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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09-18 19:35

ㆍIP: 223.xxx.70

악플의 밤을 보내며

#권영심의글
악플의 밤을 보내며
권영심 (2020 , 9 , 18 )
나는 가게에서 거의 새벽을 보내고 아침
에 퇴근하거나 아니면 소파에서 자기도
한다
손님을 기다리기도 하지만 워낙 밤에
잠을 못 자기에 그냥 날밤을 새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기 때문이다
그 긴 시간을 옛날 영화를 찾아 보거나
티비 다시보기를 해서 다큐, 특집, 예전
드라마 등등 별별 것을 다 시청하는데
악플의 밤이란 묘한 제목이 나를 붙들었다
신동엽 김종민 김숙 설리가 첫 회에 자신들의 악플을 읽고 다음 회 부터
그들이 사회자가 되어 게스트들과
함께 출연했다
2회 부터 게스트들이 계속 바뀌면서 자신의 악플을 읽고 그 악플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프로였다
악플로 인해 결국 세상을 등진 설리가
사회자여서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나는 시력이 너무 약하고 망막 출혈이 계속 있어 컴을 배우는 일이 시급한데도
폰만 겨우 사용하는 형편이다
그래서 인터넷을 보는 일이 거의 없기에
어떤 연예인을 찾아 본다든지, 댓글을 쓰는 일이 단 한 번도 없다
솔직하자면 싫은 연예인도 별로 없고 좋아하는 연예인도 거의 없어, 말하자면 냉담한 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니, 관심 자체가 없다고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그러나 악플 때문에 여러 명의 연예인들 이 선택한 무서운 일들을 마음 아파하고 그렇게밖에 할수없었나를 생각한 적은 참 많이 있었다
하지만 그 연예인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악플이란 것의 내용이 뭔지는 알지도 못했고 짐작도 할수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타인에게 욕을 비롯해서
악독한 표현을 절대 안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우리 자매들에게 가장 엄격하
게 가르친 것이 세 가지가 있는데 욕과
화투와 싸움을 못 하게 한 것이다
다른 가르침은 지키지 못했는데 이 세 가지는 우리 자매들이 다 잘 지키며
살고 있다
그래서이기도 하지만 나는 다른 이유로
타인에게 아무리 속상하고 분통이 터져
도 그 이유에 대한 비난은 할지언정 그
사람을 향한 인신공격과 모멸이 가득한 저주는 결코 하지 않는다
오랜동안 습관이 되어 이제는 바보 수준
이 된 듯 하다
그러니 악플의 내용에 대해 궁금하지도
않고 찾아서 읽고 싶은 마음은 일도 없다
그런데 악플의 밤을 시청하면서 참 많이
놀라고 놀람은 깊은 슬픔으로 변했다
누군가가 싫고 미울 수도 있지만 그렇다
고 해서 그렇게 잔인한 말로 짓이길 수가 있을까?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악플이
계속 그렇게 달리고 매일 그것을 읽는다
면 멘탈이 견딜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무논리적이고 원색적인, 잔혹한 외모
비하와 창으로 찌르는 듯한 존재 가치에
대한 공격으로 가득한 악플들을 , 본인
이 읽으면서 눈빛이 흔들리고 입꼬리가
떨리는 것을 애써 웃음과 당당한 말투로
감추는 모습들이 너무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누가 무슨 자격으로 저런 공격을 거침없
이 할수있단 말인가?
연예인도 사람이며 사람이 사람을 향해
그 누구라도 그럴 권리가 없다
싫어하고 미워하면 외면하면 되고 안
듣고 안 보면 그만인 것을 왜 그토록 이나 집요하게 물어 뜯어 피 흘리게 하는지 모르겠다
젊어서는 가르침의 덕분으로 욕이나 악담을 안 했으나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는 깨달음으로 인해 더욱 삼가게
되었다
내 입에서 나오는 모든 악담들과 저주는
마치 부메랑같아서 언젠가 반드시 내게
로 돌아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악플러들을 찾아 보면 더 놀라게 되는
것이 너무나 평범한 우리 주변의 사람들 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사, 공무원, 학생, 주부들이 많는데
고소를 당하면 자신들이 그 사람에게
언제 무슨 악플을 달았는지 모르는 사람
들이 태반이란다
그러니까 그저 재미로 , 무작위로 검색
하다가 위의 악플을 보고 그저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설리는 딱 한 번 고소를 했는데 그 악플러는 유명한 대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이었고 그녀는 그 전정을 생각해서
결국 고소를 취하했다고 한다
티비에서 처음 만나는 설리는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안타까움으로 가슴이
조여 왔다
출연자 중에 홍석천씨가 있었는데 그는 우리 한국사에 한 획을 그은 사람이다
절대 용서되지 않는 커밍아웃을 하고
모든 것을 잃었다가 그의 선함과 의지와
노력으로 오늘날의 그가 되었음을 나는
안다
악플러는 그를 변태 게이라고 했는데
게이는 맞지만 변태는 아니다
그의 말마따나 변태들은 줄기차게 뉴스 를 장식하고 있다
그는 다만 남성의 몸에 여성을지니고
태어나 일반인은 겪지 않을 고통을 겪었
지만 자신의 성이 선택한 삶을 훌륭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가 커밍아웃을 한 시기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을 때였고 몰래 숨어서
감추어도 되었을 터였다
많은 유명인들이 감추고 있는데 그는
커밍아웃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홍석천이란 인간을
한 인간으로 인정하며 그가 나오는 프로 를 우연히 보면 웃어 주고 손뼉쳐 준다
그런데 그는 우리나라 연예인 중에서
가장 악플이 많은 사람이란다
그를 비롯한 많은 인기인들이 너무나
힘들겠지만 어쩌면 인기의 필연적인
그늘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정도가 지나친 악플은 당사자 를 향한 저주나 다름없다
그 어두운 그림자는 결국 본인의 심성을
어둠으로 채우게 되고 다른 이에게 보냈던 저주들이 돌아와 그 심연에 쌓인다
안 보인다고 해서 쌓였던 것들이 없어
지는 것은 절대 아니며 그것은 결국 본인의 ,가장 취약한 곳에서 가장 무서운 형태로 드러나게 된다
그런 것을 모르고 그냥 재미있어서, 장난으로 또는 정말 악의를 가지고 악플
을 계속 날리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말하고 싶다
세상은 온갖 다양함으로 채워져 있고
나는 극히 작은 한 부분일 뿐이다
그 부분이 선한 에너지를 주변에 보내며
다른 부분들과 선의의 결합을 할 때
세상은 살만해진다
그토록 많은 종말론에도 불구하고 지구 별이 오늘도 빛나고 있는 이유는 그런
선의의 결합이 악의보다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악플의 밤에 심장이 찢길 그 누군가를 진심으로 위로하며 대신 용서를 빈다.

엄마와 설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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