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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9-26 16:11
ㆍIP: 223.xxx.109
기적시리즈
-기적  (6-4)-

           권영심

깊은 산 속의 작은 도량이었던 산사는 신자들이 늘어났습니다.
그녀와 함께 일보일배를 하는 마을 사람 들도 있었습니다.
한 번만이라도 해보면 그 아픔에  울고, 어머니의 간절함에 울고. 뭔가 부끄러움 에 울고..
대웅전에 모여 절하는 사람들의 기도는 오직 하나였습니다.
그녀의 아들을 살려달라는 간절함이 아침마다 절의 마당을 넘치게, 넘치도록 채웠습니다.
그녀는 기절을 여러 번 했고 병원으로 실려가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의 일보일배는 아무도 멈추게 할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식당에는 나가지 못하고 기도를 마친 그녀는 잠시 혼곤한 잠을 잔 뒤 아들에게 갔습니다.
밤새 아들의 옆에 있다가 새벽에 산사로 향했습니다.
비가 와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들의 손을 어루만지고 얼굴을 닦아 주며 그녀는 수 없이 속삭였습니다.
사랑한다고...
기다린다고...
계절은 봄에서 여름으로 향하고 있었고  아들의 손을 잡고 깜박 잠이 든 어느날.
그녀는 꿈을 꾸었습니다.
아들이 환히 웃으며 두 팔을 벌리고 다가오는 꿈을.
아들의 이름을 부르다가 눈을 뜬 그녀는 여전히 조용한 병실에 있는 자신을 보았습니다.
아들의 하얀 손이 미등 아래 유난히 빛나 보였습니다.
그녀는 아들의 얼굴을 아주 가까이 바라 보았습니다.
-아가야,
눈이 아플텐데 그렇게 뜨고만 있니?
우리 아가...-
그녀의 손이 아들의 눈썹을 만지고 눈두덩을 만졌습니다.
그 때!
그녀의 몸이 얼어 붙었습니다.

아들의 손가락이 움직였습니다 !!
자신의 오른 손에 쥐어져 있던 아들의 손가락의 움직임이 느껴졌고 왼 손이 만지고 있던 눈두덩에서 미세한 무언가 의 느낌을 감지했습니다.
그녀의 온 몸이 마치 바람 속에 휩쌓인 것 처럼 떨렸습니다.
또 아들의 손가락 몇 개가 살짝,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습니다.
아가....
그녀는 호출벨을 눌렀고 곧 의료진이 들어왔습니다.
아들은 어딘가로 옮겨지고 그녀는 절로 달렸습니다.
-스님  ! 우리 아들의 손가락이,눈두덩이 움직였어요!
우리 아들이 이제 일어난다고 신호를 보냈어요...-
길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스님의 손을 잡고 그녀는 울며 말을 했습니다.
스님의 눈에서도 눈물이 소리없이 흘러 내렸습니다.

일보일배가 마치 천국으로 향하는 길인 듯  환희심에 가득 차서 그렇게 절에 도착했습니다.
그녀의 아들이 움직였다라는 소식에 누구라 할 것 없이 서로를 안아주며 부처님께 감사했습니다.
그랬습니다.
그녀의 기도가 백 일이 되기 전에 아들 은 움직였고 놀랍도록 빠르게 회복되어 갔습니다.
드디어 일보일배의 백 일 기도를 마치는
그 날이 되었습니다.
이른 여름의 청량한 공기 아래 절 마당 은 수없는 사람으로 가득차서 기도문은 온 산을 울렸습니다.
그녀는 살이 많이 빠지고 서서 걷기도 어려울 만큼 다리가 망가졌으나 그 누구 보다 환한 얼굴로 부처님의 자비에 감사 했습니다.
그녀의 아들은 먼 길을 떠났다가 돌아온 사람 처럼  어머니에게 되돌아왔고
어머니는 온전한 아들을 안았습니다.

기적인가요?
뒤의 이야기는 더 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만으로도 기적은 넘치게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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