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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9-05 16:10
ㆍIP: 118.xxx.158
그 나라에 사는 예의
그 나라에 사는 예의

     권영심 ( 2021 , 9 , 5 )

오늘 정말 ,생전에 한 번 볼까말까한
모습을 보았다.
103번 버스를 탔는데 다음 정류장에서
다섯 명의 어린 아이와 세명의 어른이
타는 모습이었다.
걷는 아이 두 명과 나머지 아이들은 어른들이 각자 안고 탔는데 걷는 아이들
이 서툴러서 시간이 좀 지체되었다.
그것도 그렇지만 매우 젊어보이는 세 어
른도 서툴고 우왕좌왕했다.
지금부터 순식간의 이해할 수 없는 장면
이 펼쳐진다.
1, 버스기사 - 아, 빨리 빨리 좀 해요, 아이 좀 잡아요.
2, 빈 자리들이 거의 없었는데 아무도
일어서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젊은 부부와 또 한 사람이 아이를 다섯 이나, 그것도 아기에 가까운 아이들을
데리고 탔는데 말이다.
요즘 아기들 보기가 얼마나 귀한지 엄마
가 아이를 데리고 타기만 해도 몇 사람 이나 일어서서 앉으라고 서로 권하면서
그렇게 흐믓해 한다.
그런데 다섯 명의 아이인데?

합해서 8명의 사람들이 너무나 크게 떠들었다.
버스에 올라 테그할 때 부터 뒷 사람과
소리치듯 이야기하면서 움직이지 않고,
버스 안에 올라 탄 아이들도 쉬지 않고
떠들었다.
그것도 중국어로, 아이들은 새된 목소리
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소리치고 안고 있는 아이는 울면서 말하고...
그런데도 세 명의 어른들은 아이들을
제지하지 않고 자리에 앉기 바빴다.
여기 저기 빈 자리가 있었다.
다들 자리에 앉고서도 계속 중국어로
떠들어서 운전기사가 또 조용히 하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들은 목소리만 조금
낮추었을 뿐 말을 멈추지 않았고 아이들 의 중국어 칭얼거림도 여전했다.
옷차림으로 보아서 그들은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이었는데 정말이지 한 대 패 주고
싶었다.
어쩌면 그렇게도 예의 한 조각이 없을
수 있을까?
중국인들의 이해할 수 없는 무례함은 여러 번 경험했었다.
서울 한강 유람선에서, 고속 열차 안에 서, 명동에서, 그러나 버스 안에서의 경험은 처음이다.
그리고 다 관광객들이었지, 이렇게 이
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소란은 처음이지
싶다.

중국어가 그렇게 듣기 좋은 말이 아닌데
다가 여럿이 떠들면 정말 그 언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소음일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살 사람들이라면 이 곳에서 사는
방식은 좀 더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은 중국어외엔 한국어를 한 마디
도 못 하는 듯 했다.
사정은 모르지만 이런 막무가내식의
살아내기 방식은 서로에게 무익하다.
내가 젊었을 때 아이들 교육을 위해 이민을 택한 부부가 있었다.
그 당시는 정말 아이들 교육을 위해 이민을 간 사람들이 많았다.
세 아이는 현재 모두 미국에 터를 잡고 살지만 부부는 돌아왔다.
타국에 뼈를 묻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돌아온 부부의 자식들은 번갈아서 매년
한국에 들어 오는데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조금 억양이 외국인같지만 몇 십 년을
외국에 산 사람치곤 너무나 정확하게
잘 했다.
영어는 한국어보다 더 잘 하는데 사실
이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손자 손녀들도 한국어
를 잘 하는데 사연이 있었다.
이민가서 일 년 동안 아이들에게 한국어
를 절대 쓰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집에서도 모든 식구들이 영어로 말하고
한인 교회에서의 사교보다 집 주변의
이웃들과의 친교를 더 중요시 했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그 곳의 풍습과 생활
을 익히도록 갖은 노력을 다 했고 그
결과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회에 무리
없이 스며 들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완벽한 영어를 구사했고 그 때
부터 부모는 집에서는 한국어를 쓰도록
했단다.
설령 영원히 돌아가지 않더라도 모국어 를 잊으면 자신의 혼을 잊는 것이라고
가르쳤기에 지금은 손자 손녀들까지
한국어를 말한다.
이 부부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내가
옮겨 사는 곳의 리얼리티에 적응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분쟁만이 생길
뿐이라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버스에서 마구 떠들어도 되
는지 나는 모르겠으나 오늘의 그 가족들
은 이 사회에 어울려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기들이 탔는데도 일어서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차별이나 국가간의 갈등에
서 야기되는 미움, 그런 것은 절대로 아
니었다.
그것은 타인의 시선이나 불편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그 가족들에 대한, 무언 의 항의였다.
정말 중국@들 , 미치겠네로 시작해서
여기 저기 들리는 말의 내용을 쓸 수는
없다.
어떤 노부인이 아이들 좀 조용히 시키라
고 큰 소리로 말했으나 그들의 표정은
난 몰라요였다.
그들이 말을 완전히 못 알아 듣더라도
분위기까지 모른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아이들이 뭔 죈가?
너무나 미웁게 행동하는 그 모든 것은
부모의 행동을 그대로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몇 년을 사는지 모르겠으나
아이들은 참 많이 곤란을 겪을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세계의 나라들이 같은
것을 공유하고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지
만 정작 그 나라에 가서 살게 될 때는
절대 지켜야할 예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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