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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8-09 20:10
ㆍIP: 223.xxx.40
귀신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시대에 따라 귀신도 변한다   1

           권영심  ( 2021 , 8 , 9 )

내가 어릴 때의 한국 공포 영화의 정점 은 월하의 공동묘지였다.
그런 류의 영화를 절대로 못 보게 해서
공포 영화를 본 기억이 없고 월하의 공동묘지도 어른이 되어서 보았다.
정말 원형 그대로의 귀신이었고 전설의
고향의 그 많은 귀신들, 구미호도 사람
들이 생각하는 귀신, 딱 그만큼 귀신다
움일 뿐이었다.
티비 드라마의 귀신 변천사를 보면 귀
신이 어떻게 인간 세계에서 진화해왔는
지 그대로 보인다.
하다못해 사극조차도 왕의 귀신에서부
터 환타지까지 , 저승과 이승의 모든 것
들이 섞여 있는 이야기도 이제는 진부
해졌다.
우스개 말로 진짜 귀신이 요즘은 사람이
무서워서 도망친다고 한다.
귀신은 그냥 나타나서 놀라게 하지만
사람은 사람을 잔혹하게 죽여 찢어 발겨
버리니 말이다.
그러니 세계에서 유명한 고전적인 공포
스토리가 사람의 잔혹성을 그린 영화에
맥을 못 춘다.

요즘의 진짜 공포 영화는 사람이 주인공
이고 얼마나 소시오패스적인 성향과 사이코패스가 악의적으로 가장 깊게
결합된 것을 잘 드러내느냐에 그 성공이
달려있다.
사람이 최대의 선이자 최악의 악이 되어
버려서 우주 괴물이 지구를 침략하는
내용은 이제 공포 영화의 반열에 올리지 도 못 한다.
사람의 무서움...
어쩌면 본인조차 모르는 심연의 그 깊이
가 언제 발현될른지 아무도 모른다.
여름밤의 무더위를 납량 특집이라는 귀
신들의 이야기로 잠시나마 잊어보는
그런 재미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요즘 정말 여름밤의 무더위를 잊
고 싶으면 조용한 심야의 거리를 혼자 걸으면 된다.
그 때 뒤에서 들리는 일정한 발자국 소리...
내 발걸음과 보조가 같으면 온 몸의 피가 빠져나가는 것 같은 공포를 맛보게
될 것이다.

그럴 정도로 사람이 너무나 무서운 세상
이 되어 버렸다.
옛날 어릴적에 어두운 골목을 걸어가다
가 사람의 기척이 나면 무조건 반가웠고
낯선 사람이라도 함께 걸어서 밝은 곳으
로 나왔다.
어떤 사람도 무섭지 않았다.
그러나 어쩌랴?
지금에 이르러서는 사람이 가장 무서워
진 것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 한다.
하지만 옛날에도 귀신보다 무서운 존재
는 사람이었고 인간의 수성이 드러나면
그 잔혹함은 공포 , 바로 그 자체였다.
그러나 전쟁이거나 그와 비근한 상황이
아니면 어지간한 사람들은 선량했고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살신성인
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현재의 세상처럼 보통 사람이 바로 악귀
가 되어버리는 일이 예전엔 드물었다.

명절에 모여 화투판을 벌이다가 주먹다
짐이 일어나고 멱살드잡이를 하더라도
그저 툭툭 털고 한 잔 술로 화해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곤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엔 욕 몇 마디에 흉기로 찌르고 이웃간의 사소한 싸움이 죽음으 로 끝장나고 만다.
멀쩡하게 직장 잘 다니면서 한 가정을
행복하게 꾸리던 가장이 층간 소음 문제 로 다투다가 살인자가 되어 버린다.
사람이 살지 않는 흉가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이웃들이 밀집한 아파트가 공포 의 중심이 되어버린 것을 그 누구를 탓할까?
그래서 드라마는 극악한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하고 그 시신을
훼손하는 장면들을 거침없이 보여준다.
이제 전설의 고향은 필요없게 되었고
진짜 귀신들은 정말 갈 곳을 찾지 못 하
고 구천을 떠도는 수 밖에 없다.
사람이 무서우니 어찌 인간들 세계에
발을 붙이랴?

그것을 뭐라고 하는지 이름을 모르겠는
데 폐가나 흉가를 찾아가 귀신을 만나려
는 젊은이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그런
페키지 여행도 있다고 한다.
전 세계 곳곳에는 이름난 호러포인트가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여러 곳이 있다.
왜 그렇게 귀신을 만나고 싶어하는 것
일까?
정말 귀혼하는 경험을 견딜 수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자신의 영과 신 안에 무엇이 깃들어 있는지 모르면서 금기를 건드리는 것이
절대 옳은 일이 아니다.
원래 전쟁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영역을
침범하는 데서 발생하니 그저 재미로
귀혼하지 말아야 한다.
재미삼아, 그저 호기심에 저지르는 짓이
어쩌면 자신을 가장 처참한 공포의 한 가운데 서 있게 만들지도 모른다.
더운 여름 밤 부디 서로 조심할 일이다.
귀신도, 사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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