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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0-02 20:31

ㆍIP: 58.xxx.124

버스를 함께 타는 사람들

#권영심의글
버스를 함께 타는 사람들

권영심 ( 2021 , 10 , 2 )

이 세상의 모든 교통 수단 중에 내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버스이다.
그 다음이 택시, 지하철이랄까, 암튼 버
스는 나의 발이나 마찬가지인 소중한
길벗이다.
버스에서 큰 사고를 두 번 당했는데 병원에 가지 않고도 무사했다.
젊고 체력이 좋을 때여서 그런 것이지
요즘 그랬다간 바로 병원 직행이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버스에 오르내리는
것을 굉장히 조심한다.
양 손에 물건을 다 들었을 경우엔 먼저
안으로 들어가서 좌석에 놓은 후 카드를
태그한다.
뒤에 타는 손님들이 다 오른 후에 가서
태그하고 앉는 것이 안전하고 또 방해
를 하지않는 길이다.
거의 기사 뒤의 두 번 째 좌석에 앉는데
때로는 흥미진진한 장면을 보게 된다.
동인천 역에서 어르신이 버스에 올랐는 데 카드가 도무지 태그가 되지 않았다.

뒤의 노인도 마찬가지여서 결국 기사와
실랑이가 벌어졌다.
뒤에 가서 태그하라고 말하니 내릴 때
한다는 것이었다.
차림새도 나쁘지 않고 보통의 노인들
이었는데 버스를 처음 타 봐서 잘 모른 다고 껄껄 웃었다.
그런데 내릴 때 태그하게 되면 다른 차 를 탈 때 두 번의 요금을 부과해야 한다.
즉 1250원 보다 더 많이 요금이 나온다
는 말이다.
나는 그런 말을 해주고 싶었으나 이상하
게 불량한 그 사람들의 희롱꺼리가 될까
싶어 입을 다물었다.
어느 정류장에 이르기 전 두 사람이 벨을 누르고 일어섰는데 태그를 하지않
는 것이었다.
카드 태그하세요 !
기사의 목소리가 좀 크게 울렸다.
두 노인은 카드를 대었으나 전혀 태그가
되지 않았다.

기사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결국 한
사람이 만 원 짜리를 내밀었다.
잔돈이 없다고 하니 그럼 못 내겠단다.
나는 돈을 달라고 해서 바꾸어 주었다.
두 노인을 왜 버스는 공짜가 아니냐면서
소리를 지르고 내렸고 차는 다시 달렸다
대체 그 노인들은 왜 그랬을까?
기사는 상습범들이라면서 분을 못 이기
는 듯 했다.
이와 비슷한 일을 예전에 한 번 더 본 적
이 있는데 그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아마 길거리 한 곳에 난전을 펴고 장사
를 하는 할머니인듯 큰 보따리를 간신히
버스에 끌어 올리면서 승차했다.
좌석에 짐보따리를 올려놓은 후 카드를
태그했는데 돈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할머니는 짐보따리 옆
에 앉았다.
기사는 돈을 내라고 몇 번이나 말했으나
할머니는 요지부동,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무심한 표정으로 아닌보살하고
그냥 앉아만 있었다.
기사의 목소리는 더 화가 나고 나는 그만 일어나서 현금으로 할머니의 차비
를 지불했다.
그 할머니가 가끔 타는데 언제나 저런
짓을 한다고 기사는 몹시 화가 나서
말했다.
그래도 할머니는 움직이지도,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가슴 한 쪽이 무언가가 찌르듯
이 아파왔다.
왜 들리지 않으랴...
그러나 못 들은 척 하면서 버스비를 아끼는 그 가난이 너무나 마음 아파서
가슴이 아려왔다.
그 할머니는 멀쩡한 집에서 잘 살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푼을 아끼는 가난이 그 일생
전체에 배여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집에서 호의호식하고 살아
도 그 할머니는 버스비를 내지 않을
것이다.
어느 누가 쳐다 봐도, 욕을 먹더라도 그
할머니의 일생은 그런 절약으로 점철되
어 왔기에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다.
오늘의 그 두 노인의 행동은 그냥 불량
스러운, 이 나이엔 당연히 버스비 정도 는 내지않아도 된다는 그런 이상한 당당
함이 있었다.
차라리 귀엽기도 했다.
그럼에도 공공으로 약속된 금액을 지불
하지 않는 것은 치사한 일이다.
그 치사한 일을 일삼는 할머니나 두 노인에게 우리는 그저 연민을 가지고 대
해야 한다면 젊은이들은 노여울까?
노인에 대한 혜택은 의외로 많다.
그것을 악착같이 다 찾아 먹는 노인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모른다.
다른 혜택을 받지 않는 어르신들에게
버스요금 무료 혜택은 불가능한 것일까
를 생각해 보면서 노인들로 가득 차 있을 우리의 미래가 좀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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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	기적시리즈	권영심	2021-10-03

335	버스를 함께 타는 사람들	권영심	2021-10-02

334	안녕히 가세요, 어머니	권영심	2021-10-01

333	목요일 오후의 청춘 카페의 차 이야기	권영심	202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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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기적시리즈	권영심	2021-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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