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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06-01 19:51
ㆍIP: 223.xxx.235
신의 가장 위대한 선물,가족
#권영심의글
신의 가장 위대한 선물 , 가족

       권영심  ( 2020 ,6 ,1 )

혼밥 혼술 혼잠 혼고기 ...
십여년 전만 해도 없던 단어들이 요즘은 일상적으로 쓰이며 혼자인 사람들도 아무런 편견없이 사회에 받아 들여지는 시대다
예전 젊을 때 내 나이의 여자들이 혼자 식당에 들어가거나 여행을 가거나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고 불필요한 시선을 감내해야 했었다
그게 언제적 부터였는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혼자 무엇을 하는 것에 굉장히 서툴고 두려운 나이가 오륙십대 이상의 세대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혼자 호텔에 들어가도 이상스런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울 가게에도 언제부터인가 혼자가 많아졌다
혼자 와서 나와 대화를 즐기는 손님들도 있으나 술과 안주를 놓고 혼자 마시며 노트북이나 핸폰을 켜 놓고 몇 시간을 잘 논다

혼자라는 그 고독과 쓸쓸함과 외로움이 전혀 보이지 않는 요즘의 혼남 혼녀들.
과연 이대로 좋은 걸까?
다른 사람을 말할 것도 없이 나도 혼자가 된지 이십 사 년이 지났다
그러나 혼자여서 그 고독과 외로움에 치여 나 자신을 놓아 버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서늘하도록 찬 바람을 온 몸에 느끼는 깊은 가을의 산사에 머무는 사람 처럼 분명 어쩔 수 없는 감정은 있으나 그 감정에 침몰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고독을 좋아하는 혼자돌이는 아니다
여건이 되면 지인들이 함께 모여 먹고 마시고 놀고 자고 서로 돌보아 주는 셰어하우스를 꿈꾸고 있을 만큼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혼자가 되었을 때 그 혼자라는 충족감으로 잘 놀고 잘 지낸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의 혼자는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완전 혼자만의 세계.
보이지 않는 벽을 둘러치고 다른 사람들의 그 어떤 관심이나 접근도 용서하지 않는 냉혹함이 있다
그래서 가족이나 친구도 필요없고 밥 먹을 때도 잘 때도 혼자로 일관한다
나와 비슷할까?
아니다
분명 다른 데가 있다
나는 혼자 있기 위해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시간을 거부하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굳이 노력하지 않는다
부득이 혼자가 되는 시간을 외롭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잘 놀 뿐이다
그 노는 시간을 소위 말하는, 변태적 이거나 음습하거나 나쁜 것으로 채우지 않고 스스로에게 이롭게 잘 논다

그래서 여럿이 함께이거나 혼자이거나 나는 별 변함이 없이 시간의 흐름이 같다
오랜 동안의 나름의 훈련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혼자임을 한탄하지 않고 혼자 됨을 서러워 하지 않으며 혼자 지내는 시간을 타인을 그리워 하는 것으로 허비하지 않는다
쉬워 보이지만 다른 사람들을 볼 때 이렇게 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 주변엔 잠시 혼자 있는 것도 싫어하며 친구를 괴롭히는 사람도 있고
60평 아파트에서 혼자 지내다가 결국 정신 병원에 입원한 사람도 있다
외로워 외로워 노래 부르지만 막상 함께
하면 가족들과 융화하지 못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결국 스스로
혼자가 되고 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 못한다고 한탄을 하는데 가엾기 짝이 없다
혼자됨을 스스로 이해해야 하며 둘 이상이 되면 내가 이해받을 것이 아니라 지금 함께 있는 사람들을 이해해야 함을 모르기에 결국 고독의 견고한 감옥에 갇혀 버리고 마는 것이다

무엇보다 내 가족 , 나를 있게 한 가족들을 멀리하고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은 바로 스스로를 병들게 하는 것이다
가족은 결코 짐이 아니며 함께 하는 그 존재의 놀라움을 깨닫는다면 이 세상에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지금 혼자 있게 해달라고 부모 형제를 향해 분노하며 소리치는 젊은이들...
그러나...
언젠가는 알게 되리라
그 언젠가는 늑골의 아랫쪽이 서늘한 칼로 저미는 듯한 외로움을 느끼며 가족을 생각할 날이 반드시 오는 것을.
내 가족을 혼자 밥 먹게 하고 혼자 잠 들게 하고 그들의 안타까운 그리움에 응답하지 않았던 댓가를 치루게 될 날이 오는 것을.
인간은 누구나 혼자의 길을 가게 되지만 그 마지막까지 손 잡아주고 미소지어 주고 눈물 흘려 주는 황금의 존재를 신은 주셨는데 그것이 바로 내가 무심히 내버려둔 가족임을 알게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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