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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8-11 19:14
ㆍIP: 223.xxx.224
귀신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시대에 따라 귀신도 변한다  3

         권영심 ( 2021 , 8 , 11 )

죽음과 삶의 경계를 경험한 사람들은
전 세계에 걸쳐 굉장히 많다.
임사 체험이라고 하는데 이 경험을 겪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나머지 삶은, 체험 전과 달리 변한다고 한다.
거의 성자처럼 변모되어 하찮은 작은
생물에서 사람에 이르기까지 귀하게 대하고, 할수있는한 선의를 베풀면서
세상의 부와 명예의 집착을 모두 내려놓 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 삶이 다가 아니며 , 이 삶에서의 나의
의지가 다른 생에서의 현실이 되는 것을
깨닫게 되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의식이라고 부르는 지각 능력은 뇌에서 나오는 것이며 그 지각은 숨이
멎는 순간 사라진다.
뇌의 활동이 멈추기 때문이다.
임사 체험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생물학적인 모든 것이 멈추었는데도 그
후 깨어나 자신이 죽었던 그 당시의 상
태를 정확히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임사 체험은 1975년 레이먼드 무디 라는 의학자가 - 삶 이후의 삶-이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은 후 지금은 소생의학 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실은 아주 옛날부터 우리나라에
도 죽은 뒤의 시신을 며칠이고 집 안에
두고 염습도 바로 하지 않았었다.
관에까지 넣었는데도 살아난 이야기는
무수히 많고 지역에 따라 시신을 손상하
지 않기 위한 배려를 많이 했었다.
지금 유행하는 좀비들은 그런 것들의
나쁜 버전인듯 하다.
임사 체험을 겪은 후 고통과 혼돈 속에
쌓여 정신과 치료를 받는 이들도 많다.
나는 임사 체험은 아니지만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다.
어렸을 때 외갓집 마당에서 가족 귀신을
본 후 며칠 동안 호되게 앓았는데 만약
그 때 병원 치료를 받았더라면 나는 어쩌면 아주 잘못 되었을지도 모른다.

외할머니는 나를 그냥 앓게 놔두었고
아버지가 올 때 까지 혼자서 나를 돌보며 아무도 접근하지 못 하게 했다.
아버지가 와서 나를 안고 내 이름을 부르자 나는 눈을 뜨고 다시 혼절했으나
그 후 의식을 차렸다고 한다.
깨어난 나에게 어른들은 나는 아무것도
본 것이 없으며 아파서 나쁜 꿈을 꾼 것
이라고 말했다.
나는 순하게 고개를 끄덕였으나 부산으
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말했다.
분명히 보았다고 상세한 묘사까지 했다.
아버지는 나를 꼭 껴안으며 그런 일도 있을 수 있다고 , 아이들은 가끔 다른 사
람이 못 보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에겐 말해선 안 된다고
혹시 또 그런 일이 있으면 아버지한테만
말할 것을 약속하게 했다.
그런데 나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 했고
가끔 거짓말을 하는 아이가 되었다.

가장 귀신을 많이 본 곳은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였는데 실은 귀신인지 사람인
지 모를 때가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식별하게 되었는데
몇 가지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을 하지않고 있을 뿐 일반 아이들과
다름없었고 그래서 내뱉는 말들이 거짓
말이 되었다.
다른 아이들은 안 보이기 때문이었다.
귀신이 밤에만 보이는 것이야말로 거짓
이란 것을 나는 안다.
도깨비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전율이 일
도록 놀란 것은 작가가 만들어낸 귀신들
이 내가 본 것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
이었다.
그 때의 기억이 어느 부분은 완전히 잊혀지고 손상되기도 했으나 내가 보았
던 그들을 잊지 못 한다.
귀신을 본 사람들은 많다.
무속인들은 신을 받는다고 하지만 지금
의 세상에서 그런 무녀들은 드물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
는 너무나 오염된 혼신에 신령이 깃들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과의 혼탁한 오염을 피하기 위해
옛날부터 무녀의 집은 마을의 가장 외진
곳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번화한 동네에 더 많고
온갖 불빛이 번쩍이는 곳에 신령인들
어찌 찾아 오랴?
내 스승이었던 최보살의 신당도 그 딸이 지금은 아주 먼 곳의 산 속으로 옮겼다 고 들었다.
인가가 거의 없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신도시가 되어버린 탓이다.
홀로그램과 결혼을 하고 그 영상을 아내
로 맞이하는 일본 청년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데 그것이야말로 귀신 신부를
맞이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인공 지능과 로봇을 결합해서 진화를
거듭하면 그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
아 결국은 인간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이야기는 공상과학이 아니다.
무엇에든 영은 깃들게 되고 로봇이 인간
과 오래 함께 하면 그들에게도 결국 그런 일은 생길 것이다.
이제 귀신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당신이 홀로 상대하는 그 무엇, 그 무언
가로 귀신은 바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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