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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8-07 18:33
ㆍIP: 223.xxx.254
슬기로운 환자 생활
슬기로운  환자 생활

         권영심 (2021 , 8 , 7 )

코비드는 전 인류의 삶을 놀라운 속도로 바꾸어 놓았는데 대한민국의 수도권에
사는 나는 무엇이 바뀌었을까?
여러가지 참 많겠지만 너무나 놀랍게
바뀐 한 가지를 지금 체험하고 있다.
병원 입원실이 너무나 조용해진 것.
몇 번의 입원 생활의 가장 큰 괴로움은
밤에 잠을 못 자는 것이었다.
그와 버금가게 괴로운 것이 있었으니
같은 병실 환우들의 수다였다.
고함치며 윽박지르듯이 말하는 사람,
끊임없이 뭐든지 입초시에 올리며 인생
드라마 3막 4장을 전개하는 사람, 몇 명
되지도 않은 환우들인데 패가 갈라져서
으르렁대는 사람, 티비 드라마를 크게
틀어놓고 해설하는 사람 등등...

그 뿐인가?
끊임없는 문병객들은 또 다른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고 전설따라 삼 천리를
이어갔다.
그리고 또 개신교 목사와 신자들의 단체
방문이 있을 때는 꼼짝없이 한 시간 동안 기도와 설교를 들어야 했다.
그 외에도 죽 배달이며 치킨 피자 배달,
보험회사 직원들, 뭔지 알수없는 것들을
선전하는 사람들...
입원 병동은 조용할 날이 없었고 밤에
병원을 몰래 빠져 나가서 술과 음식을
먹고 들어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이 어인 일인가?
그 모든 것이 전부 사라진 병동은 고요
하고 병실은 티비도 잘 켜지 않는다.
전부 커텐을 드리우고 있어 옆 환우의
얼굴도 잘 볼 수가 없을 정도다.

병실 밖을 나갈 때는 무조건 마스크를 써야 하고 어디에서도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지 않는다.
입원하기 전에 코로나 검사까지 하고
들어왔지만 이렇게 철저하게 하리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데 나는 이 상태가 너무 좋다.
코비드가 여러가지 나를 힘들게 했지만
이런 좋은 점이 생길 줄이야!!
너무나 바람직하게 바뀐 입원실 풍경이
나에게 깊은 안정감을 주었다.
병실은 이래야 하는구나, 이렇게 조용하
고 얄궂은 소음이 없는 상태가 바로
진짜 병실이구나라는 느낌에 밤에 잠을
잘 못 자더라도 입원 생활이 그다지 힘들지 않다.

착한 환자가 되어 어떤 불평도 없이 슬기롭게 입원 생활을 잘 하고 드디어
이틀 후 퇴원이다.
아직 머리가 무겁고 맑은 상태는 아니지
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번의 입원 생활로 절감한 것은 조용한
환경이 환자에게 참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외상 환자나 평소
수다를 좋아하는 환자들은 너무 조용한
병실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테니 그것
도 문제가 되지 싶다.
만난지 두 시간도 되지않아 십년지기가
되는 환자들 여럿 보았었다.
친화력이 뛰어난 사람끼리 만나면 단짝
이 되어 그렇게 서로 좋을 수가 없었다.

팔이나 다리를 수술했을뿐 너무나 건강
한 환자들은 수다나 다른 것으로 입원
생활의 지루함을 메꾸고 싶을 것이다.
수다가 습관이 된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
로든 해소를 해야 되는 것을 많이 본다.
입원했다고 해서 그 성향이 바뀌진 않을
것이니 어쩌랴?
아침드라마를 보려고 소란스럽던 시간
도, 서로의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서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도,
쉼 없이 들어오던 문병객들도 마치 먼
과거의 일 처럼 그립기조차 한 것은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다.
내일 퇴원하면 이제 다시는 입원을 안
하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모른다.
하지만 코비드가 사라져서 병실이 다시
소란스러워지는 날에 또 다시 입원하더
라도 나는 슬기로운 환자가 될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시끌시끌한 병실에 있게 되더라도 이것
또한 사람사는 모습이거니 하면서
같이 웃어줄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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