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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길옥
ㆍ작성일 2011-03-30 (수)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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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항 속에도 자유가 있다 

    
































<어항 속에도 자유가 있다>
     - 시 : 돌샘/이길옥 -


오래전 창고에 내다버린 어항을 꺼냈어요.
마지막 남은 금붕어가 동료를 따라간 날
그날
어항의 책임이 끝났다 싶어
창고 깊숙이 가두어 방치했지요.
금붕어들이 남기고 간 비린내도 함께.
그런데 오늘
수족관 앞을 지나다가 무심코 발길을 멈추고
어항 속에 가득 찬 금붕어 떼를 보았어요.
전에
우리 집에서 살던 놈들을 빼다 박은 거 있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요.
정말
전에 키우던 놈들과 똑같이 생긴 놈들만 골라
값을 치르고 데려왔어요.
창고 구석에 박아둔 어항을 꺼내어
먼지 털고 박박 문질러 때를 벗겼죠.
먼저 간 놈들의 비린내도 깨끗이 지웠어요.
혹시 혈족의 냄새를 맡고 슬퍼할까 봐서죠.
어항 속에 적당한 터를 닦아 물을 붓고
베란다 햇볕 잘 드는 곳을 택하여 살림을 냈어요.
오래오래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 담아서 말이에요.
새살림 난 금붕어들
지느러미에 붙어 있던 갑갑증을 몸서리로 털어내더니
기쁨의 유형에 자유를 덮어쓰고 재주를 부리는데
내가 미치고 말았어요.
내게 없는 자유가 번쩍 빛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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