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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9-25 15:23
ㆍIP: 58.xxx.64
기적시리즈
#권영심의글
-기적  (6-3) -

        권영심

아들은 마치 죽은 것 같았습니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주저앉았습니다.
운전을 하던 동네 형은 다리가 부러지고 갈비뼈가 상했으나 의식은 멀쩡한데, 아들은 겉으로 보기엔 외상 하나도 없이 깨끗해 보였습니다.
교차로에서 앞에서 달려오는 차를 피해 핸들을 꺽었는데 아들은 트럭의 조수석 에서 튕겨나가 길바닥으로 추락했고, 검사 결과 뇌출혈과 척추 손상이 예상 된다 는 의사의 소견 이었습니다.
수술은 길고도 길었습니다.
그녀는 동무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염주알을 굴렸습니다.
그것 밖에 할수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드디어 수술은 끝났고 의사를 보자 그녀 는 겨우 몸을 일으켰습니다.
의사는 환자가 깨어나 봐야 안다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나...아들은 깨어났으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눈도 떴으나 아들은 눈동자조차 움직이 지 못 했습니다.

그렇게 두 달이 흐르고 그녀는 어느날 아들을 퇴원시켜 자신이 살고있는 곳의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아들은 산소호흡기와 그외 여러가지 줄들을 주렁주렁 달고 눈을 뜬 채로, 입 은 벌리고  손 끝 하나 움직이지 못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녀와 아들의 불행에 혀를 차며 안타까워 했지만 누구도 도와줄 수는 없었습니다.
그녀는 동무의 식당에 다시 나갔고 차라 리 평온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들을 옮긴 이틀 후 그녀는 새벽 길을 한 시간 걸어 아들의 병원으로 갔습니다.
-아가야...
넌 반드시 일어날거다.
부처님이 그렇게 해주실거야.
엄마가 오늘부터 부처님께 떼를 쓰고  또 떼를 써서 너를 깨어나게 할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 내 아가, 아가...너를 이렇게라도 살리신 것은 네가 반드시 이 세상에서 할 일이 있기 때문일거야.
그러니 너는 깨어나야 한다...아가 -
그녀는 아들의 볼에 얼굴을 대고 가만히 속삭였습니다.

병원을 나온 그녀의 발길이 향한 곳은 산사였습니다.
차가 다니는 길에서 절이 있는 곳까지 가려면 어른 걸음으로 약 삼십여분을 걸어가야 했습니다.
울창한 나무들이 양쪽으로 서 있는 길은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에 불 빛 하나 없이 음산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녀는 길이 시작되는 곳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부처님께 올리는 큰 절을 하고 한 발짝 을 옮긴 다음 또 절을 했습니다.
일보일배의 절이었지요.
봄이 되었다지만 새벽은 춥고 땅바닥은 차고 딱딱했겠지요.
그녀의 일보일배는 그렇게 시작 되었습 니다.
일보일배로 절에 들어온 그녀는 대웅전 앞에서 108배의 절을 드렸습니다.
새벽 예불을 끝낸 스님들이 그녀를 알아 보고 놀랐으나 너무나 엄숙하고 처절한 그녀의 모습에 입을 열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일보일배는 스님들에게 알려지고,  어느날 108배를 드리다가 기절한 그녀를 주지 스님에게 데려 갔습니다.
주지 스님은 피로 범벅된 붕대가 감겨 있는 그녀의 무릎을 보고 나무아미타 불... 탄식 처럼 내뱉았습니다.
-보살님.
보살님의 정성은 부처님께서도 반드시 감응하실 겁니다.
그냥 매일 절에 와서 108배만 드려도 아드님은 깨어날 겁니다.
이렇게 몸을 상하면서까지 하는 기도는 오히려 부처님께 욕이 됩니다 -
그녀가 깨어나자 주지스님은 온화한 음성으로 타이르듯 말했지요.
그녀는 몸을 세워 앉으며 스님께 두 손을 모았습니다.
-스님 이미 부처님께 서원을 드렸습니다
내 몸이 상해서 찢겨서 썩어 문들어진들 상관 없습니다.
어미가 되어 멀쩡한 자식이 저렇게 있는 것을 두고 본다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입니다.
아무 것도 할수없는 이 어리석은 어미는 그저 할수있는 방법으로 부처님께 매달 려 봅니다-
스님은 피딱지가 앉은 여인의 입술을 보며 말릴수 없는 일인 것을 알았습니다

다음날도 그녀는 일보일배를 하기 위해 새벽길을 나섰습니다.
그녀의 고통을 서술한다는 것은 부질없 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 길 시작되는 곳에서 한 스님 이 기다리고 있다가 그녀를 합장으로 맞이했습니다.
-보살님,
사문이 되어 어찌 가련한 중생의 거룩한 서원을 외면 하겠습니까?
오늘부터는 우리들이 한 명씩 보살님과 함께할 것입니다, 나무관세음보살  -

여인은 눈물을 흘리며 스님과 함께 일보일배를 시작했습니다.
절의 일주문을 지나자 모든 스님들이 서 있다가 그들을 맞이했습니다.
아침 해가 떠오르며 찬란한 빛을 발하고 대웅전의 부처님을 향해, 땅바닥에서 108배를 올리는 그들의 모습을 아름다 이 비추었습니다
영축산에 꽃비가 내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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