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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05-21 09:52
ㆍIP: 223.xxx.89
아버지와 고량주
아버지와 고량주  ( 8)
         
        권영심 ( 2020 ,5 ,15 )

자신들을 짐승보다 못한 야만인 취급을 하자 분노한 싸이더커족은  1930년 가을, 300여명의 결사대들이 일본군 진지와 경찰서 등을 급습해서 탄약과 총 을 탈취했다
일본군은 수 천 명에 이르렀으나 진먼의 지리를 손살피 같이 아는 용맹한 전사들의 일사불란한 공격에 처음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러나 일본은 곧 비행기를 동원한 공중 지원을 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싸이더커족의 수적인 열세가 드러났다
여기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데 모든 여자들이 남자들의 식량 확보를 위해 자결을 선택해 버린 것이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여자들은 모두 자신의 목숨을 버렸으니, 생각만 해도 심장을 찔린듯 아파 온다
그러나 잔혹한 일본군들은 남아 있는 전사들을 잡기 위해 마지막 기습을 했다
항쟁을 이끈 지도자 모나 뤼따오를 비롯한 남은 전사들은 일본군에게 잡혀 치욕을 당하지 않고  모두 장렬하게 자결로 생을 마쳤다

자신들이 야만인 취급을 하고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했던 싸이더커족의 위대한 죽음 앞에 일본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싸이더커 부족의 이 눈물겨운 항쟁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워리어스 레인보우 - 라는 영화인데 이 영화로 진면섬은 또 한 번 알려졌다
진면의 난터우 지역에 있는 르웨탄 호수는 해와 달의 호수라고 불리우는데
초승달 모양의 호수가 두 개 쌍동이 처럼 있어 현재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 가고 있다
현재 싸이더커족은 호수를 중심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들의 위대한 전사들에게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
진먼을 절대 포기하지 못한 중국은 1958년 제1차 국공대전을 일으켰고 2차 국공대전이 끝날 때 까지 진먼에 포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 폭탄의 숫자가 백만발이라고 하니 한숨이 저절로 쉬어진다

일제가 물러가고 공산당에 밀린 국민군이 진먼에 들어 왔는데 군인 십만여명과 주민들 오만여명이었다
국민군들과 주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날이면 날마다 지하 갱도며 방공호를 파야 했고 삶은 풍찬노숙 ,말 그대로의 피폐한 나날들이 이어졌다
포탄이 쉼 없이 날아와 떨어질 때는 군인이고 민간인이고 모두 지하 갱도나 방공호에 몇 날 며칠이라도 숨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그 지경이 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집단적인 셀 쇼크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섬 전체를 요새화 하다시피 해서 모두 피신할 수 있었고 지금도 진먼의 대부분은 두터운 콘크리트와 철로 된 온갖 군사 시설로 뒤덮여 있는데 현재는 오히려 이런 것들이 관광객을 부르고 있다

단단한 화강암의 산 속을 뚫어 천 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시설을 만들었고 강당과 내무반 등 일반 군부대와 다름없이 만든 갱도도 많다
그 중  적산갱도는 바다 옆의 산을 파서 바닷물이 흘러 들어 오도록 만들었다 접안 시설이 되어 있는 부두까지 있는 갱도 안에 배를 숨겨 놓았다
이렇게 했기 때문에 긴 전쟁 기간에 비해 전사자가 많지 않았다
진먼의 충렬사엔 단 한 명의 외국인 전사자가 안치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의 한국일보 기자였던 최병우 기자님이다
1958년 9월 26일 취재중 순직했는데
대만에선 자국의 전사자와 똑 같은 대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몇 십 년 간의 포탄 세례로 진먼의 지면 높이 전체가 2m 정도 낮아졌다고 하니
기가 막힐 일이다

중국인들은 원래 기름진 음식과 함께 술을 잘 마셨고 고량주는 우리의 막걸리 처럼 일반에 젖어든 술이다
그런 술을 한 모금도 마실 수도 없고
지하에 두더지 처럼 숨어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뭔가를 해야 했다
눈만 뜨면 보이는 본토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날로 커져만 가고 억압된
사람들의 고통은 극에 달했다
그 때의 국민군 장군은 후롄 장군 이었는데  그는 중대한 결심을 했다
포탄이 떨어지는 가운데서도 수수를 심고 군인들 가운데 술 만들줄 아는 사람들을 찾았다
이번 코로나 사태 때도 중국인들은 거대한 병원을 단 며칠만에 지어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뭔가를 함께 만드는 일은 중국인들을 당하지 못한다
포탄 껍데기를 주워 술을 숙성할 항아리를 만들고 ,그 때 그렇게 만든 항아리들이 지금도 지하 갱도에서 술을 숙성시키고 있다
자그마치 천 리터를 넣을수 있는 큰 항아리들이 끝도 없이 지하 갱도를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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