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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9-09 16:14
ㆍIP: 118.xxx.158
치매에 걸리면 누가 고통받을까?
치매에 걸리면 누가 고통받을까?

          권영심 ( 2021 , 9 , 9 )

요즘 코비드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지
못 해서 전화 수다가 참 많아졌다.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어서 인부 정도
묻던 사람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도
많아진 듯 하다.
오늘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와서 안 받았
는데 연거푸 울려서 받았다.
목소리를 듣고서도 몰랐는데 어느 봉사
단에 함께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활기에 넘쳤고 듣는
사람이 에너지가 생길 정도였다.
그러나 내용은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한바탕 일상적인 이야기가 지나가고 난 후 그녀는 용건을 이야기했는데 친정
어머니의 치매가 심해져서 요양 기관으
로 보낼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내게 묻는 내용은 지금 오빠와 함께 사는 어머니를 자신이 데려오고 거주지
를 옮기면 나라에서 무슨 혜택을 받을
수 있냐는 것이었다.

오빠가 어머니 때문에 이혼할 지경이어
서 자신이 해결해야 되는데 그녀가 혼자
사는 사람인 것을 처음 알았다.
남매를 결혼시키고 남편이 남겨준 작은
빌라에서 살고 있는데 여러가지 알바로
생활을 꾸려가고 있었다.
어머니를 요양 기관에 보낼 거라면서
나라의 혜택을 왜 내게 묻느냐고 했더니
내가 치매 관계 봉사를 많이 하기에 고민하다가 전화한다고 했다.
그리고 사실 어머니와 함께 산 것이 며칠 되었는데 감당이 안된다고 하소연
이 길었다.
그녀가 말하는 내용은 악한 치매의 전형
이었다.
이 년 전만 해도 낮에는 노치원에도 다
닐 만큼 괜찮았는데 갑자기 너무 심해
진 경우였다.
제대로 치료받지 않고 약을 제때 복용하
지 않고 방 안에 홀로 방치하는 경우가
오래 되면 치매는 급격히 상태가 나빠
진다.

나는 알고있는 사회복지사를 연결해 주
고 그녀에게 별 말을 하지 않았다.
나라의 혜택은 많지만 그것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기 때문에 전문가의 세밀
한 상담과 자문을 통해 알게되는 것이
정확하다.
그녀에게 연결한 사회복지사는 직접
센타를 운영하고 치매에 대해 오랜 경험
과 다각도의 인맥을 가진 전문가여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녀가 말한, 어머니의 미치겠는 행동
중의 하나가 기저귀에 넘치는 배변이
었다.
아무리 말려도 밥통의 밥을 다 먹으려
하고 뭐든지 먹는데 그것이 전부 나오니
오죽하겠는가?
기저귀에 넘치는 것은 양도 양이지만
마구 움직이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들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대로
가만히 있어주지 않는다.
심해질수록 움직임이 더 심해진다.
그래서 간혹 요양원에서 치매 환자들을
묶어 놓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앞으로 치매 환자나 움직이지 못 하는
환자들을 보살피는 일은 로봇이 전담하
게 될 것이다.
이미 그런 로봇이 개발되었고 날로 진화
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
로봇은 기계고 기계는 아무 감정이 없는
채로 입력된 것으로만 환자를 보살필
수 있다.
영화에서 보는 로봇들이 인간들 속에
섞여 함께 살 날이 멀지 않았다.
로봇은 치매 환자의 어떤 행동에도 아무
런 혐오감 없이 보살필 것이다.
딸인데도,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인데도
며칠 지내는 동안 진저리를 치게 되는
것이 치매 환자이다.
어쩌면 자식이 그럴 수 있나 하는 것은
지나간 날의 헛된 메아리일 뿐이다.
벽에 똥칠하고 이불에 오줌누고 하는
치매 노인이 괴로울까?
오직 그것을 치우고 보고 ,곁에 있는 가족의 고통만이 인간을 지옥으로 몰아
넣는다.

나는 루게릭 환자도 알고 치매 노인들도
많이 보았다.
루게릭은 정신은 멀쩡한데 육체가 굳어
져 감옥이 되는 병이다.
치매는 육체는 멀쩡한데 정신이 사라져
가는 병이다.
둘 다 너무나 무서운 병인데 환자가 더 고통스러운 것은 루게릭병이다.
왜냐하면 루게릭병은 가족의 고통을
환자가 너무나 선명하게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매 환자는 점점 자신을 잊어
가면서 가족도 세상도 잊어 간다.
그래서 자신의 고통도, 가족과 주변의
모든 것에 아무런 인지가 없다.
그래서 아무리 처참한 지경으로 보여도
치매 환자는 모른다.
단 한 가지, 자신을 향한 진심의 따뜻한
눈빛과 말씨엔 반응을 한다.
보살피는 간병인의 태도를 귀신같이
감지하는데 아기와 꼭 같다.
아기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정말 사랑하
는 사람을 알아 본다.
치매는...어쩌면 인간의 교만을 꺽을
신의 한 수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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