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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8-30 20:33
ㆍIP: 58.xxx.176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의 힘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의 힘
             권영심 ( 2021 , 8 , 30 )
한 장소에서  십 년이 넘게 장사하면서
십 년 동안 단골인 손님이 여럿 있다.
그 중의 한 사람은 작년 겨울부터 오지
않는데 다른 세상으로 건너 간 것을 알
게 되었다.
그는 술을 무척 자주, 많이 마시는 사람
이었고 언제나 입버릇 처럼 예순 살까지
만 살겠다고 했다.
지금도 재미없는 세상, 그 나이 이상 살아서 뭐하느냐고 말해서 내가 여러
번 주의를 주었었다.
사람은 자신이 말하는 대로 되기 십상이
니 그런 말 하지말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는데 57세 되었을 때 암에 걸린 것
을 알게 되었다.
충수염 수술을 받다가 암이 발견된 것이
었고 그 당시는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았다.
항암 치료를 받고 퇴원할 때 마다 가게
에 왔는데 술은 마시지 못 하고 다른 것
을 먹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차가 버섯이며 이런 저런 것을 여러 번 챙겨주었고 그는 무척 고마워
하면서 열심히 먹노라고 했다.
예순 살이 되면 죽을 거라는 말이 그의
입에서 사라진 것이 아마 그 때 부터이
지 싶다.
7번의 항암 치료를 받고 그는 수술을 했
는데 석 달 뒤에 왔을 때는 사람이 정말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수술이 성공적이었고 예후도 좋아서 그
는 희망을 가졌다.
얼마 후엔 하던 일을 다시 하면서 지냈 는데 어느 날 와서 하는 말이 항암 치료
를 또 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온 것은 13번 째의 항
암을 마친 뒤였다.
그는 어쩌면 다시는 못 올지도 모른다고
했고 나는 그것이 마지막임을 예감했다.
그리고 그는 정말 오지 않았고 그 때가
예순 살이 되는 해였다.
말대로만 된다면 뭔 말인들 못 하겠느냐 고 우리들은 쉽게 말한다.
그러나 뒤돌아 보면 나의 삶이 내가 말
한 그대로 되어감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게 된다.
특히 자신에 대한 확신이나 스스로에게
퍼붓는 말의 저주는 놀랍게도 그대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것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무학의 여인이 나이 오십이 넘어가면서
어느 날 티비를 보다가 대학교 졸업식
장면을 보게 되었다.
검은 가운에 학사모를 쓴 모습이 너무나
좋아보여서 나도 죽기 전에 저런 모자
한 번 써봤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 생각은 현실이 되었고 그녀는 한글 부터 배워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졸업하
고 중고등 검정고시를 치루었다.
그녀가 학사모를 머리에 쓴 것은 칠순이
넘어서였다.
그 학사모는 그녀의 삶의 찬란한 성취였
고 완성이었다.
그 나이에 대학 공부를 마쳐서 무엇에
써먹는가는 하등 중요한 것이 못 된다.
이생에서의 나의 염원의 선한 성취와
완성은 다른 생으로의 빛이 된다.
악한 짓을 거듭하는 것도 자신의 깊은
어둠이 되지만 스스로 원망하고 이루지
못함의 한탄과 주변 환경의 탓으로만
돌리고 결국 생을 마감하는 것은 다른
생에서의 더 큰 고난을 만드는 것이다.
목숨은 하나이지만 여러 생, 다른 생이
있는 것을 안다면 지금의 삶을 절대로
허투로 살지않을 것이다.
믿거나 안 믿거나 알게 되는 사람은 알기에 결국 모든 사람은 각자의 삶을
살게 된다.
들판의 풀도 제각각이요, 같은 곳에서
키우는 꽃들도 다 다른데 어찌 인간들의
삶의 자세가 한결같으랴?
그만큼 배우고 또 배웠으면서도 , 그런
나조차도 의문을 거둔 지가 불과 얼마
전이다.
확신을 가지게 되고 깨달으면서 이젠
늦었구나 하지않는 것은 숨을 거두는 순
간에도 깨닫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지 조금이라도 더 일찍 알게 되어, 조금이라도 자신을 위해 선업을 짓는 시
간을 갖게 된다면 다른 생에서의 빛이
더 밝아진다.
타인에게 좀 더 친절하고 , 웃어주고 함
께 공감해주고 위로하는 그 시간이 내
모든 삶의 빛이 됨을 느끼게 된다.
이루지 못하고 누리지 못한 것의 원한을
스스로 가져서는 안 된다.
비록 고아로 태어나 비참한 삶을 살다가
이 생을 마감할지라도 마음 깊이 나는 다른 생에서는 뭔가를 이루고 뭔가를 할거야라고 염원을 가지고 죽는 것은
이미 성취를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나의 전생이 궁금하면 현생에서의 나를
돌아보고 후생에서의 내가 어떤 삶일지
궁금하면 내가 지금 어떤 삶을 사는지를
성찰해 보면 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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