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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05-25 11:21
ㆍIP: 223.xxx.238
아버지와 고량주
#권영심의글
아버지와 고량주  ( 10 )
         
        권영심 ( 2020, 5 ,22 )

만약 아버지가 지금 살아 있다면 금문고량주의 눈부신 발전과 위상을 기뻐 하실까 ?
그럴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분명 한국인이지만 금문고량주를 누구보다 사랑했고 그 사랑의 원인이 망향의 동질성이었기
때문이다
고향을 떠난 이들의 깊고 강한 그리움이 빚어낸 술 , 아버지는 그래서 고량주는 대만의 것이라고 항상 말했다
세계의 명주들은 그 맛의 시간의 역사에 어울리는 스토리가 있고 공감하는 스토리텔링으로 인해 값어치는 더욱 높아진다
금문고량주 또한 세상에 다시 없는 탄생 비화의 역사로 인해 세인들의 관심이 더해져 오늘날  대만의 3대 명주의 반열에 올랐다

금문고량주는 2004년에 대륙으로 진출했고 2007년에는 순곡식 고태 발효 백주로 인증받았다
2013년, 세계의 최고위 화교 조직인-중국 평화 통일 활동 조직 위원회 - 는 금문고량주를 대륙과 대만을 잇는 평화의 상징으로 인정했다
2015년 시진핑 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이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회동을 가졌을 때 금문고량주가 건배주로 등장해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또 일반적인 고량주의 향과는 다른 ,
금문고량주만의 미묘한 방향을 즐기는 애호가들도 많다고 한다
금문항형이라 해서 금문고량주의 독특한 복합적인 향을 표현하는데 마치
이중적인 하모니가 울리듯 강한 듯 그윽하면서도 짙은 방향이 매혹적이다
술 한 방울에 사람들의 염원과 그리움이 더해져 이렇게 만개한 것을 아버지는 비록 못 보고 갔지만 반드시 기꺼워 하실 것을 믿는다
현재 금문고량주는 국내에서도 구입할 수 있지만 38도짜리만 구매가 가능하다
58도짜리를 파는 곳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구입을 못 했다
지금은 할수있는지 모르겠다

58도는 대만 국내용으로 현지의 면세점이나 마트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종류와 모양도 다양한데 가격이 이 곳 보다 대만이 훨씬 저렴하다
이 술에 어울리는 음식은 진한 향의 뜨겁고 매운 맛이 나는 음식 , 기름진
고기요리 , 튀긴 생선등의 요리들이다
즉 중국 음식에 가장 어울리는 술이라는 뜻이다
세상의 모든 술에 얼음과 물을 섞어 마실 수 있어도 금문고량주는 그래서는 안된다
파랗게 빛나는 청자색의 작은 잔에 금문고량주를 따라서 단숨에 마시고 일단 숨을 참는다
술이 마치 불꽃 한 줄기 처럼 목구멍을 따라 뱃 속 깊은 곳에 닿는 느낌을 충분히 느끼고 난 뒤 ,천천히 숨을 내쉰다
나는 솔직히 고량주의 향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딱 한 번 이렇게 해보았다
위의 방법은 아버지의 고량주 마시는 법이고 나도 한 번 쯤은 따라 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향을 음미하는 것은 내게는 무리였고 술과 안주를 같이 먹고 마시는 것이 전부였다
고량주의 이야기를 쓰면서 아버지가 내뿜던 그 향기가 내 주위를 떠나지 않는 듯 했다
추억의 소환은 때로 고통스럽고 슬프지만 나는 행복한 때가 더 많아서
이 글을 쓰면서 좋았다
금문고량주는 진먼에 선물을 하나 더 남기게 되는데 바로 그 유명한 고량우다
세계 여러 곳에 유명한 고기들이 많이 있는데 진먼의 고량우도 그 맛으로 빠지지 않는다
수수를 재료로 술을 만들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지게미가 나오는데 이것을 버리지 않고 발효시켜 술 도수를 완전히 없앤 다음 사료로 만들어 먹여 키운 소가 고량우다
육질이 녹을듯이 부드럽고 유달리 빨간 육질에 하얀 마블링이 꽃 처럼 선명하다고 한다

진먼에 관광을 간다면 금문 고량주에 고량우를 함께 먹어 보면 좋겠다
어릴 때 술지게미를 먹은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 청주에서 나온 술지게미도 청외나 울외 장아찌를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재료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엔 버릴 것이 없는 듯 하다
추억 한 조각도 언젠가는 쓰이게 되고
술을 만들고 난 찌꺼기도 그 쓰임새가 있으니 하물며 사람이랴?
아버지와 고량주 이야기를 쓰는 동안
추억의 정원에서 피어 오르는 금문고량주의 향기를 선명하게 맡으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언젠가는 꼭 대만의 진먼에 가서 내 눈으로 보고 만지고 마시고 먹고 해볼 것이다
아버지의 사진을 가지고 가서 58도의 고량주를 한 잔 올리면 좋겠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지만 때로 위로받을 무언가가 있어 덜 서럽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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