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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08-15 19:01
ㆍIP: 223.xxx.126
잔혹 동화
잔혹 동화

         권영심

11월을 거의 병원 생활로 보내면서 잠을 못 자는 것이 병상 생활의 힘든 것 중의 하나였다
그것을 견디게 해준것은 태블릿으로 보는 영화나 다큐 드라마 등이었다
이어폰을 쓰는 것이 무척 고역이어서 무음으로 해놓고 화면만 보기에 평소엔 전혀 보지 않던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게 되었다
자막이 나오기에 이해하는 것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영드니 미드니 해서 인기가 많다지만 나는 그 어떤 외국 드라마도 본 적이 없다고 할 만큼 무관심했다
그러나 드디어 볼 것이 없어질 지경에 이르자 볼 수 밖에 없었다
태블릿을 켜고 있는 것만 보는 수준에 머무르는 나는 찾아보기도 어려워서 화면에 나오는 것만 봐야 한다
그래서 나오는 것은 무조건 눌러 보는데 대부분 휙휙 지나가고 몇 분도 보지 않았다
그런데 그림형제라는 제목이 있어 첫 장면부터 봤는데 완전 대박 !! 내 취향이었다

그런데다가 내가 아주 오래전 부터 생각하던 것과 공명하는 부분이 너무 많아 말 그대로 밤을 새고 날을 밝히며 6부 전체를 보았는데 퇴원하면 가게에서 다시 볼 예정이다
모든 동화의 끝은 ...그래서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데 나는 어렸을 때는 동화를 읽지않고 어른이 되어서 읽었다
내 독서의 시작은 동화가 아니었고 신문이었다
어렸을 때 접한 동화는 시시했고 재미 없었다
그런데 구연동화를 하기 위해 본격적 으로 동화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참 많은 의문을 가졌었다
나는 동화속에서 이상한 공포와 슬픔의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설명하기 매우 미묘한 것들 이었다
대부분의 인간에게 있어 성장기의 시절은 어쩌면 공포와 슬픔의 시기 일지도 모르며 동화 작가들은 그런 것을 알게 해주는 힘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부모와 가족들의 완벽한 보호와 사랑이 없는 유년기의 고통이 그 사람의 전 생애를 얼마나 혹독한 슬픔으로 지배하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동화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아이들을 깊은 애정과 헌신을 다해 기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해 존재하는 이야기, 그것이 내가 정의한 동화다
동화 작가들은 바로 그런 것을 잃은 고통을 아는 사람들이며 그것들이 동화에 투영되어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그림형제라는 드라마에서 그 이상으로 내가 생각하던 더 깊고 무서운 것들을 공감했다
생각하고 있었으나 말하지 않았던 내 마음의 것들이 그대로 나와서 경악할수 밖에 없었다
그림형제는 독일의 유명한 형제 동화 작가들이며 그들의 동화를 읽지않은 어린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유명하다
안데르센의 동화와 함께 동화 세계의 쌍벽이라고 할수 있겠다
위그노의 구전 설화와 독일과 프랑스의 전승되어온 민담을 수집하여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를 만든 것이 그림동화이다

그림동화의 내용들이 얼마나 무서운 이야기인지 주의깊게 읽지 않아도 알수 있는데 동화가 무섭다고 말하면 대부분 의 사람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냥 동화인데 뭐가 무서워? 하고 나를 되려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집에 한두권은 있을 동화책을 다시 한 번 천천히 읽어 보라.
그 내용들은 잔혹하며 두려운 내용으로 얼룩져 있음을 알수 있다
아내를 죽이는 푸른수염의 이야기,
의붓딸을 죽여 그 생간을 가져 오라는 백설공주의 이야기,
아이들을 불에 구워 먹는 헨델과 그레텔 이야기,
사람을 잡아 먹는 늑대가 나오는 빨간 모자 이야기등...
만약 요즘의 어느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동화라고 한다면 사이코패스 라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수많은 민담이나 설화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비할 정도로 일치하는 것이 많은데 그것을 모태로 한 동화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피와 살육으로 얼룩진 이야기들을 동화라는 달콤한 코팅을 입혀 아이들 에게 읽히고 알려주는 옛날 동화들의 저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드라마 그림형제에 나오는 수많은 인간형의 짐승들과 이세계는 어쩌면 인간 내면의 본연적인 원형인지도 모른다
인간속에 깊숙이 감추어진 수성이 존재 하고 고대엔 그 수성대로 행동했었기에 그것들이 이젠 이야기가 되었다
아니 , 어쩌면 진짜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뱀 같은 인간,  곰 같은 인간  , 개 같은 인간...
우리들은 쉽게 말로 하고 웃지만 누가 알랴?
우리들이 만나는 사람들이 인간같은 곰이나 뱀이나 호랑이나 쟈칼일지도.
잔혹동화는 현실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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