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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06-16 18:04
ㆍIP: 223.xxx.153
그 땐 그렇게 행복했었네
-그 때는 그렇게 행복했었다 -

      권영심

중학교 2학년 때 봄 수학 여행을 서울로 갔었다
2박 3일 동안 동작동 국립묘지 이화여대 서울대학교 창경원 (그 때는 창경원이었다 )...
등 서울의 여러 곳을 갔었는데  숙소가 있던 장소는 지금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여관의 구조와 그 곳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반은 이층의 방이 배정 되었는데 긴 복도를 따라 방들이 문을 마주보면서 이어졌고 좁은 나무 계단이 일층과 이어져 있었다
한 방에 아마 스므 명 씩 자게 되어 있었나 보았다
여학생 이십 여명이 한 방에 있고 그 방 들이 쭉 이어져 있었으니 그 소란은 ...
정말이지 대단했었다
우리 방은 맨 끝 방이었다

이제 이 밤을 자고 나면 부산으로 돌아가고 이대로 갈수없다는 생각으로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모의를 했다
항상 회초리를 들고 다니면서 기회가 되는대로 우리를 때리는 선생님이 있었는데 수학 여행의 인솔자로 따라 왔었다
이 선생님을 혼내주자...
아랫층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방으로 돌아온 우리들은 일부러 더 떠들고 소리 질렀다
식사후 선생님이 순찰을 돌러 다니는데 많이 떠드는 방은 들어와서 혼을 내었다
한 아이가 망을 보고 있었는데
-왔다! 지금 계단에서 올라왔다 -
우리는 작전대로 움직였다
한 아이가 소등을 하는 스윗치 옆에 섰고 몇 아이는 소리 지르고 나머지 아이들은 이불을 들고 대기했다

-먼  지랄들이고? !
와 이렇게 떠드노?
어느 방에서 이렇게 소리지르노? -
선생님의 거친 목소리가 들리고 우리 들은 모두 숨을 삼켰다
바로 그 순간 트레이닝복을 입은 선생님이 방으로 쑥 들어오고 소등이 되었다
꺄아   와아   꺄꺄....
-이 가시나들이 미칫나...-
어둠속에서 벌어진 격투에 ,고백하자면 나는 방 입구에 선 채로 소등이 되자 마자 밖으로 피했다
나는 몸이 부딪히는 것을 몹시 싫어했고 싸우는 것도 전혀 소질이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문 가까이 서 있다가 소등이 되자마자 밖으로 나와 벽에 붙어 섰다
밝은 복도에서 어두운 방은 잘보이지 않았으나 그 격렬함은 그대로 전해져 왔다
마주보는 방도 문이 열려져 있었는데 아이들이 나올려고 했다
그 순간에 모든 일들이 일어났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내팽개치고 문 밖으로 뛰어 나왔고 마주 보는 방에서 누군가가 바나나를 먹고 껍질을 복도로 던졌다
참...누가 연출을 해도 그런 절묘한 연출을 할수가 없다
뛰어나온 선생님이 바나나 껍질을 밟고 미끄러졌는데 때 마침 커다란 주전자에 물을 가득담아 들고 여관의 급사가  복도를 걸어 오고 있었다
우야꼬...
나를 비롯한 여학생들의 탄식 속에 선생님은 커다란 주전자와 충돌했다
엄청 커다란 주전자였는데 이층의 아이들이 마시라고 복도 중간 참에 놓을려던 것이었다
선생님과 급사가 몸이 뒤엉켜 쓰러졌고 주전자에서 쏟아진 물이 한강이 되고 말았다
비명소리와 웃음소리가 여관을 온통 들썩거렸다
우리들은 배를 쥐고 웃으며 소리 질렀다
정말 난감한 지경이었는데 우리들은 배를 잡고 구르며 웃었다
어디서 그런 웃음들이 나왔을까?
소란에 놀란 선생님들이 오시고 우리는 방으로 들어와 문을 잠그고 소리지르며 웃고 또 웃었다

-니 봤나? 봤제? ㅇㅇㅇ이 미끄러져 넘어지다가 주전자와 빡 부딪쳤다 아이가? 아하하 -
-미치겠다 우야꼬? -
까르르 까르르...
선생님이 얼마나 다쳤을까 생각들은 아무도 안하고 배가 아플만큼 웃었다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으나 우리들은 숨을 죽이고 자는 체 했다
그리고..복도가 조용해지자 서서히 겁이 밀려왔다
그러나 아무도 말하지않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눈 뜨자마자 우리들은 커다란 두려움에 휩쌓였으나 식당으로 가니 다행히 선생님은 멀쩡하셨다
식사가 다 끝나고 집합 장소에 모였는데 선생님이 회초리를 들고 우리들에게 다가오셨다
우리들은 바짝 쫄은채로 가만히 섰다
선생님은 우리를 무서운 눈으로 노려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인자 속이 씨언하나?
학교 가서 두고 보재이-
시험 문제에서 20개 이상 틀린 놈들 각오하래이!-
선생님은 수학교사였고 시험 문제는 50개였다
그렇게 흩어지는 꽃잎 처럼 웃었던 수학 여행.
그 때 그렇게 행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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