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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07-24 21:23
ㆍIP: 223.xxx.35
그 많았던 산부인과는 어디로 갔을까?
#권영심의글
그 많았던 산부인과는 어디로 사라졌지?

        권영심  ( 2020 ,7 ,22 )

ㅇㅇ은 결혼한지 3년 만에 이혼을 하고
친정에 돌아와서 살았다
다행히 아이는 없어서 여기 저기 일을 하고 알바도 하면서 혼자 잘 지냈다
우리 가게가 올해 9년 째니까 ㅇㅇ과 안
지도 8년이 되나 보다
작년에 소개팅으로 좋은 남자를 만나
재혼을 하고 강원도의 아주 작은 도시로 내려 가서 잘 살고있다는 소식을 간간 들었다
예전에 일 마치고 우리 가게에 와서 맥주 서너병 마시면서 신세 한탄을 하던
모습은 간 데 없고 전화 목소리가 깨소금이 가득해서 나도 덩달아 기분
좋고 행복했다
올 초엔 임신 소식을 알려 와서 정말
연분은 그 사람이었나 보다 하면서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마흔이 가까운 나이여서 임신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재혼한 남편은 초혼이어서 두 사람이 은근 기다렸었다
그런데 일 년이 안 되어 임신을 했으니
그 동네가 완전 축제 분위기였다고 한다

농사 짓는 사람들만이 사는 농촌도
아니고 전원 마을에 가까운 곳인데 젊은
사람들이 거의 없어 ㅇㅇ 부부는 아주 신혼 새댁 취급을 받노라고 웃었다
그런데 임신 테스트를 하고 병원에 가서
정식 검사를 하려고 했더니 세상에!!!
그 작은 도시엔 산부인과가 있는 병원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소도시지만 산부인과가 한 곳도
없다니 듣고도 믿어지지 않았다
결국 한 시간을 넘게 달려 원주로 나와서 진료를 받고 임신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 달에 한 번 검사를 할 때 마다 원주로 가야 했고 오고 가며 하루를 허비한다고
진료를 볼 때 마다 불평했다
어떻게 한 도시에 산부인과가 한 곳도 없을 수 있을까, 참 믿기지가 않지만
ㅇㅇ은 전국의 많은 소도시에 산부인과
가 없다고 알려 주었다
임신을 하고 나서 자기가 사는 곳에
출산을 할수있는 병원이 없다는 사실에
너무 놀라서 알아 보았더니 너무나 많은
곳에 산부인과가 없는 것을 알았단다

노산이어서 혹시라도 위험한 일이 생길
까봐 8개월 째가 되면 인천으로 와서
길병원을 다니면서 아이를 낳을 것을
이미 의논을 다 해놓았다
생각해보니 광역시의 이 동네에서 또는 다른 곳 에서도 산부인과의 간판을 보지 못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십여년 전 성당가는 길에도 분만원이
있는 것을 보았고 몇 곳의 산부인과가 분명히 있었는데 지금은 한 곳 뿐이다
내가 아들을 낳을 때만 해도 산부인과가
동네마다 몇 곳 씩은 있었다
다 아기를 받는 곳이었고 누구나 쉽게 산부인과를 갔다
작은 의원이라도 들어가면 배가 부른
산모들이 여럿 있었고 아기들은 온 동네
에 넘쳤다
그런데 몇 십 년 만에 상황은 완전히 변
해 버렸다
배부른 임산부를 보기도 힘들고 아기 들은 다 어디 있는지 찾기가 어렵다

예전에 잘 아는 의사가 말하기를 이제
곧 자연 분만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했었다
아기를 자연 분만으로 받는 기술은
정말 많은 경험과 섬세한 기술을 요하는
노하우가 있어야 하는데 산과를 전공 하는 의학도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면서 병원마다 출산 전문의 산부인과 자체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기를 낳지 않는 여성들이 점점 늘고
인구는 줄고 의대생이 산과를 전공하고 싶어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이 현실이
산부인과 병원이 하나도 없는 도시를
만들고 있다
자연 분만으로 아기를 못 낳게 되면
어떡하냐고 했더니 제왕절개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의학 기술은
이제 여성들이 산고의 고통이란 말을
잊게 하게 될지도 모른다
제왕절개도 출산이지만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받는 것과는 다른 점이 있을
것이다

자연분만을 할수있는 의사들이 모두
사라지면 모든 임산부들은 제왕절개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산부인과를 사라지게 만든 주범은
결국 현대의 사람들인 것이다
어쩐지 앞으로의 미래에 희망과 기대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무서워 진다
큰 도시에 산부인과가 생겨도 아기를 출산할 수 있는 병원이 아니라 자궁암을
비롯한 부인과를 보기 위한 병원이지
산과는 실종되고 있다
건물마다 있던 산후조리원도 사라지고 그 자리에 무슨무슨 요양원이니 재가
센타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태어나는 생명은 줄고 노인들은 늘어 간다는 반증이다
내 자식부터 남의 자식들까지 예전 같으면 아이 두셋을 가졌을 나이에 혼자
있다
혼밥과 혼술을 즐기며 혼잠을 자고 소통
의 창구는 오로지 온라인.
이런 세상을 만들게 한 책임이 전부 이 젊은이들에게 있다고 할수없다
언젠가 본 영화 처럼 지구상의 마지막
아이가 태어나 그 아이를 뺏기 위해
전쟁을 하는 날이 오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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