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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9-16 17:05

ㆍIP: 58.xxx.93

나마스테, 고마워요

나마스테, 고마워요

권영심 ( 2021 , 9 , 16 )

나는 타인의 일에 아랑곳하지 않고, 가타부타하지 않는 성정이랄 수 있다.
그러나 특유의 촉이라든가 느낌은 절대
무시하지 않는, 그런 것은 있다.
오늘 9시 20분에 문을 닫고 걸어서 버스 정류장까지 갔다.
밤의 거리는 한적하고 인적도 드물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이미
사람들은 그 시간에 거리를 잘 다니지
않는다.
정류장을 향해 걷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길냥이의 울음소린가? 했을 만큼 그 소리는 이상했다.
정류장에 서서 내가 온 길 쪽을 바라보 는데 한 대의 차가 비상등을 켜 놓고
있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그것은 바바, 바바, 바
바... 어린아이의 애타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바바라니?
혹시 청각장애아가 혼자 차 안에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짧은 시간에 별 생각들이 다 스치고
지나갔다.

이 시간에 아이가 혼자 차 안에서 울고
있다는 것은 아이의 아빠가 술을 마시러
가서 오지않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이 밤에 혼자 차
안에서 울 이유가 뭐가 있을까?
장애아를 키우다가 엄마는 집을 나가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홧김에
술을 마시러 갔다...
아이는 기다리다 지쳐서 애타게 아빠를
찾고 있구나!
한 편의 단편 소설이 순식간에 생각으로
만들어졌다.
나는 바로 차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차 안에는 자그마치 세 명의 아이가 있었고 조수석에 있는 여자 아이
가 가장 맏이인듯 했다.
뒷 좌석의 두 아이가 바바를 그렇게 부
르고 있었다.
세 아이의 눈동자는 어두운 차 안에서
너무나 선명하고 아름답게 빛났는데
그 이국적인 눈의 모양은 인도인이었다.
바바라고 부르는 것에서도 알수 있었다
바바는 인도말로 아빠였으니까.

- 얘들아, 아빠 어디 갔니? 이렇게 너희 들만 놔 두고 어디 간 거니?-
아이들이 알아 들으리라고 생각하지 않
고 그냥 그렇게 말했다.
내가 인도말을 모르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런데 조수석의 아이가 그 예쁜 눈으로
나를 쳐다 보면서 아주 또렷한 한국어로
말했다.
- 아빠가 저기 건너편의 베이커리에
갔어요, 근데 안 와요 -
길 건너편에 빵집과 다이소의 불빛이 환
히 빛나고 있었다.
나는 몸을 숙이고 두 아이를 열심히
달래었다.
한 아이는 금방 울음을 그쳤는데 가장
어린 아이는 바바를 계속 찾으며 울음
을 그치지 않았다.
나는 차 문을 열고 아이를 안아 달래고
싶었으나 요즘은 그런 행동, 절대로
안 된다.
그저 손으로 , 말로 아이를 계속 달랬더
니 어느새 울음을 그치고 나를 보고
웃었다.

어쩌면 그렇게 예쁘게 웃는지 마음이
녹을듯이 기뻤다.
-아빠가 와요-
큰 아이가 길을 가리키면서 소리쳤고
흰 셔츠를 입은 남자가 길을 급하게
건너왔다.
나는 아이들이 울어서 좀 달래고 있었다
고 말한 뒤 아이들에게 안녕, 하고 바로 정류장으로 갔다.
그런데 차가 움직이면서 내 앞을 지나 가는데 두 아이가 손을 흔들며 이렇게 외치고 갔다.
나마스테! 나마스테!
그 순간 나도 이미 지나가는 차를 향해
손을 흔들며 나마스테를 힘차게 소리
쳤다.
한국어를 그렇게 잘하는 것으로 보아
아이들은 이 곳에서 태어났지 싶다.
그런데도 고마워요가 아니라 나마스테
라는 인사를 해서 순간 울컥했다.

저 아이들이 자신의 고국에 갈 날이 언제일지 그 누구도 모른다.
너무나 이국적인 외모로 한국어를 하면
서 이 땅에서 살아야할 고단함이 마음에
느껴지면서 진정으로 나마스테를 그
아이들에게 들려 주고 싶었다.
너희들이 믿는 신이 너희들을 지켜주고
행복하게 해주기를, 나마스테...
아주 작은 친절에 인사할 줄 아는 아이 들이니 별다른 일 없이 살아갈 것이다.
또래의 아이들과 한국말을 하면서 아주
재미있게 살아갈 수도 있다.
누군가의 작은 친절에 고마워하면서
나마스테! 인사를 하고 그 예쁜 미소를
보이면서 말이다.
이미 우리는 다민족 문화와 어우러지면
서 살고있고 아이들은 자신과 다름이
당연한 것을 인정하면서 자라고 있다.
아직 이질적인 것은 남아있으나 곧 자연
스럽게 어우러질 것이다.
나마스테, 고마워요를 서로 나누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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