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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9-15 15:21

ㆍIP: 58.xxx.93

피부에 투자는 낭비가 아닙니다?

피부에 투자는 낭비가 아닙니다?

권영심( 2021 , 9 , 15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국인으로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희고 깨끗한 피부를
가진 사람은 내 여동생이다.
달덩이라는 별명 그대로 나의 첫 째
여동생의 피부는 그야말로 희디 흰 백설
기 같은, 순백의 레이스같은 피부를 가
졌다.
엄마의 피부가 그렇게 고왔는데 그 유전
자를 넘치게 받았고 두 번 째가 나, 셋 째
는 아버지의 좋은 점을 가장 많이 물려 받았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내가 제일 많이
들은 소리가 피부가 어쩌면 그렇게 고우
냐는 말이다.
지금도 듣고 있다.
나는 내 피부를 위해서 영양 크림이나
에센스는 물론, 팩도 거의 하지 않는다.
선물받은 팩은 얼마간 가지고 있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하곤 한다.
솔직히 창피하지만 가게에서 자는 날
아침이면 면봉으로 눈꼽만 떼고 지우지 도 않은 화장 위에 덧바르고 옷만 갈아
입고 나갈 때도 있다.

시간이 조금 있으면 페이퍼 클리어로 화장을 지우고 로션만 바른 후 화장하고
나간다.
그래도 사람들은 내 피부에 감탄한다.
나는 피부를 위해 무엇도 하지않고 돈을
처바르는 일은 없었다.
화장품도 길거리 좌판에서 파는 것에서
명품까지, 그 무엇을 발라도 뾰루지 하나 생기는 법이 없다.
그런 나를 부러워 하다 못해 결국 미워 하는 지인까지 생겼다.
동네에서 사귄 연상의 친구인데 내 주변
에서 그렇게 피부에 신경쓰는 사람은
처음이지 싶다.
어느 특수한 제품만을 바르는데 로션
하나에 십만원을 호가하는 제품이었다.
그런데도 하루가 멀다하고 피부과에
다녔고 홍조는 넓어져만 갔다.
여름의 햇빛을 쐬면 그 홍조가 화상입은
것 처럼 부풀어 올라 정말 가여웠다.
그녀는 언제나 철벽인 내 피부를 너무
부러워했고 너무 힘들어 했다.
내가 보기엔 그냥 좀 놔 두고 비누 세수 만 하면 좋을 듯 한데 그녀의 피부에 대
한 집착은 갈수록 더해 갔다.

내가 이사를 가고 소식이 흐지부지 끊어
졌는데 , 그녀를 비롯한 몇 몇 피부에 유달리 신경쓰는 지인들의 피부는 오늘
날, 공들인 만큼의 효과가 없다.
생길 것은 다 생기고 아무리 화장으로
감추어도 피부의 피곤이 보인다.
평생 동안 고급 에스테틱에서 끊임없이
할 능력이 안 된다면 집에서 매일 얼굴
을 두드리는 것이 제일 좋다고 전문가가
내게 말했다.
여배우는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자연 스런 모습을 보이는 여배우들이 더
아름답다.
얼굴이 완전 달라져서 표정 연기도 못
하고 입술만 방긋거리는 나이 든 여배우
들은 좀 괴기스럽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생기는 모든
것들, 싫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이 순리인 것을 어찌하랴?

지나간 세기의 고전적인 여배우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특유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비대해지고 얼굴은 호박
마녀 처럼 변한 리즈 테일러는 세기의
미녀였다.
전성기의 그녀는 정말이지 천상의 사람
같았고 그 피부의 빛남은 비현실적이
었다.
그러나 세월은 그녀의 모습을 너무나
흉하게 만들었으나 그래도 끝까지 당당
했다.
오드리햅번의 아름다움은 죽을 때 까지
변치 않았는데 그녀의 선한 에너지
때문이었다.
아무리 도배를 하고 칠갑을 해도 인간의
신체는 이 세상 모든 만물과 똑 같이
바스라지고 쭈그러들면서 이윽고 이
생을 떠나게 되어 있다.

옛 어머니들이 하는 말이 죽으면 썩어질
몸이라고 했다.
우리 육신은 땅 속에서 썩어 벌레의 밥
이 되고 태워져서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진다.
이 육신은 혼백과 넋이 깃들여 살던 집에 다름 아니다.
다섯 가지의 에테르가 깃들어 있어야
인간인 것이고 숨이 멎으면 그 육신에서
다 떠난다.
자신이 원하고 바라던 세상으로 말이다.
그러니 이 육신에 ,예뻐질려고 돈을 바르는 것은 그렇게 옳은 일은 아니다.
한 치도 못 되는 거죽 안에 들어있는 것
은 피와 뼈와 온갖 오물들이다.
그러니 피부에 투자하는 것은 낭비가 아니라는 선전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고 씁쓸하다.
이 생에서 그 돈이면 목숨도 구해지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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