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염경희
ㆍ작성일	2022-03-02 14:21

ㆍIP: 121.xxx.72

입학식의 추억

글/ 염 경희

참! 무서운 세상에 살고 있다. 예기치도 못했던 신종 역병이 온 지구를 꽁꽁 묶어놓아 오늘같이 좋은 날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멀리한 채 그리움을 안부로만 묻고 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코로나-19가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캐럴마저 멈추게 하고,
이맘때면 신년 계획 세우며 해돋이 여행할 생각에 마음이 들떠 있을 때인데~~
코로나-19 감염확산이 잡히는듯하여 올 연말에는 딸 가족들과 강릉 바닷가로 해서 정동진 해돋이 계획을 했었다.
두 딸 출가시키고 처음으로 가족 여행을 한다는 생각에 내 가슴도 설레었고,
초등학교 입학 한 큰 손녀가 며칠 등교도 못 해 선생님과 친구 간에 추억도 없을 것 같아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문득, 아득한 옛 추억이 아련히 파노라마 되어 파란 하늘에 그려진다.
하얀 광목으로 만든 코 수건을 곱게 접어 왼쪽 가슴에 달고 입학하던 그때는 유독 추위가 심했다.
처마 밑 고드름은 아침 햇살에 수정처럼 반짝이며 키 재기를 하다가 조금씩 조금씩 작아졌다.
입학통지서를 받아 놓고, 벽에 걸린 달력 위에 숫자를 하나씩 지워가며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던가?
색동치마 저고리와 색동고무신을 밤새 몇 번을 갈아입고, 또 신어보고 했는지 모른다.
어둠이 가시고 동이 터 오르자 햇살이 눈부시게 창가를 비추었다.

아침 끼니도 거른 채 한껏 단장하고, 고사리손으로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입학식으로 향했다. 봄을 알리는 우수가 지났다지만 얼어 있었던 논두렁길이 채 녹지 않아
새 꼬까신이 자꾸 벗겨져 아버지 손을 놓쳐 버리곤 했다.
그래도 천방지축인 난 기쁘고 즐겁기만 해 한복 치마를 펄럭이며 아버지의 손 꼭 잡고
종종걸음 재촉하여 학교에 도착하였다.
여기저기서 친구들과 어른들의 피식피식하는 웃음소리가 까르르 까르르 들려왔고
모든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으며 나의 옷차림에 운동장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어리둥절 둘러보아도 색동치마 저고리에 색동고무신의 옷차림은 나 혼자였던 것이었다.
그때야 아버지와 나는 웃음소리의 이유를 알았는데 아버지께서는 의연하신 채
풀어진 내 저고리 옷고름 고쳐 매어주시며 “춥다” 하시며 목에 들렀던 목도리를 내게 메어 주시는 손의 떨림이
바르르 나에게 전해졌다.

한복에 색동고무신 차림으로 입학식 하던 날
웃음꽃의 주인공이 되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생활 형편이 녹록지 않아 부모님께서는
막내딸 입학식 때 입을 옷은 있던 한복에 맞추어 색동고무신을 준비해 주셨다.
내가 부모가 되어 자식을 낳아 길러보니 그때 그 심정, 천만번 헤아릴 수 있고도 남음이다.
입안에 있던 콩 한 쪽이라도 자식에게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 아니던가?
“애지중지 옥이야 금이야.” 기른 딸아이 시집을 보내며 바늘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어 했던 그때가 생각이 났다.

딸이면서 친구였던 그 애가 내 품을 떠나 엄마가 되어 가는 과정이 참 대견했다
아기를 위해 배냇저고리와 신발을 만드는 것을 보면서 무척이나 오랜 세월 속에 묻어 두었던
“색동저고리와 색동고무신”의 추억이 떠 올랐다.
새로운 탄생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배냇저고리와 뜨게 신발” 왠지 우연이 아닌 필연이 아닐까 생각 되었다.
지금은 의학이 발달하여 성별을 미리 알 수 있기에 태아가 손자, 손녀인 줄 알 수 있었다.
손녀딸이 건강하게 태어나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지은 배냇저고리를 입고 딸 품에 안기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어느 여행길, 산사 앞 노점에서 눈에 띈 앙증맞은 고무신 한 켤레를 딸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떠올라
빙그레 미소 짓는다. 그 손녀딸이 입학하기에 선물로 가방을 사주었는데 빈 가방만 메어보다가
1학년을 마치게 되었으니 손녀딸은 코로나-19가 초등학교 시절 아주 특별한 첫 기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내 초등학교 입학식 날처럼 영원히 기억되겠지!
다가오는 임인 년 새해에는 우리 모두 생활 방역 수칙 잘 지켜 코로나 오미크론이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자라나는 꿈나무들이 안전하게 꿈을 꿀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 오기를 기도한다.

염규식

2022-03-02 16:08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ㅎㅎ 작가님은 시보다 수필에 더 재능이 있는것 같애요
곱게 집필하신 명작 한 편 배독하고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이렇게 수필은 쓰시면 되는겁니다(진실에 입각해서--독자의 감동을 유도하며,시적인 언어가 조금씩 가미되면 더 좋겠죠)
*별 다섯개입니다*


염경희	감사합니다 별 다섯개~~초딩때 공부를 잘해 선생님께 쓰담쓰담 했을때보다 더 좋아요 한말씀 해주시면 두말씀으로 새겨듣고 더 노력하겠습니다	3/2 17:14

민만규	시도 수필도 별 다섯개씩입니다. 시인의 마을 우등생 작가의 마을 우등생 별이 열개입니다. 소천 베스트셀러 작가님 맞지요^^	3/3 05:56

민만규

2022-03-03 05:59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염경희 작가님
작가님으로 부르니까 정감이 더 가는 것 같습니다.
<입학식의 추억> 잼있게 잘 감상했습니다.
앞으로 좋은 글 많이 쓰셔서
베스트셀러 작가님으로 거듭나시길 응원합니다.


염경희	존경하는 시인님!! 오늘도 웃음으로 가득한 날 되세요 부지런하신 시인님! 일찍 발걸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거운 날 되세요	3/3 09:51

유순호

2022-03-06 20:49

`염경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염경희 작가님 입학식의 추억 잘 배람하고 갑니다.
색동옷에 꽃신 최고의 의상이었죠. 친구들이 웃었다는 얘기
새롭습니다.


염경희	저는 특별한 입학식을 했었지요 말 그대로 웃음거리가 되었던 입학식! 손녀도 특별한 학교생활로 시작되어 코로나가 기억 될겁니다 감사합니다	3/7 16:09

꽃상여

인생이란 그런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