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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9-30 18:56
ㆍIP: 58.xxx.124
목요일 오후의 청춘 카페의 차 이야기
#권영심의글
목요일 오후의 청춘 카페의 차 이야기
3-29
            권영심 ( 2021 , 9 , 30 )
가을 장마가 길어지고 한가위가 지난 후 날씨가 놀랍도록 선선해 졌습니다.
이제 너무나 눈부신 계절, 가을의 시작
이건만 우리의 마음은 이 가을을 즐길만
하지 못 합니다.
한 없이 이어지는 거리두기의 시행으로 가게는 거의 접다시피 하고 거리는 참 조용합니다.
그래도 찾아주는 몇 명의 손님이 있어
문을 닫지는 못하고 죽을똥 말동 견디 고 있습니다.
이젠 뭐가 옳은 건지, 누구의 말이 맞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이 또한 지나가리라... 소망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이제 우리의 사발 이야기를 해볼까요?

우리의 사발이야기를 아주 예전에 티비
에서 본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우리에게는 그저 편안한 살림 도구였던
사발이 일본인들에게는 왜 그렇게 목숨
도 바칠 차사발이 되었는지, 우리 땅에 서 건너가서 그 곳에서 국보가 된 사발 을 보여 주었습니다.
도자기류에서는 최초의 국보가 되었고
이 사발로 인해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전쟁을 일으키니 임진왜란, 차사발 전쟁
입니다.
물론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조선의 도자
기와 사발과 그 그릇들을 만들어낸 장인
들을 일본으로 데려가기 위한 목적이
큰 축을 이루고 있었던 것은 변명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일본의 많은 사학자들도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제기에서 부터 아기들 밥 그릇까지 총칭
해서 사발이라 부르는 이 그릇은 막사발
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리의 여인들은 평민이든, 양반이든지
그릇을 소중히 여겼고 아무리 빈한해도
제기 몇 개는 소중하게 간수했지요.
막 쓴다라는 말이 있듯이 손에 익은대로
늘 쓰는 그릇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살림
그릇을 막사발이라고 불렀습니다.
결코 일본인들이 주장하는 잡기론에서
처럼 천하게 여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의 대표적인 미학론자인
야나기 무네요시의 잡기론을 읽어 보면
그가 얼마나 조선을 멸시했는지 알수
있습니다.
그는 아마도 자기의 조상들이 조선의
사발에 혹해서 이기지도 못할 전쟁을
칠 년이나 계속한 역사가 치욕스러웠는
지도 모릅니다.

조선의 사발은 천하게 굴리는 그릇이며
먹고 나서 제대로 씻지도 않고 더러운
부엌에 나동그라져 있는 그릇이다.
만드는 도공은 천하의 무식쟁이이며
사발을 만드는 가마는 조악하며 재료인
흙은 마을 뒷 산의 맨 흙이다 등등...
이도다완을 보고 쓴 잡기론의 요지는
그런 것에서 천하의 미를 발견한 일본인
의 미학은 세상에서 제일이다라는 것
입니다.
미의식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조선인들 이 사발을 만든 것은 우연이며 그 우연
이 무위에서 나온 파생물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개 밥그릇으로도 쓰는 그 파생물에서
천혜의 미를 발견한 일본인들을 극찬하
는 사람들을 보면 속이 메슥거립니다.
일본인들은 와비사비의 미학을 제일로 치면서 다도조차 와비차라고 부릅니다.

일본인들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와비사비의 뜻은 직역하면 고독과 외로
움이라는 말입니다.
하나여서 외롭고 그 외로움이 짙게 물들
어 고독이 되니 천하의 아름다움이 된다
... 이렇게 풀이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일본인다운 미의식이기는 합니다.
주군을 위해서 할복을 하고 목을 날려
죽는 것을 가장 아름다운 죽음이라고
여기는 일본인들의 그 미의식이 과연
옳은 것일까요?
그들은 우리의 사발에 자신들만의 와비
사비를 붙여 천하의 명품으로 만들었
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그러기 전에 우리의 사발
은 원래가 명품이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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