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9-20 15:46

ㆍIP: 58.xxx.93

기적시리즈

-기적-(3-3)

권영심

하느님은 그에게 돈버는 재주만 허락 하셨는지 그의 재산은 무섭게 불어 났습니다.
채무 상환을 못해 대신 받은, 시골의 변두리 땅은 그의 것이 되기만 하면 신도시 발표가 나서 몇 백 배가 올랐고
무엇이든 그의 손에 들어가면 황금이 되었습니다.
그녀와 쪽지를 나눈지 일 년.
두 번째 생일을 맞았을 때 그는 그녀에 게 무엇이 갖고 싶은가를 물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플라토닉의 사랑을 기대한 모든 분들 께는 미안하지만 생일 선물을 받은 그 겨울이 가기 전에 그녀는 그의 연인이 되었답니다.
그것도 그녀가 자청해서.
성탄 이브에 그녀는 그와 함께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고 자정이 되자 모든 사람들이 그 때 그랬던 것 처럼 웃고 소리치고 크리스마스를 축하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사준 핸드백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가슴에 달았지요.
금색 초록색 빨간색으로 만든 크리스마 스 리본이었습니다.

-아저씨,
전 아저씨께 많은 것을 받았어요.
근데 저는 아무것도 줄 것이 없어요.
여기 크리스마스 선물이 있어요.
여기-
그녀의 가는 손가락이 향한 곳은 자신의 가슴이었습니다.
그리고 반짝거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 았습니다.
그는 귀가 화끈거리고 두 눈이 캄캄해졌 답니다.
맹세코!
그는 그녀에게 오직 주는 것만 기뻐하고 그의 선물에 환호하는 그녀의 웃는 모습 을 보는 것만이 전부였을뿐.
그녀를 가질 것이라는 생각은 결코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나름의 방법으로 성욕을 해결하고 있었고 그것으로 족했습니다.
-선물을 거절하면 두 번 다시는 아저씨 를 안봐요-
그는 선물을 받았고 그녀가 세상에 왔던 그 모습 그대로 자신에게 왔음을 알고 고통에 떨며 우는 그녀를 껴안고 결심을 했었답니다.
... 네가 죽으라면 죽겠다,
내 모든 것을 너에게 주겠다...
그녀는 그렇게 그에게 세상에서 유일한 선물이 되었고 그런 그녀를 위해 무엇이 든 해주고 싶었으나 그녀는 헤맑게 웃고 은행을 다닐 뿐 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의 생일을 맞이한 것 이지요.

-세 가지 선물을 주세요-
-말해봐요 무엇이든지-
그녀는 웃음을 가득 머금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결혼해주세요-
천둥이 그의 머리를 내리쳤습니다.
그것은 차마 말하지 못한 그의 소원 이었습니다.
-아기를 가졌어요,
이 아이를 키워주세요-
그는 호흡이 멈추는 것 같은 아득함과 함께, 귀에서 수 십만 마리의 모기들이 왱왱거리는 것 같은 이명을 느꼈습니다.
-파리로 유학 보내주세요.
아기를 낳고 반 년 정도 지나면 갈수 있도록 수속을 다 마쳐주세요.
엄마와 동생들을 맡아주시고 집도 사주세요.
길어도 삼 년 뒤엔 돌아오겠어요-
그는 몸을 일으켜 그녀의 옆으로 가서 힘주어 껴안았습니다
이 어처구니없는 남자는 글쎄, 그 때도 울었다지 뭡니까?
그것도 엉엉 소리내어...

그녀는 원하는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는 결혼하기 전에 마당이 딸린 집을 사서 그녀의 식구들이 이사하도록 했고 그 보다 두 살 많은 장모는 딸의 결정에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이미 신부전이 심해져서 장사도 접은 그녀는 오로지 딸에게 밖에 의지할 데가 없었습니다.
호텔에서의 결혼식은 호화롭기 이를데 없었고 참석한 은행 직원들은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수많은 하객들의 호기심에 가득한 시선 에도 그녀는 당당했고 그렇게 활짝 웃었습니다.
결혼식 후 그는 두 처남을 집으로 불러 진심을 다해 말했습니다.
- 나이가 많은 내가 너희들 누나를 데려 와서 정말 미안하다.
어린 너희들에게 약속하지만 나는 네 누나의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줄거야.
너희들의 말도.
공부할수 있는 모든 조건을 다 만들어 줄테니 누나의 소원대로 대학에 들어가 주기 바란다-
고 3. 고1의 두 소년은 나이는 어렸지만 나이 많고 못 생긴 매형이 자신들의 누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진정으로 느꼈답니다.

그녀는 아기를 낳고 반 년 후에 파리로 떠날수 있었을까요?
상투적인 말로 목숨보다 사랑하는 어린 아내를 수 만리 먼 타국으로 보낼 수 있었을까요?
더구나 그녀는 아들을 낳았답니다.
오십이 다 되는 나이에 첫 아들을 안게 된 그의 심정을 저는 필설로 형용하지 못 하겠습니다.
오죽하면 그는 아내가 입원한 병실이 있는 층의 간호사와 의사들에게 거금의 선물을 했고 전 직원들에게도 깜짝 놀랄만한 액수의 보너스를 주었습니다.
자신이 결혼하여 아들까지 갖게 된 사실 이 그저 꿈만 같아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잘 웃고 종알종알 이야기도 더 잘하며 아이를 극진히 사랑했습니다.
백일 잔치상에서도 세 사람은 꿈 처럼 행복했습니다.
그는 아내의 세 번째 선물을 잊었고 아내도 그 선물은 완전히 포기한 듯 보였습니다.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그 모습은 절대로 아이를 떼어놓고 멀리 갈 사람이 아니었으니까요.

-아저씨,
이제 파리로 갈 준비를 해주세요.
저두 나름대로 알아보고 준비할께요.
보내줄 거죠?-
아들의 백일 잔치를 마친 날 밤 그녀는 아주 자연스럽게 말했고 그는 그저 고개 를 끄덕였습니다.
한 마디의 거부의 말도 하지않고 그는 다음 날부터 아내의 파리 유학 준비 작업에 들어 갔습니다.
아내가 살 집을 보기위해 전문가를 데리 고 평생 처음 외국, 그것도 프랑스 파리 에 가기도 했답니다.
이상하고 소란스럽고 보기 싫은 코쟁이 들이 가득한 곳에서 아내가 공부하기를 원하는 이유가 뭔지 도대체 알수 없었으 나 그는 아내의 안락한 파리 생활을 위해 최선의 준비를 했습니다.
아내는 마치 미혼의 아가씨 처럼 가쁜 하게 프랑스로 그렇게 떠났습니다.
공항에서 아들과 남편의 볼에 키스하고 손을 흔들며 사라지는 아내의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는 그의 눈에 눈물이 고여 흘러 내렸습니다.

그의 품에서 아들은 곤히 잠들었고 그는 세상의 모든 것에서 아이를 지켜내겠다 는듯, 꼭 껴안았습니다.
그는 이미 사무실 옆 방을 터서 아들을 위해 유아실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곳엔 아이를 위한 별별 것들이 다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집에서 유모에게만 아이를 맡길 수는 절대로 없었지요.
유모는 사무실로 출근하고 사무실에서 퇴근했습니다.
그의 아들은 유명한 이야기꺼리가 되었고 사람들은 가끔 그에게 걱정의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거친 말도 오가고 교육에 해로운 것도 볼수 있는데 ...
그럴 때 마다 그는 차갑게 비웃으며 이렇게 대꾸했답니다.
-평생을 놀고 먹어도 될 재산이 있는데
공부 잘해서 뭐 하게?
건강하게 아프지만 않고 살면 돼.
그거 하나면 돼.-
그의 아들은 그의 소원대로 건강하게 무럭 무럭 자랐습니다.
엄마 처럼 잘 웃고 ,웃으면 깊은 보조개 가 패이는 얼굴을 가진 아이는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 밖에요.
아이는 누구에게나 웃었고 겁내지 않고 안겼습니다.
그런 아이를 보는 그의 심장은 또 다른 사랑으로 옥죄어 왔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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