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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9-28 17:05
ㆍIP: 58.xxx.124
하나여서 쓸쓸하다
하나여서 쓸쓸하다...

        권영심 ( 2021 , 9 , 28 )

나는 마음먹으면 별별 이야기를 다 하는
사람이지만 장난칠 때 외엔 하지 않는
말이 있다.
혼자여서 외롭다라거나 둘이 아니어서
쓸쓸하다라는 말이다.
외로움의 고통을 모르지는 않지만 혼자
라서 외롭다는 의식에 사로잡히면 벗어
날 수가 없다.
인간은 언제나 혼자이다.
태어나면서 죽을 때 까지, 어떤 곳이나
어느 사람과 함께 있더라도 혼자일 수
밖에 없다.
격렬한 사랑을 나누고 꼭 껴안고 자는
연인일지라도 혼자의 꿈을 꾼다.
혼자여서 외롭다는 것은 정말 유치한
자기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

외로움의 자락을 붙들고 놓지 않는 의식
의 손이 있는 한 외로움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
나는 혼자일 때도 , 많은 사람들 속에서
함께 뭔가를 할 때도 외로움에 묻힌
자기 연민이 없다.
내 옆엔 아무도 없어라고 늘 푸념하는
사람들을 보는데 정말 당연하다.
아무도 없다고 누구에게나 그러는데
누가 그 옆에 있을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하든지 혼자로 돌아오는 것
에 익숙하며 그 혼자의 시간이 나만의
풍요로 채워진다.
혼자서 할수있는 많은 것들이 있고 그것
은 내가 혼자인 것을 행복하게 만든다.
그 시간들이 있기에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하는 시간을 정말 소중하게 여긴다.

혼자일 때 외로우면 아무리 많은 사람들
가운데 있어도 외롭다.
나는 혼자일 때의 나 자신과 마주하면서
함께 할 때의 또 다른 기쁨으로 항상 설레인다.
그래서 누구나의 만남일지라도 소중하 고 감사한다.
이 세상에 나에게 귀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외로움이 사
라진다.
그까이꺼, 너 안 보면 되지, 너 아니면
사람이 없니? 이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
다 하고 콧방귀 뀌는 이들을 가끔 보는
데 결국 죽어라고 외롭다.
사람을 고마워하지 않고 인연에 기뻐하
지 않는 삶은 결국 고독에 갇히게 된다.
자신이 원치 않은 외로움의 성으로 스스
로 걸어 가면서도 모른체 한다.

스스로 알고있는 외로움의 실체가 너무
끔찍해서 벗어날 줄을 모르게 되는
것이다.
외로움이란 마치 공허한 연주회장 같은
것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다가 연주가 끝나
면 아무도 없이 문이 닫겨 버리는 곳.
그 가운데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공허는
상상 이상으로 고통스럽다.
어둡지만 더듬어서 문을 찾아 밀고 나오
면 사람들의 목소리와 부산한 움직임과
바람과 햇살을 느끼게 된다.
외로움은 어둠의 공간이기도 하다.
공허와 비탄으로 가득 찬 공간을 내 마음 속에서 넓혀가면서 점점 그 어둠
속에 빠져 들어간다.
오직 자신만이 그 공간을 부수고 나올
수 있다.

여자들이 겪는 마지막 정신적 공황 상태
가 갱년기이다.
심하게 겪는 사람들의 고통은 정말 본인
이 겪지 않고서는 모른다.
마치 추운 날 저녁, 한 겹 옷만 입고 사거
리에 혼자 서 있는 느낌의 고통은 오로 지 본인만의 것이다.
그럴 때 주변의 사람들이 기꺼이 그녀의
외투가 되어주어야 한다.
그 추운 마음을 따뜻하게 품어 줄 외투.
누군가가 두 팔을 벌려 위로할 때 그 외투에 폭 안기는 당사자의 용기가 무엇 보다 필요하다.
외로움은 인간의 본성이며, 본성임을
인정하고 내가 나 자신을 가장 먼저 끌어 안을 때 외로움의 공간은 열린다.
혼자여서 외롭다고 하지 말라.
둘이어서 외롭지 않은가?
외로움의 공간이 넓은 두 사람이 만나면
더 외롭다.
바람 한 자락에도 떨리는 이 가을의 저녁, 외로운 사람들이여...
인간은 혼자인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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