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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06-19 17:33
ㆍIP: 223.xxx.63
아이를 키울려면 온마을이 필요하다
#권영심의글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권영심(  2020, ,6 ,19 )

우리 동네 시장 입구엔 포장마차 형식의 분식집이 세 곳이 있다
그 중 가장 안 쪽 코너가 나의 단골집 이다
나는 어쩌다 밥이 죽어라 먹기 싫으면
그 곳에 가서 호떡과 옥수수를 사 먹는다
선 채로 음식을 먹으며 지금은 아주 친해진 주인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나름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길거리에 서서 음식을 먹는 유일한
곳인데 나름 소중히 여기는 장소다
오늘 오후에 좀 먼 곳을 다녀 와서 버스 정류장에 내리자 마자 그 곳에 가서
막 구운 호떡을 먹었다
그런데 옆 가게에 아이들을 잔뜩 데리고
노부인이 한 명 와서 이것 저것 시켰다
고만고만한 또래의 아이들인데 어른 한
명이 데리고 다니기엔 많은 , 다섯 명 이었다

요즘은 아이들이 그렇게 용기종기 모인 모습을 보는 것도 힘든 때여서 어른들의 시선이 모두 집중되었다
-아유 할머니가 대단하시네 , 손자 친구들도 다 데리고 다니시고 -
가게 주인이 그렇게 말하자 노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 ㅎㅎ 세 쌍둥이 ,두 쌍둥이 모두 친 손자예요 -
놀라워라!!!
며느리가 연년생으로 아들 세 쌍둥이 ,
딸 쌍둥이를 낳았다는 것이다
얼마나 놀랍고 대단한 출산인가?
그 주변을 다니던 사람들이 모두 놀라고
놀람은 찬탄으로 변해 아이들을 다시 보았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의 분위기가 모두 비슷하고 체격도 얼굴도 한 판이었다
아이들은 아직 미취학의 연령들 이었으나 어묵이며 떡볶이 등을 먹는
모습이 의젓하고 난잡스럽지가 않았다

저렇게 키우기까지 가족들의 고초가
얼마나 심했을까...
보고 듣지 않았어도 연년생으로 태어난
다섯 쌍둥이를 키워낸 가족들의 고생이 그린 듯이 보였다
노부인은 고개를 흔들면서 잠깐 아이들
의 성장 과정을 이야기 했는데 동네 사람들의 도움이 절대적 이었다고 했다
누구든지 시간이 나면 아기를 봐 주었고
밤에 아이들이 한꺼번에 같이 울어도
아무도 탓하지 않았다고 했다
_동네 사람들 아니었으면 이 얘들 못
키웠어요  여기로 이사 왔지만 정말 그
은혜는 죽어도 못 잊겠어요 -
손자 손녀들을 바라보는 노부인의 눈빛은 마치 세상에 다시 없는 보석들을
보는 듯 했다
우리들도 너무나 부럽고 예뻐서 아이들 의 먹는 보습만 홀린듯이 바라 보았다
그런데 계산할 때 문제가 생겼다
노부인의 지갑에 현금이 부족했던 것이다

카드만 사용하기에 현금을 미처 채워 놓지 않은 것을 깜박 잊고 아이들의 조름에 그냥 따라온 탓이었다
그런데 분식 코너 주인의 말이 놀라웠다
- 아무때나 다음에 지나갈 때 주세요
아그들아 ,더 먹어도 돼 -
그러자 노부인은 그럴 수 없다면서
계번을 적어 달라고 했다
나는 지갑에서 만 원 짜리 하나를 꺼내어 주인에게 내밀었다
- 제가 드릴께요
이 예쁜 아가들 , 간식 한 번 사줄 수
있어 너무 기쁘네요 -
어떤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실갱이가
몇 분 이어졌다
주인은 다음에 달라 , 노부인은 이런
호의는 받을 수 없다 , 나는 돈을 내밀고
, 아이들은 어묵 꼬지를 든 채 바라보고
...
-요즘 세상에 이렇게 예쁜 쌍둥이들을
한 번에 본 것만 해도 너무 행복해요
전에 살던 동네에서 마을 사람들이 아이들을 키웠듯이 이렇게 가끔 간식 이라도 사 줄 수 있는 기회를 주셔야
해요.
원래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답니다 -

나는 돈 만원을 쓰고 다섯 명의 천사 같은 아이들의 감사를 받았다
얼마나 귀한 아이들인가.
내남없이 아기를 낳지 않아 한 해에 도시 하나 씩이 사라질 날이 머지 않았는데 세 쌍둥이를 낳고도 또 출산을
한 , 아이들의 엄마에게 진심으로 축복을 보내고 싶다
인류의 멸망은 외계의 침입이나 기후 변화 등의 재난이 아니고 바로 아이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아이들이 태어나는 한 인류는 희망이 있으며 미래를 꿈 꿀 수 있다
오늘 내가 본 다섯 명의 쌍둥이들은
바로 우리의 미래의 찬란한 빛과 다름
없다
그래서 그 빛을 더 크게 빛나도록 온 마을이 아이들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
혹시라도 또 만나게 된다면 나는 아이 들의 운동화를 사 주고 싶다
자신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어른들의
마음을 담고 뛰어 놀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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