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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07-26 20:45
ㆍIP: 223.xxx.27
마음을 얹은 토닥토닥
마음을 얹은 토닥토닥

       권영심 ( 2020 ,7 , 26 )

홀로 있는 어르신들의 집을 찾아가 보면
누워 있는 모습을 볼 때가 많다
요즘은 코19 때문에 찾아가서 보살펴
드리는 일은 못하지만 그래도 어떤 인연
으로 인해 가 볼 때가 있다
오늘도 오랫동안 같이 봉사 활동을 해온
자매의 연락이 있어 좀 먼 곳의 어르신 을 만나러 갔다
바우처가 집안을 청소하고 있어 다른
돌봄은 필요가 없었고 장기간의 병원 생활을 끝내고 온 어르신은 기운이 없어
자리보전하고 있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온 우리들을 얼마나
반가워 하는지 눈물까지 보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들고 간 과일과 몇 가지의 음식들을 냉장고에
넣는데 어르신이 이불을 바꾸어 덮어
달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이불이 여름에 덮기엔 좀
답답해 보였다
자매는 얼른 이불을 걷어 밖에 내놓고
장을 열어 얇은 이불을 꺼내었다
나는 그 자매의 하는 모습을 유심히 보았는데 다른 사람에게 이불을 덮어
주는 행동에서 그 사람을 짐작하는
묘한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내게 이불을 덮어주는 누군가의 기억은
아버지인데 엄마가 내게 이불을 덮어준
기억은 놀랍게도 전혀 없다
겨울이면 아버지는 유담뽀에 뜨거운 물을 넣어 가슴에 안겨주는 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는데 토닥여 주면서 이불을
다시 만져 덮어 주었다
두터운 솜이불에 담요를 덧댄 무거운
이불을 턱 밑에서 발 끝 까지 빈틈없이
매만지며 행여 바람이라도 들어갈까
여러번 여며 주었다
가만히 눈 감고 있어도 아버지가 이불을
매만지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아 그 사랑이 고스란히 내 심장으로 전해졌다
그 뒤 부터 나도 누군가의 이불을 덮어
줄 일이 생기면 아버지와 같이 했다
발 끝 까지 반듯하게 덮어 주고 가만히 토닥여 주면 울던 아이도 울음을 멈추고
잠들고 어른들은 고마워했다
그랬다...
누군가에게 이불을 덮어 쓰다듬고 토닥이고 매만져주는 그 행위는 바로
따뜻한 마음의 표현이었고 사랑의 내비침이었다

추운 겨울의 밤마다 아들이 집에 들어 와서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만 보아도
안심이 되었고 손길을 귀찮아 해도
그 옛날 아버지 처럼 턱 밑 까지 이불을 덮어주며 사랑해줄 수 있는 그 기쁨이
삶의 행복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사소한 행위라도 마음을 담아
하는 것과 건성으로 하는 것은 확실한
차이가 나는 것을  저절로 배운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보는 기준이 다른 사람들과 많이 다르고 그 결론은 과히 틀리지 않다
드라마를 시청할 때도 내용은 건성일
때가 많은데 장면의 디테일한 동작이나
꾸밈을 매우 주의깊게 본다
김수현씨의 작품을 참 좋아했는데
내용도 좋았지만 장면마다의 섬세하고
정확한 설정이 볼 때 마다 마음에 닿았다
국민드라마라고 하는 전원일기도 참
재미있게 봤는데 가끔 실소를 지을
때가 많았다
죽었던 어머니가 살아나서 나오기도
하고 여러 설정들이 무리가 있는 내용
들이 많았는데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이불이 나오는 장면이다

일용이가 아들 순길이가 잠을 자는데
들어와서 이불을 덮어 주는데 그냥 당겨서 그것도 반도 안 덮어주고 나가는
장면이었다
게다가 이불도 안과 밖이 뒤집어진 것을
바로 하지도 않고 그냥 당겨서 허리 부근에 덮고 나가는 것을 보고 괜히
열불이 났었다
정말 아들이었다면 그리 했을까?
연기와 내용에만 집중해서 작은 마음
한 조각을 놓쳐 버린 것이다
그 장면 뿐만이 아니라 여러 드라마에서 연기자들이  흔히 그렇게 하는 모습
들을 본다
말로 몸짓으로 하는 연기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말 마음을 보여야 할
장면들이 있고 그런 것을 주시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
단체에서 함께 병문안을 가거나 침상을
들여다 볼 봉사를 할 때 , 유난히 이불을
만지는 손들을 주시한다
대강 대강, 무엇이 그리 바쁜지 많은
어르신들을 돌봤다는 자랑과 함께
허술한 여밈은 항상 셋트다

그러나 아무 말하지 않아도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움직이는 어느 봉사자들이 매만진 침상은 어르신들의 편안한 숨소리가 함께 한다
비록 금방 매무새가 허물어 질지라도
여기 저기 이불 자락을 펴주면서 토닥여
주는 따스함이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이제 내 이불을 제대로 덮어주며 다독거리는 손길은 없으나 어릴 때
내 아버지의 커다란 손의 다정함과
따스함은 아직도 잠자리에 들 때 마다 기억한다
그 기억이 있는 한 나는 언제나 행복한
딸래미다
-우리 딸래미, 잘 자라우
그저 팬안히 잘 자는기이 젤 좋은 기야
무서운 꿈 꾸면 아바지 부르라우,
아바지 금방 달려 올끼니 -
아... 어쩌자고 추억은 이리도 선명한가?
오늘 어르신의 이불을 덮어주며 토닥 거리는 자매의 손길이 얼마나 다정한지
그만 울컥해졌다
더워도 이불 차버리면 안된다고 몇 번이나 말하면서 자매는 깊은 연민의 눈빛으로 어르신을 바라 보았다
나는 그득해진 마음으로 미소지으며
자매의 어깨를 가만히 안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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