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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9-03 16:21
ㆍIP: 118.xxx.158
말씨, 말질, 말투, 말싸움, 말버릇, 말벗
#권영심의글
말씨, 말질,말투, 말싸움, 말버릇, 말벗

         권영심 ( 2021 , 9 , 3 )

나는 아버지 이야기를 참 많이 하는데
그럴 수 밖에 없다.
나는 내가 겪은 것들과 나의 감성과 내
가족과 그 가족을 너무나 아프게 만든
내 잘못을 고백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서 살아갈수록 너무나 선명하
게 알게 되는 아버지와의 많은 것들이
있다.
아버지는 내게 훈계나 꾸지람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저 나와 함께 걸으면서 이야기하듯이
들려 주었고 바다를 함께 바라보면서
가르쳐주었다.
포말이 가득 일어나는 바다를 바라보면
서 때론 몇 시간이나 나누는 이야기는
지금 내 삶의 너무나 소중한 자양분이다
생각해보니 아버지는 느린 말투의 눌변
이었으나 마음에 스며드는 목소리로
말한 듯 하다.
비유와 생각해보기 등은 아버지 특유의
말버릇이었다.

- 보라우, 마리야 저 파도가 수없이 밀려
오지만 같은 것은 하나도 없디, 그런데
말이야, 바닷물이라는 것은 같거든.
같은 바닷물에서 한 번도 같지 않은 파도가 생기는 거이디, 사람은 바다와
같은 거이야. 살아가면서 수많은 파도가
생기고 풍랑이 일기도 하지만 지나간
파도를 원망하는 거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안 캈니?
그러니 잘못이나 실수를 가슴에 새기지
말고 털어버리고 똑 같은 잘못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믄 되는 거이야, 바다는
그런 거이디...
더러운 물, 강물, 빗물, 모든 물이 다 바다로 가서 비가 되고 구름이 되고 눈이 되고 폭풍이나 태풍이 되는 거이디.
아버지래 그런 바다가 좋아서.
그런 바다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

바다는 그런 것이고 그런 바다와 같은
삶을 살아야하는 것을 아버지는 그렇게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나는 무엇이건 마음에 담아두고
되새김질하면서 골질을 하진 않는다.
그런 아버지가 엄하게 혼낼 때가 있는데
말을 험하게 하거나 욕을 하면 정말 혼이 났다.
여자라고 해서 무엇을 안 해야된다는 것
은 한 번도 말하지 않았는데 절대 하지
말 것은 있었다.
욕과 화투와 거친 말투였다.
쌍욕으로 싸움질이 난무하던 시장통에
서 자라는 딸들에게 그 세 가지는 절대
해서는 안될 것으로 못 박아두어 우리는
그렇게 자랐다.
자매들 간에도 싸우는 것은 상관하지
않았는데 욕설이나 비속어가 들어간
말을 하는 것은 굉장히 화를 내었다.
그러다보니 우리 자매들은 이불 전쟁
같은 싸움질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서로의 잘잘못을 이러고 저러고 따지면
서 결국 시들해지고 한 쪽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으로 끝났다.

말은 씨가 되어 서로의 마음에 피어 나는데 무엇을 피울지는 말투에 달렸다.
늘 남의 탓, 남의 말, 원망과 분노를 표출
하는 말질을 일삼은 사람들은 자신의
심령에 자라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
가를 모른다.
나는 예전에 남 못지않게 독하고 어기찬
말을 많이 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무에 그리 잘났다고 상대방의 조그
만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퍼부어 댔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마음 공부를 하면 뭐하는가?
언행은 개차반인 것을...
아버지가 가르쳐준 것도 다 까먹고 그렇
게 살았었다.
그러나 마음으로 뉘우치면서, 부끄러워
하면서 아주 조금씩 조금씩 나를 바꾸어
갔다.
결국 나를 고칠 사람은 나 뿐인것을
뼈저리게 깨달으며 나는 매일 매일 스스
로를 돌아보았다.

화살을 날리듯 냉정하고 인정사정 없던
말투를 바꾸려 노력하고 타인의 뒷담화 를 하는 말질을 줄일려고 노력했다.
어느새 내 말씨는 누구나가 인정하듯
고와졌고 그 어여쁨이 마음속에서 꽃을
피우고 빛이 되었다.
그것을 무엇보다 내가 스스로 알겠다.
말질은 안 하게 되고 말싸움 대신에 상
대방의 말에 귀를 더 기울이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몇 마디 나누게 되면 그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게 되었다.
말버릇과 말투가 거친 사람은 그 심성이
얼마나 황량한지 보였고 내가 더욱 조심
하게 되었다.
물을 보고 사랑한다, 너는 너무 소중하 다 매일 말하면 육각이 보석처럼 뚜렷해
지는 실험은 유명하다.
물도 그러한데 하물며 인간이랴?
깊은 밤, 환한 불빛 아래 조그만 화단 앞
에 서면 수많은 목소리가 들린다.
나를 사랑한다는 화초들의 목소리가.
비현실적인가?
그러나 사랑하면 꽃의 노래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화초가 말벗이 되어주는 일은 참 고맙고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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