅성웅성 갑갑하던 이야기를 주고 받는 모습이, 사람 사는 향이 이런 것이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바닷사람이라고 탔던 얼굴이 수상한 세월 속에 햇빛을 못 보았는지 아주 하얗고 복받은 얼굴로 웃고 있는 모습이 또 그렇게 푸근하였다.

바닷가에서 사람을 찾아드는 싱그러운 바람이 우리의 모임에 더 많은 이야기를 가져다 주었다. 항상 맑은 미소의 정찬열 시인님, 두 번째 시집을 회원의 이름으로 혜존하시고, 배인안 시인님은 몇 달 전에 파머한 머리가 아직도 곱쓸하게 남아 있어서 변하지 않는 마음을 보여 주셨고, 우리 지회의 아침을 열어 주시면서, 잠시 동안 팔이 고장 나서 고생하시는 최이천 시인님, 손자의 재롱에 정신없이 하루를 잡으시는 정병근 시인님, 구수한 입담으로 웃음을 풀어 놓으시는 박기만 시인님, 해남에서 마음을 심어 꽃을 피우시고, 마음조차도 해남을 닮아 가시는 소재관 시인님, 구수하게 시 낭송을 위하여 본인 닮은 이쁜 카페를 개원하시고 방송국의 개설을 준비 중인 정미형 시인님, 올해 등단한 새내기, 낭송으로 바다를 잠 재우신 심선애 시인님, 그리고 총무를 맡아 수고하시는 한정서 시인님과 아내의 힘든 일을 함께하기 위하여 같이 고생하신 남편 분, 이제는 고생이 아니라 등단하여 식구가 되시겠다는 말씀도 너무 고맙고, 몇 년간의 지회장하시더니 힘으로 군림하시는 김강좌 지회장님, 잘 못 보이면 잘릴까봐 고개도 못드는 우리 회원님들.

바닷바람에 게눈 감추듯이 점심을 마치고, 바다가 아래로 보이는 카페에 들러 차 한잔 하면서 시 낭독을 모두 쬐끔은 엄숙하게 조금은 재미있게 마쳤다. 시낭송을 하다 감정에 북받쳐 눈물까지 보이는 프로 낭송가 우리 지회장님, 그 긴 시를 어쩜 저리도 외울 수 있었을까하는 경외심.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정리되었다.

 시낭송 정경(상), 지회원(하), 배인안, 전찬열, 최이천, 한정서, 김강좌, 심선애, 소재관, 정미형, 김종덕, 박기만, 정병근 시인님

잠시 후 모두들 잘 들어 갔느냐는 카톡이 뜨고, 사람이 사람을 챙기는 것은 인사라기보다는 층층이 정을 쌓아가는 길일 것이다.

모두 함께 평안하시기를.

지각보다는 결석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