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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길옥
ㆍ작성일 2011-04-07 (목)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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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선 
    
<폐선>
     - 시 : 돌샘/이길옥 -

바닷가 모래 등에 듬성듬성 돋은 갈대를 베고
배 한 척 누워 있다.
모래 틈에 허리를 반쯤 묻고
평생의 피곤을 내리고 있는 것일까.
시뻘건 녹물로 삶을 울고 있은 배.
가끔 물새가 쉬었다 간다.
그도 잘 나갈 땐
두려운 게 없었을 게다.
웬만한 풍랑쯤은 새 발의 피였을 것이다.
허리 휘게 짐도 졌을 것이다.
밤낮없이 할 일 다 하고 
편하게 쉬어야 할 그가
사각거리는 갈대 잎 간지럼을 햇살에 굽고 있다.
밀물에 끌려오는 파도에서
젊었을 적 힘찬 맥박 소리를 건지고 있다.
늙어 쇠진한 그의 아랫도리가 서서히 내려앉는 동안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 동안
잘 나가던 때의 일을 하나씩 꺼내 들고
삐걱 삐이걱
피 울음을 울고 있는 그의 곁으로
집게 한 마리 기어와 고개를 갸웃거린다.
추억을 묶어둔 채
갯가에 누워 생명의 끈을 내리고 있는 동안
갈대와 나눈 이야기들이
갑판 위에서 페인트를 벗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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