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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9-24 15:58
ㆍIP: 58.xxx.64
기적시리즈
기적   ( 6 -2)

       권영심

사람들은 그녀에게 솜씨가 아깝다고 자금을 대어줄테니 식당을 개업하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대답은 한결 같았지요.
-잠 잘 내 집이 있고 음식을 만들 내 주방이 있고, 이 세상에서 가장 효자인 내 아들이 있는데 여기서 더 욕심부리면 부처님이 노하셔요-
그런 그녀의 대답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습니다.
아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씩 근처의 절에 가서 부처님을 참배하는 것이 그녀는 참 좋았습니다.
불교를 믿는 집안이 아니었으나 언제나 고요히 맞아주시는 부처님과 깊은 산사의 스님들이 그녀에게 큰 위안과 의지처가 되었습니다.
아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으나 아들이 장가를 가면 부처님께 의탁하여 절집 공양간에서 지내리라 혼자 마음먹고 있었지요.
그녀는 부족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부러운 것도 없었습니다.

고등학교를 다닐 동안 전교 1등을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졸업할때 까지 장학금 으로 학교를 다닌 아들은  단 한번에 그토록 어렵다는 ㅅㅇ대학교에
합격했습니다.
그 마을의 경사였고, 동무는 가게를  연 이후 처음으로 하루 종일 손님들에게 공짜로 고기와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아들과 그녀는 수없는 축하와 격려금을 받으며 행복했지요.
생애 그렇게 행복한 순간은 그녀에겐 처음 이었습니다.
아들은 어머니를 모시고 서울로 가서 자신이 다닐 학교를 보여주면서 함께 하숙집도 구했습니다.
그녀의 마음에 꼭 드는 정갈한 한옥집과 주인 아주머니의 깔끔한 살림치레도 더없이 흡족했습니다.

입학식  일주일 전에 서울에 올라가기로 하고 그녀와 아들은 더없이 행복한 시간 을 보내었습니다 .
바쁜 시간에 식당에 와서 쾌활하게 일손 을 돕는 아들을 손님들은 그렇게 이뻐 했습니다.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고  아들은 동네의 형이 운전하는 트럭에 이삿짐을 싣고 마을을 떠났습니다.
책이며 이불과 옷까지 정성스럽게 챙긴 짐은 작은 트럭에 한가득 이었지요.
그녀와 동무를 비롯한 동네 사람들은 트럭이 안 보일 때 까지 손을 흔들며 오래도록 배웅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아들이 사준 고운 한복과 외투와 머플러를 소중히 어루만 지며 입학식날  입고 갈 모습을 상상하 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서울에 도착해서 짐을 하숙집에 넣고 나면 전화를 해준다는 아들에게서 아무 소식이 없자 그녀는 애써 불안한 마음을 눌렀습니다.
트럭이 돌아오지 않는 것도 신경 쓰였지 만 모처럼 간 길이니 그럴 것이라 불길 한 생각을 누질르며 그녀는 식당을 마치 고 집으로 돌아와 전화기만 뚫어질 듯이 바라보았습니다.
하숙집의 전화번호를 받아오지 않은 것이 너무나 속상했습니다.
시계가 열 두시가 넘자 그녀의 주먹 쥔 손이 자꾸 떨렸습니다.
부처님...
그녀는 앉은 채로 까뭇 잠이 든 모양이 었고, 화드득 놀라 깬 것은 유달리 크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 때문이었습니다.
시계는 4시가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웬지 전화기가 잡아지지 않았고 그녀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움켜 쥐었습니다.
-여..보세요?
ㅁㅅ아 ! ㅁㅅ이지?  -
입이 말라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 으나 아들의 이름을 거푸 불렀습니다.

그러나...
전화기 저 편에서 들려오는 것은 낯선 여자의 사무적인 목소리였습니다.
-ㄱㅁㅅ씨 보호자 되시죠?
여긴 ㅇㅇ 병원인데 아드님이 교통사고 를 당해  지금 수술을 해야  합니다.
신원을 찾지 못해 응급실에 있었는데 운전하던 분이 의식이 돌아와서 지금 전화를 드리는 거예요.
빨리 병원으로 와주세요  -
그녀는 끊어진 수화기를 들고 그대로 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그녀를 일어서게 했고 그녀는 동무에게 전화를 걸었지요.
모든 일이 전광석화 처럼 벌어졌습니다.
택시가 도착했고 동무가 그녀를 부축하 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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