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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8-02 20:43
ㆍIP: 223.xxx.191
한약의 효과
한약의 효과

           권영심 ( 2021 , 8 , 2 )

사람이 아프면 오만데서 약을 권유한다.
이 약이 좋으니, 저 약이 명약이니 귀에
솔깃하는 말들이 천지에 널려있다.
그런데 나는 음식이건 약이건 몸에 좋다
는 것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그저 먹을 것 먹고 병원 조제약만 먹는
주의다.
그런데 주변 지인들이 많이 권유하는 것
이 어느 한의원, 어느 한방병원의 약이 고 침술이고 뜸이다.
하지만 나는 고약하게도 한약에 대한
좋은 기억이 그다지 없다.
아버지가 병을 앓으면서 온갖 한약을 복
용하고 좋다는 약은 다 먹었으나 임종 후 우리가 겪은 그 참담한 일은 아직 필
설로 표현하기 힘들다.
사람들은 모두 한약을 너무 많이 먹은
탓이라고 말들을 했다.
그 때문인지 엄마는 흑염소를 고아 먹는
정도 외엔 한약을 먹지 않았고 나도 한
의원은 가지 않았다.

그런 엄마가 남동생이 죽은 후 손자라도
봐야 한다면서 나를 친정집에 가둬 놓다
시피하고 임신하는 약을 두 제나 손수 달여 먹였다.
그 한약의 비리고 고약한 맛은 지금 생각해도 속에서 뭐가 올라올듯 하다.
그 약 덕분인지 나는 곧 임신을 했고 남
동생이 죽은 바로 그 달, 12월에 아기를
낳았다.
그 동안 임신을 못 하던 내가 아기를 가진 것은 한약 덕분이었을까?
그 후에 한약을 먹은 적이 없었는데 왼
쪽 어깨와 팔이 너무나 아파서 여러 병원을 다니는 도중 누군가 한의원을
권했다.
어른이 되어 처음 간 한의원에선 대뜸
침을 놓았고 굉장히 비싼 약을 세 번 먹
을 것을 권했다.
두 달 동안 침을 맞고 그 쓴 약을 먹었건
만 아픔은 점점 더해졌다.
좀 더 치료해야 효과를 본다는 한의사의
말을 신뢰할 수가 없었다.
내가 지금도 가장 화가 나는 것은 치료
도중에 혹시 심장 문제가 아닐까라고
두 번이나 물어봤을 때 한의사는 자신있
게 아니라고 한것이다.

왜 심장의 문제를 물어 보았냐면 가게에
오는 손님이 내가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보고 심장전문의를 찾아 보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어깨와 팔이 아픈데 심장이라니?
그래도 하도 안 나으니까 답답해서 두 번이나 물어 보았는데 심장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게 말한 것은 정형외과 의사들도
마찬가지였으니 믿을 수 밖에.
그런데 여성 대학의 과정을 수료할 때
첫 강의에 나온 교수가 심장학 전문의
였고 그가 나를 살렸다.
어깨와 팔 뿐만이 아니라 발 끝에서 배,
머리까지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병명이 나오지 않을 때는 심혈관 질환을 의심해
야 한다고 그 교수는 강조했다.
나는 강의가 끝나자마자 그 교수의 병원
에 예약을 했으나 두 달 후였다.
나는 너무 급했고 얼마 후 응급실 입원 이란 방법으로 그 교수의 진료와 여러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풍선이 터지기 일보 직전의 상태
였고 나는 신의 가호로 살아났다.
그렇다..
그것은 나를 돌보는 신의 가호로 밖에
볼 수가 없다.

신의 가호가 아니라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이렇게 몰라서 그저 쓰러져 죽는 사람이
많다고 그 교수는 진심으로 안타까워
했다.
내가 바로 그 직전에 왔고 터지려는 풍선의 바람을 뺐기 때문에 살아난 것이
라고 말했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하늘이 준 천명 이라고 말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는 것을 여러 경우에서 본다.
그런데 한의사와 정형 외과 의사는 왜 심혈관 질환을 의심하지 않았을까?
환자는 그럼 스스로 판단해서 병원을 찾
아 다녀야 하나?
그리고 나라에서 한 해 걸러 해주는  건강 검진에서는 왜 발견하질 못 하는
것일까?
그래서 다음 해 건강 검진할 때는 병원 의 지인을 통해 종합 검진을 받았다.
목숨을 구하는 것도 복골복이라니 요지
경인지, 당연한 것인지를 모르겠다.

한의사를 찾아가서 따지고 싶었으나 어쩌면 침과 약이 내 목숨줄을 이어준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의학 공부가 어찌 양의학보다 덜할 수
있으랴?
이 나이가 되어 보니 알겠다.
모든 것은 원인이 있으며 그 원인으로
이어진 결과는 내 몫임을.
아버지는 엄마의 집요한 노력으로 한약,
양약 가릴 것 없이 좋다는 약은 다 먹고
침이며 뜸이며 안 한 것이 없었다.
과한 것은 모자람보다 못 하다 했으니
어쩌면 아버지는 그런 것을 다 알면서도
아무런 거부없이 약을 복용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들을 잃고 천지간에 하나 생긴 외손자
의 성장을 그토록 보고싶어 했던 아버지
는 살고싶은 마음에 낫기 위해 뭐든지
먹고 좋다는 것은 다 했을 것이다.
그것이 도리어 독이 되었음을 이젠 알게
되었고 한약의 탓이 아님도 알게 되었다
오늘 조용한 병실에 누워 오만가지 생각
을 다 하면서 어쩌면 나도 한약을 다시
찾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그런
심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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