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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06-20 20:08
ㆍIP: 223.xxx.63
마을의 품격
#권영심의글
마을의 품격

      권영심

내가 사는 동네는 서구에서도 구도심에
속한다
언제부턴가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 서고 도로의 상가들이 정비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많이 낙후된
모습 그대로다
이른 봄 부터 인도의 판석을 바꾸는 공사가 계속되더니 며칠 전 부터 예쁜 화분들이 양 쪽 길가에 놓여 졌다
다음 날 많은 어르신들이 화분에 두 세명 씩 매달려 꽃을 심는 모습이 오후 늦게 까지 이어졌다
그래도 길의 조경인데 첨엔 울긋불긋한
일년초에 한 가운데 편백 나무를 심는
이상한 모습을 연출해서 기가 막혔다
대체 저런 구상은 누가 한단 말인가?
화분도 그렇고 그 많은 꽃들을 심는다는 것은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할텐데 저렇게나 이상한 형태를 만들어 대체
누구에게 보이는 걸까?
이 낡은 동네의 사람들은 미적 감각이란
것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랬는데 며칠 뒤에 보니 그 꽃들을 전부 없애고 새롭게 배치해 놓았다
칼라를 한 가운데 심고 수국들을 주변에 심어 그나마 좀 나은 모습이 되었다
그럼 뽑아낸 그 많은 꽃들은 다른 곳에
심었을까?
절대 아니라고 본다
그대로 쓰레기가 되었을 것이다
심을 때도 화분에 심을 양의 두 배 가량을 심는 것을 보았는데 아깝기
짝이 없다
수국과 칼라도 얼마나 빽빽하게 심었는지 보기에도 숨이 막히다
지금 당장 풍성하게 보여야 하는 그 한 가지 이유가 아니라면 저렇게 숨 못 쉬게 심을 수가 없다
좀 걸으면서 또 드는 생각이 이제 사나흘 안에 물을 듬뿍 주지 않으면
시들기 시작할 것이라는 것.

꽃은 싱싱하게 피었을 때가 아름답지,
시들고 마르기 시작하면 말 그대로
쓰레기가 된다
오늘 예상대로  꽃 쓰레기가 되어가는 화분들을 보면서 누군가에게 화가 나고 서글퍼서 이 글을 쓴다
마을의 미화를 위해 돈을 들여 화분을
설치했으면 물을 주는 것은 누구의 책임
일까?
구청에서 공무원들이 다니면서 때 마다
물을 주어야 하나?
아니면 심을  때 처럼 용역을 사서?
아니다
그것은 그 화분들이 설치 된 도로 양 쪽에서 장사하는 주민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자신들의 가게 앞에 그렇게 예쁜
화분이 마련 되었는데 어쩌면 그렇게
모른체 한단 말인가?

일주일에 두 번 ,양동이에 물을 담아 그냥 부어 주기만 해도 꽃들은 여름이 지나도록 예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조금 한가한 시간에 못 생겨진 꽃잎들을
따서 버리고 가끔 흙이라도 돋우어 주고
무성해진 잎들도 만져 준다면 꽃들은
넘치도록 그 보살핌에 보답해줄 것이다
한 가게 주인이 화분 하나씩 만 ,
그렇게 살피는 일이 그렇게도 어렵단
말인가?
화분을 설치한 주최 측도 그렇게 하도록
가게 주인들에게 알렸어야 했다
애정을 담아 가꾸고 그래서 함께 기뻐한
다면 마을의 품격은 참으로 높아질 것이다
다 시든 뒤 뽑아 버리고 다른 꽃을 또 심는다면 나는 찾아가서 항의할 것 같다
오지랖이 넓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마구
쓸 예산이 있다면 꽃 심는 것을 중지하라고 진심으로 말하고 싶다

자신의 가게에서 몇 걸음만 걸으면 되는
곳에 꽃이 시들어 가고 있는데 무관심하
다면 아무리 거리에 돈을 쏟아 부어도
그 마을은 나의 마을이 아니다
나라의 것이든 내 것이든 주변의 것을
애정을 담아 보고 가꾸는 것이 선진국의
사람들은 몸에 배었다
그래서 도시며 마을이 그 나름의 멋을
가지고 아름답고 마음에 담겨지는 것이다
낡고 허름해도 , 오래되어 퇴색한 도시 라도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손길이
배어 있는 곳이라면 남다른 품격으로
빛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의 위안이 될
것이다
오래 된 마을의 길가에 마치 레이스 커텐 처럼 화사한 꽃들이 피어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가 머물게
한다면 그것이 품격있는 마을 , 품격
있는 도시일 것이다.
주민들의 사랑이 듬뿍 실려 언제나 싱싱하게 피어 있는 꽃들이 바로 그 마을의 자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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